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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봉 없어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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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없어도 행복하다”




독립예술인 방담…

작업 즐겁지만 ‘기생’은 고통, 시스템 문제로 좌절 많아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는데 예술가들은
여전히 헐벗고 배고프고 아프다고 하소연한다. 이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독립예술인들은 과연 무엇으로 사는지, 지난 5월2일 오후 6시
인사동의 일식집 ‘조금’에서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술적 고민과 반성, 제도와 관습의 문제제기가 끝없이 쏟아졌고,
그들의 대담 혹은 수다는 전통찻집으로 자리를 옮기고 밤 10시를 훌쩍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한정된 지면 때문에 잘라내고, 또 잘라내면서
아까운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버려야 했다.


참석자(가나다순) : 김기라(29·미술) / 김운기(33·단편애니메이션)
/ 박중현(28·인디밴드 드럼) / 이형석(31·단편영화)

△김기라(이하 기라) : 이걸 내가 왜 하나, 요즘엔 이런 생각 많이 든다.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가족들은 피폐해져 있을 거다. 우리만 즐겁지 나머진 다 죽는 거 아니겠나. 가장 슬플 때는 친구들이 넌 연봉이 어떻게
되냐? 이렇게 물을 때다.

△김운기(이하 운기) : 그런 것을 잊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정작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으면 지금 하는 일 접고 음식점이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는 것이 부모님한테 더 욕먹는 거다. 그래서 나는 가슴은 아프지만 뭐가 되든지 끝까지 간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고민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되니까.

△박중현(이하 중현) : 어머니 성화에 못 이겨 직장생활 한 적이 있다. 음악을 즐기기 전에 삶을 즐기자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다녔는데,
1년2개월이 지나고 입사동기 4명중에서 처음으로 대리를 달았다. 그때 나는 뭐든지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왕 잘할 거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생각에 음악을 계속하기로 결심했다. 그만둔다니까 어머니는 넘어가더라. 그래도 1년 반 정도 어머니가 원하는 것을
해드렸다.

△이형석(이하 형석) : 결혼을 아예 꿈도 안 꾸는 이유 중 하나가 현재 가족의 울타리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면 가정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물론, 경제적으로 한 가정을 꾸릴 처지도 안 되지만. 한 가족의 구성원이니까 집에서도 나를 용납해줄 거라는 믿음이
위안이 된다.

△기라 : 난 주변 사람들한테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 외롭고 힘드니까 상대방을 요구하게 되는데 경제적인 문제라던가 그런 부분에서 자꾸 예술관하고
분리가 되더라.

△운기 : 그래도 결혼은 장려하고 싶다. 단지 책임져야 할 2세를 만들지 마라, 이게 내 원칙이다. 결혼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으니까. 2세는 남들이 하는 것을 다 해야 되는 상황이 생기니까 어렵다.



# 서로 팔짱끼고 보는 예술가들




△기라 :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갈망으로 예술을 하는게 아닌가. 그런데도 정작 예술가들 사이에는 교류가 너무 없다.
이런 자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현 : 그거 음악하는 사람들이 더하다. 클럽 공연은 하루 30분씩 4∼5팀이 도는데, 한 팀이 올라가면 20명 정도의 나머지 팀들은
팔짱끼고 무표정하게 지켜본다. 즐기려는 사람이 없다.

△기라 : 미술도 즐기기 보다 분해·조합·편집하는 비평적 시각이 창작자를 괴롭게 한다. 어떤 대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개인의 몫인데,
심각하고 고귀하고 그런 것들을 너무 내세우는 것 같다.

△형석 : 영화제에서 작품을 상영하면 기술시사를 하는 느낌이다. 기술적 구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관객에게 시각적 이미지를 심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작업을 한다. 하지만, 영화과 학생이나 독립영화 창작자들은 저 영화는 어디가 잘못됐을까를 찾는 식으로 영화를 본다.

△운기 : 대중을 위해 존재하는, 대중을 위해 작업하는 예술가가 있는 반면, 예술가를 위해 작업하는 예술가가 있다. 대중은 내러티브가 있는
이야기를 보지, 테크닉을 보진 않는다. 그건 단지 작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보이는 불꽃이다.

△형석 : 한번 필터링이 된다는 거다.

△운기 : 대중이 작업자나 평론가의 필터링 된 이야기들을 너무 따른다는 것이 문제다.

△형석 : 테크닉적으로만 접근하는 제도권 교육에도 책임이 있다.



# 공무원이 무섭다




△기라 : 사실 GNP가 궁극적 문제다. 문화인프라가 국한돼 있고, 문화적 마인드가 낙후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좁은 나라에
엄청난 예술가들이 존재하고, 젊은 친구들이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은 희망적이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선행돼야 할 과제는 굉장히 많다.
그중에서 주로 거론되는 것이 정책적인 부분하고, 기금이다.

△중현 : 지원을 바란 적은 없지만, 며칠 전에 일산에 녹음하러 갔다가 국가에서 앨범제작 지원금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형석 : 영화에 비해 대중음악은 지원이 미비한 것으로 안다. 그쪽 영역이나 세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운기 : 대중예술은 스스로 클 수 있기 때문에 지원이 소홀한게 아닌가?

△형석 : 영화는 안 그렇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 구분 없이 시나리오 개발 지원금이 있다. 대중음악에 대한 정부의 마인드가 낙후된 것 같다.


△운기 : 애니메이션은 영진위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지원을 해 준다. 1년에 8편씩 두 군데서 18편 정도를 뽑는데, 그걸 받으려면
소위 페스티발에서 상위 그룹에 랭크되는 수준이야 한다. 단편애니메이션 작가들 대부분은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면 작업을 하고, 안되면 다른
생계활동을 한다. 기획서를 가지고 있다가 지원 작품을 뽑는다는 소식이 들리면 우르르 몰리는 식이다. 애니메이션은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지원금 없이 만들기 어렵다. 지원이란 제도는 좋지만, 거기에만 지나치게 의존돼 있는 것이 문제다. 작품 선정 기준도 애매하다.

△기라 : 개인전을 하면 2,000∼3,000만원이 통상 드는데 나는 이번에 지원금을 800만원 받았다. 돈 주는게 왜이리 무서운지. 공무원들이
너무 무섭다.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다.

△운기 : 나는 지난 작품에 지원금 1,000만원을 받았고 제작비는 11분16초짜리 작품에 5,000만원 들었다. 지원금이 제작비에 비해
턱없이 낮지만, 그것을 받는다면 일단 책임감이 생기기 때문에 제작을 하게 된다. 매년 10팀 중에 3팀 정도는 완성을 못하고 돈을 뱉어
낸다.

△형석 : 나는 영진위에서 4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제작비의 약 10%다. 일단 현재 제작지원금 총액 자체가 낮다고 생각한다. 영화쪽은
내가 알기로 연간 3억 정도다. 편당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1,200만원까지 제작지원을 해준다.

△운기 : 필름 값, 밥 값 빼면 뭐가 있겠나.

△형석 : 어느 문화쪽이나 마찬가지일텐데, 독립영화쪽은 일년에 약 800편 이상이 만들어진다. 이중에 영진위의 지원을 받는 편수는 일년에
40편 정도 된다. 신진 작가들은 지원 받기 힘들다.

△운기 : 그 단계는 스스로 고생해서 넘어가야 하는게 문제다.

△기라 : 그 단계를 못 넘어가고 죽는 경우가 많다.

△형석 : 관공서는 외국에는 지원 자체가 없다면서 그것도 고마운 줄 알라는 식이다.

△기라 : 대신 외국은 프로그램이 많다. 될성싶은 나무는 키워서 뽑아먹는데 우리나라는 생색으로 그친다.

△운기 : 외국은 문화저변이 확대돼 있으니까. 뭘 해도 유저층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예술과 대중의 격차가 심하게 벌어져 있다. 국가에서는
계속 예술가를 지원하는데, 예술가들은 정작 대중을 못 이끌고 앞으로만 나가고 있다. 이 격차가 점점 커지기 때문에 문화저변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지 않나. 지원제도나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가 개성만 살리지 말고 봐줄 사람들을 좀 더 생각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중현 : 음악하는 사람들 내가 미국에 태어났다면, 일본에 태어났다면 잘 했을 텐데, 이런말 많이 하는데 그건 면죄부를 주는 거다. 일본에
락 페스티발을 하면 12개 지역에서 300여개의 팀이 올라간다. 근데 걔들 실력 다 장난 아니다. 어떤 면에서 우리 환경이 더 유리하다.


△기라 : 동감한다. 조금만 더 노력하고 방향만 잘 찾으면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 이 세계도 ‘팔자’ 좋아야 성공한다




△중현 : 시작할 때는 잘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음악만큼은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을 줄 알았는데 요즘엔 잘 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걸 느낀다.

△운기 : 잘 해서 잘 서야한다.

△중현 : 비즈니스가 돼야하고

△기라 : 어느 분야에서 무엇을 하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심취돼 있는가, 그것을 어떻게 무기로 잘 만들어서 다듬을
것인가가 무척 중요한 것 같다. 미술의 경우 기획자, 큐레이터를 거쳐 관장까지 만나면 어느 정도 해외로 가는 루트를 가질 수 있다. 그
안에 물론 정치가 있다. 정치를 배제할 수가 없다. 물론, 어떤 힘에 의해서 결정되는 건 문제다.

△형석 : 대중과 작가가 소통하기 전에 중간 역할을 하는, 보이지 않는 집단이 있다. 그것을 소위 ‘라인’이라고 본다. 가뜩이나 독립예술은
관객과 만나는 통로가 한정돼 있는데, 그마저도 자신의 작품이 선별되는 과정에서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 작품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학연이나 지연 같은 폐단이 문제다. 그런 부분 때문에 좌절하는 예술인이 많다.

△기라 : 미술쪽에서 바라보면 홍대와 서울대의 양강구도가 많이 깨졌다. 물론 서울대 홍대 위주로 돌아가는 문화구조 시스템 안에 있지만 시대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모더니즘 권력사회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사회로 오면서 다양성이 강조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우리사회 처럼 세대차이가
극심한 나라도 없지 않나. 그만큼 이데올로기의 변화가 빠르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문화가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좋아진다고 본다.


△중현 : 하다못해 군대가도 줄이 중요하다. 굳이 나는 줄을 못 잡아서 음악을 못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것은 다른데도
마찬가지다.

△운기 : 웃긴 말로 그걸 팔자라고 하지 않나.



# 100억 있다면 예술 안 한다




△형석 : 지금보다 자금이 더 많다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운기 : 확실히 그럴 것 같다.

△기라 : 그러면 100억이 있다면 작업할건가?

△형석 : 작업을 안 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동안 일년에 한편씩 만들었다면, 100억이 있다면 5년이나 10년에 한 작품 정도 만들 것
같다.

△중현 : 100억이 생긴다면, 100억을 삶을 위해서 쓰되, 음악을 마음대로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운기 : 어려운 질문이다. 지금 생각이라면, 100억이 있다면 1억씩 100편을 만들 거다. 하지만 당장 한편을 만들고 99억이 남았을
때는 상황이 사람을 바꿔놓지 않을까. 지금은 헝그리 정신이 있지만.

△기라 : 난 100억이 있다면 작업 안 할 거다.

△운기 :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이유가 없다.

△기라 : 필리핀 가서 스쿠버하고 놀 거다. 가장 편하고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거다.

△중현 : 음악이 무슨 목적을 가진 게 아니라 즐기는 거기 때문에 난 그래도 할 거 같다.

△운기 : 여기서 나오는 결론, 독립예술인들은 다 거지다.



정리 :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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