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이허 비밀원로회의’에선 무슨 일이?
▶ 베이다이허 회의종료… 시진핑 vs 리커창 ‘충돌’
▶ 원로들 “5년만 권좌 물러난 화궈펑 때보다 심각”
▶ “美와 분쟁말라 마오쩌둥 유훈… 習주석 물러나야”
▶ 사임 생각없는 시진핑, 정풍운동 반대파 숙청 중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권좌’에서 낙마(落馬)할 것인가. 시 주석의 운명을 가를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지난 8월 1일부터 보름간의 일정으로 8월 16일 막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간 정면충돌과 중국내 경제난 등으로 인해 시 주석에 대한 당 원로들 상당수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시진핑 사임’ 요구까지 나왔다. 일부 소식통들은 “지금의 상황은 공산당 정권에 있어서 최대의 위기”라면서 “화궈펑(華國鋒)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낙마(落馬)할 것인가. 최근 시 주석이 ‘권좌’를 놓고 진퇴양난에 몰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의 운명을 가를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지난 8월 1일부터 보름간의 일정으로 8월 16일 막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작금 전 세계의 이목이 이 회의에 쏠리고 있다. 이 회의는 통상 8월 초에 베이징(北京)에서 동쪽으로 280㎞가량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시 베이다이허에서 열린다는 것과 장쩌민(江澤民) 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 150명에서 200여명이 참여하는 원로회의라는 것 이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구체적인 개최 시기와 참석자, 회의 내용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 주석이 여름휴가를 겸한 회의를 베이다이허에서 처음 가진 이후 국가 전략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연례행사가 됐다.
‘시진핑 운명’ 베이다이허 비밀회의 개최
중국 외교가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지난 8월 초 비밀리에 열린 것에 대해 ▲7월 31일까지 분주했던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 총리의 일정이 8월 1일부터 전무 ▲회의가 열리는 친황다오시의 보안 검색 철저와 외부인 통제, 해군 군함 배치 ▲최고 전문가들 강사 초빙 움직임 등이 반증하고 있다.
중국 현지의 한 소식통은 “지난 8월 1일부터 일제히 종적을 감췄던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8월 17일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면서 “해마다 중국의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이때쯤 베이다이허에 강사로 초빙되는데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항공우주 전문가들이 초빙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최근 “지난 2주간 언론 보도에서 사라졌던 리커창 총리가 8월 17일 국무원 회의를 주재하고, 시 주석의 책사 역할을 하는 공산당 권력서열 5위인 왕후닝, 비서실장 격인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이 전중국청년연합회 행사에 참석한 사실 등을 근거로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났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은 물론 세계 외교가의 최대 관심사다. 회의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중국의 지배체제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다. 마오쩌둥 시대는 '1인 지배체제'였지만 덩샤오핑(鄧小平) 시대부터는 ‘집단체제’로 바뀐다. 덩샤오핑이 권력을 잡았지만 혁명원로를 무시할 수 없었다. 덩샤오핑은 혁명원로와 권력을 나눠야만 했다. 장쩌민 주석과 후진타오 주석 역시 원로들의 영향력 안에 있었다. 중국 외교가는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지배체제가 ‘집단’에서 ‘1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중국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국가 주석의 3연임을 금지하는 헌법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시 주석의 3연임, 나아가 장기집권할 수 있는 한쪽 문이 열린 셈이다. 중국 공산당의 의사결정 핵심조직인 정치국(25명)과 정치국 상무위원회(7명) 모두 시 주석의 사람들로 채워졌기에 가능했다. 문제는 14억 인민의 지지.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지만 시 주석을 비판하거나 장기 집권을 반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젠 1인 절대 권력자로 가는 마지막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주석의 부활이다. 중국 공산당 조직표상 총서기는 전인대와 중앙위원회 아래다. 1인 절대권력자 마오쩌둥은 1954년 총서기(비서장)라는 직책을 만들고 그 자리에 덩샤오핑을 임명했다.

공산당 원로 분노, ‘시진핑 사임’ 요구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는 우여곡절 가운데 개최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시 주석은 코로나19와 양쯔강 일대 곡창지대의 대홍수, 홍콩 문제 등의 내우외환을 이유로 이 회의를 무기 연기하려 했으나 당 원로들이 이에 대해 분노하면서 무조건 열라고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가 관심을 집중시켰던 것은 미국과 중국간 정면충돌과 중국내 경제난 등으로 인해 시 주석에 대한 당 원로들 상당수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시진핑 사임’ 요구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 소식통들은 “지금의 상황은 공산당 정권에 있어서 최대의 위기”라면서 “화궈펑(華國鋒)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할 정도다. 마오쩌둥이 숨진 이후 당과 중앙군사위 주석을 물려받았던 화궈펑은 덩샤오핑과 개혁·개방 노선에 이견을 보이면서 결국 1980년 총리직을 자오쯔양(趙紫陽)에게 내줬고, 이듬해에는 당과 군사위 주석에서도 물러나 결국 집권 5년 만에 권좌를 내놓는 신세가 됐었다. 다만 사법처리나 구속 등의 물리적인 조처를 당하지는 않았다. 그는 2002년 11월까지 당 중앙위원직을 유지하면서 말년을 조용히 보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중국 공산당이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시 주석이 물러나야 한다”고 당 원로들이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 원로들이 가장 위협으로 느끼는 것은 미국과의 정면충돌 문제이다. 당 원로들은 “중국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면서 “미국이 물론 14억 명의 중국과 정면승부를 하지는 않겠지만 중국 공산당을 변화시키겠다는 결심이 섰고, 외교적·경제적·군사적 측면에서도 많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은 미국과 어떠한 경우에도 서로 분쟁하지 말라는 것이 마오쩌둥의 유훈”이라면서 “중국 공산당이 역사에서 사라지기 싫다면 지금의 사태를 만들게 한 장본인을 끌어내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시진핑 권좌 위기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폼페이오 국무장관,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레이 FBI국장, 윌리엄바 법무부장관 등의 “중국공산당 체제를 바꾸겠다”는 메시지에서도 읽힌다. 중국의 공산당 원로들도 바로 이들 메시지를 단순함 엄포가 아닌 실제 실행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소식통들에게서는 당 원로들이 미국 특사를 접견하기도 했다는 소식도 나온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에 대한 거취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시 주석을 ‘제2의 화궈펑’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로들은 시 주석의 대안으로 ‘리커창 카드’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소식통들은 “최근 리 총리가 시 주석과 정면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당 원로들의 묵인아래 행동을 한 것”이라면서 “중국 인민에게 호감을 얻고 있는 리 총리로 당 주석직을 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즉각 시 주석이 경질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중국 공산당의 후계 문제가 논의되거나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춘화(胡春華) 부총리의 부상을 점치기도 한다. 후춘화는 후진타오→리커창 총리로 이어지는 중국 공청단(共靑團) 파벌의 선두 주자다.
후임 ‘리커창 카드’ 부상…習주석 반발
지난 4월에는 시 주석 취임 첫해인 2013년부터 7년 동안 중국 체제 안전을 책임져온 쑨리쥔(孫力軍) 중국 공안부 부부장이 낙마했다. 정치적으로 상하이방(上海幇) 계열에 속하는 쑨리쥔을 체포한 사건은, 시 주석 측이 자신을 흔드는 뒤에 장쩌민 전 주석과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 등 상하이방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반격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시 주석은 집권 8년간 군과 당, 정부 내 상하이방 세력을 대대적으로 제거해 왔다. 그런 측면에서 쑨리쥔 체포는 권력 조직 내 상하이방 잔존세력을 제거하면서, 흔들리는 시 주석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정치적 반격 카드로 보여진다.
시 주석은 권좌에서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 베이다이허 회의 기간중인 지난 8월 6일, 시 주석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제14차 5개년계획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는 시 주석이 당 원로들에게 앞으로도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눌러앉아 장기집권 하겠다고 다시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원래 중국 공산당은 1990년대 이후 국가주석으로서의 임기를 2기 10년으로 제한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시 주석은 2023년 국가 주석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2018년 2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국가주석의 임기에 대해 ‘2기 10년까지’라는 규제를 철폐하는 헌법 개정안을 제출했고, 전인대는 그해 3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면서도 당 총서기와 군 수뇌부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게는 명백한 임기 제한을 두지 않아 시진핑은 2023년 이후에도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군사위원회 주석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
新마오쩌둥 보수원리주의 경제노선 천명
이같은 시진핑의 장기집권 발판을 바로 국가경제 체제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6일 공산당 이론지인 <추스(求是)>를 통해 시 주석이 5년 전 제18차 중앙정치국 제28차 집단학습 때 했던 말이 실렸다. 당시 시 주석은 “공유제의 주체적 지위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국가 주도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개혁 방향 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자신의 새로운 국가자본주의의 길을 변호하고 재천명하며 기본적으로 중국 정치경제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를 주도하겠다는 뜻이다.
시 주석이 신(新)마오쩌둥 주의의 보수적 원리주의 경제노선을 꺼내든 것은 미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의 괴멸을 주장하고 시 주석 체제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서 공산당을 해체할 용의가 전혀 없으며, 마르크스주의 간판을 계속 내걸면서 정권을 지키겠다는 결심을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회주의 제도완비, 통치체계 현대화 필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강조하는 마르크스주의 정치경제학 이론은 현재의 중국 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자본주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공산당 당원들조차도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 글이 실린 바로 그 다음날인 8월 17일 리 총리는 시 주석의 경제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소리를 했다. 그는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시장주체들의 빈곤 퇴치와 금융지원 정책의 지속적 이행, 신규 융자 확보가 실물경제, 특히 중소기업들에 집중되도록 지원하기 위한 금융지원 정책의 추가적인 이행을 지시한 것이다.
시 주석이 국가주도의 공유경제를 다시 주창한 것은 베이다이허 회의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이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2일 시 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 전면 심화 개혁위원회 회의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를 견지하고 완비하기 위해서는 통치 체계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며 “심층적인 개혁과 높은 수준의 개방을 계속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실상 당 중심 체제인 중국에서 시 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의 결과까지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