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만7000명 서명… “노출 제대로 처리 않아” 의혹
[시사뉴스 김영욱 기자]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을 빌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28일 2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한 달 내 20만명 이상 동의'라는 국민청원 공식 답변 요건을 채운 것으로,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는 답변에 나서야 한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2만 7000여명이 서명했다.
그러나 청원글을 청와대가 제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처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 이 청원은 지난 12일 작성됐다가 청와대 청원 공개 과정을 걸쳐 글 게시 15일만인 지난 27일 오후에 공개됐다. 해당 게시글의 청원 기간은 내달 11일까지다. 그전까지는 글 작성 당시 부여된 인터넷 주소(URL)을 통해서만 검색해 서명 동참이 가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일부러 비공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국민청원을 숨기는 경우는 ▲중복 게시 ▲욕설·비속어 사용 ▲개인정보, 허위사실, 타인 명예훼손 내용 등이 포함된 글에 한해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청원 공개를 위한 통상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사전 동의 100명 이상을 받은 청원 글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절차를 거쳐 공개 여부를 판가름하는데, 해당 청원도 절차를 밟았다는 취지다.
글쓴이는 청원글 시무7조 중에서는 가장 먼저 세금을 감해달라고 청했다. 이어 2조에서는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라면서 “작금의 지지율로 평가받는 군왕이 아닌 후대의 평가로 역사에 남는 패왕이 되시옵소서”라고 직언했다.
이밖에도 ▶3조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4조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5조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6조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7조 스스로 먼저 일신(一新)하시옵소서 등의 내용이 이어졌다.
글쓴이는 청원글에서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원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프로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함께 세금 정책, 인사 문제 등을 지적했다.
그는 “폐하께서 말씀하신 촛불의 힘은 무궁하고 무결하여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 그 날의 촛불 그 열기이옵니다. 성군의 법도는 제 자신마저 품을 수 있으나 폭군의 법도는 제 자신 또한 해치는 법, 부디 일신하시어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비로소 끝내주시옵고 백성의 일기 안에 상생하시며 역사의 기록 안에 영생하시옵소서”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글쓴이는 자신을 30대 후반의 직장인이고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해당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지지하지 않는 정권을 향한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제가 지지하는 정권의 옳고 그름을 따지며 쓴소리를 퍼부어 잘되길 바라는 것이 제 꿈"이라고 밝혔다.
글쓴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상황을 언급하며 “백성들의 삶이 이러할 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실정의 책임을 폐위된 선황에게 떠밀며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옹호한 의원들을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프로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며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해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고 본직이 법무부장관인지 국토부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