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세입자 보호를 위한 새로운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촉발된 서울의 전세대란이 현실화한 가운데 최근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부 비규제지역에서는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김포와 파주, 인천 등 수도권 내 비규제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 급등으로 상당수 전세수요가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비규제지역 매매수요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실수요자에게 최악의 경우인 전셋값과 매매값 동반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전세대란이 계속될 경우 비규제지역 내 중저가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 상승이 매매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2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17% 상승해 전주(0.13%)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아파트값 상승률은 6·17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6월 넷째 주(0.22%)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값도 0.02% 올라 10주 연속 0.01% 상승을 유지했던 보합세를 벗어났다. 상승세는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0.01%를 기록해 지난주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초·강동구(0.00%)는 보합세를, 송파구는 0.01%를 기록했다. 반면, 중랑구는 0.08%를 기록하며 구축 아파트 위주로 올랐고, 강북구(0.03%), 노원구(0.03%)도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0.15% 올라 지난주(0.11%)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이는 7·13 부동산 대책 직전인 7월 둘째 주(0.16%) 이후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한 것이다. 경기도도 0.23% 상승해 4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김포의 아파트값이 1.94%나 폭등했다. 김포는 지난 6·1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유일하게 피해간 지역이다. 또 파주시(0.37%)와 고양 덕양구(0.37%), 용인 기흥구(0.28%) 등에서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눈에 띈다. 인천도 이번주 0.15% 상승하면서 지난주(0.12%)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연수구(0.15%→0.21%)와 미추홀구(0.09%→0.19%) 등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26일 5억2200만원에 매매된 김포시 걸포동 오스타파라곤2단지(전용 119㎡)는 지난달 24일 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한 달 새 1억2000만원이 올랐다. 또 구래동 호수마을 e편한세상(전용면적 84㎡)은 지난달 30일 5억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1일 3억6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불과 3주 만에 1억4000만원이 상승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 일부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면서 수도권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시세가 크게 뛰었다"며 "수요자 구매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세난 여파로 집값 급등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적으로 전세시장은 향후 매매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다. 전셋값 급등으로 전셋값과 매맷값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전·월세 수요자들이 대출 등을 활용해 매매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서는 전세 물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비교적 대출 제한이 적은 수도권 내 비규제지역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서면서 비규제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