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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서민적인, 너무나 서민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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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인, 너무나 서민적인




일상적 대사, 해학적 캐릭터… 한국적 리얼리즘의 대가 김운경


청률 경쟁이
뜨거운 방송사들에게 드라마는 승부처다. 안방을 휘어잡고자 하는 대박의 야심을 품은 제작자들은 자본과 스타를 무차별적으로 앞세웠고, 스타
모시기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잘 나가는 배우의 몸값은 천장부지로 뛰고있다. 폭력과 선정성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물론 이런 경쟁이 드라마의 질을 향상시키지는 못했다.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역경을 딛은 성공, 불륜, 해피엔딩 등 드라마의 진부함이
오히려 강화될 뿐이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아카데미 작품상 받을 것도 아니고 시청률만 높으면 그만이다’는 것이 대부분 PD들의 생각이고,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대중문화가 점차 자본화되고 자극적인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가적 색채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주류 드라마에 대한 반동으로 최근 ‘마니아 드라마’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대표적 ‘희망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여전히 간직한 방송작가들도 소수지만 존재한다. 그 중 한 명이 현재 MBC 주말드라마 ‘죽도록 사랑해’를
집필하고 있는 김운경 작가다. 드라마 작가사상 가장 비주류적 색채가 강하다는 면에서, 그는 ‘마니아 드라마’의 원류라고까지 명명할 수 있는
작가다. 동시에 고정팬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방송가에 손꼽히는 스타 작가이기도 하다.







밑바닥 인생에 대한 이해와 애정




김운경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서민적인데 있다. ‘한지붕 세가족’ ‘서울 뚝배기’ ‘옥이 이모’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 ‘도둑의
딸’ 등 그의 작품에서 상류층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예는 전혀 없다. 밤무대가수 사기꾼 창녀 도둑 거지 꽃뱀 춤선생 차력사 등 드라마를 이끄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밑바닥 인생들이다.

공간 또한 달동네나 조악한 카바레, 시장통 등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언제나 보통 사람들의 다양한 삶에 쏠려 있다. 등장
인물들은 서로 부딪치고 부대끼지만 나름대로 자기들의 세계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간다.

땀과 어설픈 술수와 사랑으로 범벅된 서민의 거친 숨소리를 김운경 만큼 생생하게 잡아내는 작가는 찾기 어렵다. 그래서 문화평론가 김상태는
“김운경은 90년대 이후 최고의 작가다. 순수문학가는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운경이 단순히 서민의 애환을 다루어왔다면 이처럼 독보적 위치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진정한 미덕은 3류 인생에 대한 남다른 이해와
넘치는 애정에 있다.

문화평론가 이용포 씨는 “도둑에게 감정이입되고, 사기꾼이 귀엽게 보이며, 밤무대 무희의 춤추는 모습이 전혀 야하지 않는 독특한 느낌은 김운경
작품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서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는 없다. 교활한 인물에게서까지 웃음을 끌어내고 선정적 장면까지 구수하게 표현하는, 해학과 정감의 정서야말로
그의 드라마에 서민적인 삶의 건강성을 불어넣는 결정적 요소다.



현실의 삶을 최대한
생생하게




드라마 ‘죽도록 사랑해’의 한 장면을 보자. 불륜 관계의 남녀와 그들의 관계를 추궁하는 남자의 아내가 한 방에 있다. 아내가 잠깐 나간
사이 두 남녀가 대화를 나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 속 대사는 미안하다거나 아직도 사랑한다거나 하다못해 자신들의 관계를 끝가지 숨길
수 있게 입이라도 맞추는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김운경은 드라마의 관습과 시청자의 기대를 배반한다. ‘죽도록 사랑해’의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는 이렇다. 남자가 먼저 말을 건다.
“머리 새로 했나 보지?” “네, 살짝 바꿔 봤어요.” “미장원에서 했어?” “아니요. 동네에서 잘 하는 아주머니에게 야메로 했어요.”


이같은 황당하고 유머러스한 대사는 김운경의 확고한 색깔이다. 김수현 드라마 속 인물들이 계층과 직업에 관계없이 하나같이 달변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운경 드라마의 대사는 지극히 일상적이다.

평론가 이씨는 “시청자가 보기엔 하찮은 대화들을 인물들은 진지하게 주고받는다. 주관적 상황이 객관으로 환치되면서 김운경 스타일의 해학성이
살아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인물 설정 또한 무척 사실적이다. 김운경 작품의 캐릭터들은 선과 악으로 나눌 수가 없다. 도둑이 선행을 하기도 하고, 사기꾼이 순애보를
보이기도 한다. 사채업자가 인생의 진리를, 근엄한 교사가 화투에 대해 논하기도 한다.

홍상수 이전에 이미 일상성에 대한 진득한 탐구를 시도했던 그는 기승전결의 플롯을 버린지도 오래다. 재치있는 대사와 캐릭터를 살리고 플롯을
무너뜨리는 그의 드라마 작법은 상당히 작가적이지만, 풍부한 유머와 인물의 개성이 강한 힘을 발휘하며 대중성을 뒷받침해 준다.



자본주의 사회구조, 계층적 차별에 대한 조용한 비판




생각해보면 멋진 말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정리해 전달하는 드라마 속 인물들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현실에서 인간은 서툴고, 통속적이며,
어수선한 일상을 산다. 실연 당한 후 고통에 빠진 상황에서도 미니스커트 입은 여자의 다리를 흘낏 보는 것이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인간의
속성이고, 그것이 또 삶이다. 김운경은 이같은 삶의 진정성에 보다 근접하기 위해 극도의 리얼리즘을 채택했다.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만큼, 그의 작품에는 모순된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이 진하게 베어난다. 출신 지역과 학력의 차별, 물신주의의 팽배,
성실하고 정직한 자가 성공할 수 없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일면은 김운경 드라마의 바탕에 항상 깔린 메시지다.

그것은 4년제 대학 졸업자라는 자존심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백수(한지붕 세가족), 신분 상승을 위해 부적절한 핫라인을 타는 청년(서울의
달), 가난으로 인해 노동과 학교교육이라는 이중고를 짊어져야 했던 아이(옥이 이모), 러시아 음악을 들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간첩으로 몰린
대학생(죽도록 사랑해),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비난하는 도둑(도둑의 딸)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전성기에 비하면 최근 작품은 톡톡튀는 재미가 부족해진 감이 없진 않지만, 여전히 그는 우리 시대 비주류의 삶을 비주류적인 기법과 색깔로
담아내는 독보적인 작가다. 생활인으로서 김은경 또한 가난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으며, 지금도 거액의 원고료를 받는 스타작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서민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이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의 드라마에 묻어나오는 서민의 체취는 결코 책상에 앉아서 만들어질
수는 없는 종류의 것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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