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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장인을 찾아서(19) - 화선지에 먹물로 써내려간 환쟁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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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선지에 먹물로 써내려간 환쟁이 인생




한국적 사실주의 화풍, 일러스트레이터 홍성찬


3
남짓한 조그만 작업실. 머리 희끗한 노인이 햇살을 등에 받으며 화선지 가득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화폭 안에는 무희들이 한껏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춤추고 있고, 노인의 세심한 손길이 닿을 때마다 표정은 살아나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손동작 하나, 옷매무새 하나가 마치 극사실주의
화풍처럼 자세하다. 노인은 붓을 잠시 내려놓고 두꺼운 돋보기를 벗는다. 일러스트레이터 홍성찬 화백(75)의 잠깐의 휴식이다.



역사 근거한 정확한 인물묘사




홍 화백은 현재 출판사 ‘재미마주’의 사무실 한켠을 작업실로 할애받아 설화 작업에 한창이다. 우리 출판계를 대표하는 역사물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답게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키기 위해 역사학자들의 조언과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 과정을 거친 후 그림으로 표현한다. 1996년 제17회
한국어린이도서상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을 수상한 ‘집짓기’(보림출판사)도 자료수집에 3년이 걸렸다.

“보기좋으라고 예쁘게만 표현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거지. 책에 나와있는 그림을 보며 독자들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거든.”

시대에 따라 풍속과 의상에 차이가 있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고구려와 신라의 의복이 다르고 임금에게 예를 표하는 방식도 다르다. 또 과거로
갈수록 얼굴생김새도 구강구조와 광대뼈가 발달했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홍 화백의 그림에는 여타 어린이책에 등장하는 서구적 미인이 아닌
정말 ‘한국적인’ 인물들이 숨쉰다.

때문에 홍 화백의 그림을 단지 ‘삽화’라고 부르기에는 왠지 죄송스런 마음이 든다. 단순히 ‘일러스트레이션’ 즉 ‘삽화’의 사전적 의미인
책이나 잡지·신문 등에 이해를 돕기 위해 곁들인 그림이라고 정의하기에는 열정을 기울인 정도가 매우 깊기 때문이다. 책을 완성시키는 또다른
요소로서, 내용과 동등한 가치비중을 인정받기 충분하다.



“손에도 표정이 있다”




사실적 묘사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홍 화백은 인물들의 표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똑같은 상황에 임해 있다하더라도 느끼는 감정들이 다르기
때문에 인물들의 표정이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딴 짓 하는 아이는 왜 또 없겠는가? 때문에 최대한 관찰하고, 경험과 상상력을 동원해서
가장 사실적인 인물들의 얼굴을 재현한다.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착하고 순진한 어린이들의 표정이 한결같다는 거야. 눈에 초점이 없고 입은 약간 벌어져 있지. 그건 착한 어린이의
모습이 아니라 바보야. 우리가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아이의 얼굴을 담아야지.”

지금껏 50년 동안 그림을 그려왔지만 홍 화백이 그래도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손모양이다. 똑같이 손을 모으고 있어도 새끼손가락이
들렸는지 아닌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듯 손에도 표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책상 벽면에는 항상 거울이 비스듬히 걸려 있다.
자신의 손을 비쳐보며 연구하기 위해서다.

“남들은 오랫동안 그려서 이젠 쉽지 않냐고 하는데 매일 새롭고 어려워. 익숙한 부분이야 당연히 있지만 하루하루 나아져야하니까 편한 날이
없지. 아직도 공부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아.”

일에 대한 욕심이 강해서일까? 아님 그림에 대한 애착 때문일까? 50년 경력의 일러스트레이터는 ‘지나친’ 겸손을 보이며 지치지도 않는지
지금도 아침9시부터 밤9시까지 하루 12시간을 꼬박 그림에 매달린다. 청탁받은 작업뿐만 아니라 역사적 인물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창조해내기
위해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린다는 자체가 그의 존재 이유기 때문이다.



역사물
감소로 작업량 줄어




1929년 서울에서 태어난 홍 화백은 어릴 적부터 그냥 그림이 좋았다고 한다. 제대로 된 미술교육 한번 받아본 적 없지만 손에서 붓을 놓을
수 없었고 1955년 친구 소개로 잡지사 ‘희망사’와 인연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그림 인생을 걷게 됐다. 당시 ‘희망사’는 우리나라 야담을
모은 잡지를 발행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 일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그림이 역사물과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적이고 섬세한 화풍이 역사물과
딱 맞아떨어졌고 ‘가장 잘 아는 것을 그려야 한다’는 지론과도 일치했기 때문이다.

“루벤스의 작품 ‘한복 입은 남자’를 보면 분명 한국인일 텐데 그 생김새가 우리와 다르지. 한국인은 한국인이 그려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
아무리 연구하고 공부한다 해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만 못한 것은 당연한 거야.”

다른 장르보다 잔손질이 많이 가고 시간과 노력이 배로 들지만 홍 화백은 역사물에 강한 애착을 갖는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성인역사물이 많이
줄어 홍 화백의 작품을 근래에는 어린이역사물에서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어린이책이라도 아직까지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지”라며 선생은 웃었으나 그 웃음은 왠지 쓰잔했다.



우리나라 풍속도
다룬 그림책 출간 목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의 기억으로 홍 화백은 2000년 5월, 영월책박물관에서 치뤄진 원화전시회를 꼽았다. 비록 시골 폐교를 개조해 만든
조그만 전시장이었지만 보고 온 후배들이 전화를 걸어 후기를 전할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가득찼다.

“부족한 작품이라 쑥스러웠다”는 홍 화백은 “그래도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 감격스러웠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홍 화백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원화는 그리 많지 않다. 요즘이야 저작권 보호라는 개념이 강해졌지만 몇 년 전 만해도 출판사가 그림을 ‘샀다’라는
생각으로 원화를 돌려주지 않는 일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10년 전 출판한 책을 상의도 없이 재판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그리지도 않은 그림이 중간에 끼어있을 때도 있었지. 나에게 몇 장 더 그려달라고 한들 설마 내 책인데 안그려줬겠어? 그런데 아무
말도 없이 한마디로 ‘저질러’ 버렸더라고.”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는 그는 그만큼 작품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의욕도 대단해서 앞으로 인생을 마감하기 전 꼭 우리나라
풍속도 전반에 관한 그림책을 내고 싶단다. 또 이제는 볼 수 없는 옛날 연장의 모양과 용례에 대한 자세한 과정을 담아 발간할 계획이다.
방대한 내용인 만큼 어려움이 많지만 홍 화백은 포기하지 않는다.

“시간이 충분하진 않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혹자들은 나이가 이젠 너무 많지 않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아. ‘환쟁이’ 인생이 끝날
때까지 계속 그림을 그릴 거니까. 아마 붓을 놓는 날이 내가 저 세상으로 가는 날이겠지. 그때까지 쉬지 않고 그릴 거야.”

돋보기를 다시 쓰고 붓을 손에 쥔 홍 화백의 등뒤로 찬란한 4월의 햇살이 비쳤다. 화선지 안의 무희는 그를 위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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