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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미술과 만화의 행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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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만화의 행복한 만남




태초 한 몸이었던 시각예술, 문화적 경계 넘어서는 ‘크로스오버’ 활발


술이
고고했다면, 만화는 저 만치 낮은 곳에 있었다. 대중에게 미술은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한 것으로, 만화는 저급하고 일회적인 것으로 오랫동안
인식돼 왔다. 하지만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만화도 시각예술의 한 분야로 예술성을 획득한 단계에 이르렀다. 미학적 철학적
가치를 지닌 만화 작품이 속속 창작됐고, 만화의 자극적인 상상력과 칸과 칸 사이의 미학에 이끌린 미술은 만화적 표현방식과 기법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만화와 미술의 행복한 만남이 본격화된 것이다.

미술과 만화의 크로스오버는 현재 국내 미술의 최대 화두다. △6월말까지 열리는 이화여대 박물관의 ‘미술속의 만화, 만화속의 미술’전 △5월에
열리는 가나아트센터의 ‘재미난 가족’전 △7, 8월에 열리는 일민미술관의 ‘앙굴렘만화페스티벌 출품 작품'전 등 각종 전시장이 만화관련 기획을
내놓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듯, 미술계는 만화 열풍이 한창이다.



미국 팝아트에서 시작, 국내에서는 최근 본격화




미술평론가 윤난지 씨는 “엘리트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와 문화적 위계질서가 깨지면서 미술가들은 모더니즘 미술의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만화가
지닌 ‘이미지의 서술성’에 주목해 왔다”며 “그들은 모더니즘 미술이 ‘잃어버린’ 이야기 구조와 연상작용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모더니즘이
간과했던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이다”고 말한다.

미술과 만화의 만남은 195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의 팝아트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해 꾸준히 확장, 발전했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만화의
차용은 최근의 일이지만 윤씨는 “만화적 개념을 통해 현대미술의 좁은 틀을 깨려는 노력들은 꾸준히 이어져왔다”고 말한다.

데쓰카 오사무의 인기 만화 캐릭터 ‘아톰’과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를 섞어만든 미술가 이동기의 ‘아토마우스’는 만화를 수용한 미술
캐릭터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미술가 김형석은 과장된 그림 글씨, 효과를 내는 선 등 ‘만화적 기호’를 고스란히 간직한 딱지
만화의 영웅들을 그려왔다.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틈새에서 현대인의 소외된 일상과 사적 정서를 표현해온 미술가 강영민은 배고픈 돼지 이불맨 베개소년 등의 만화적 캐릭터들을
만들어 회화 설치 벽화 만화 애니메이션 웹아트 등으로 발표해왔다. 그밖에도 권기수 오윤 이소미 김재관 김순기 등 젊은 작가들이 말풍선 등의
만화적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만화적 상상력을 접목한 작업을 꾸준히 하면서 미술과 만화의 만남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만화의
매력은 결국 만화가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데 있다. 만화가는 시각상징어의 세계 전체를 요리할 수 있다"




왜 만화인가?




만화가 이처럼 시각예술의 다른 장르에 활발히 수용되는 것은 만화의 독특한 매력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술평론가 이경화 씨는 만화적
기법의 차용은 현대미술이 대중과 만나는 유용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만화는 대중에게 호소력이 큰 장르다. 단순 과장 변형 생략 왜곡 등의
만화적 표현기법은 고도로 함축적이며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하는 요소다. 그것은 곧 수용자의 참여를 적극 허용한다는 의미다.”

이번달 12일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시청각실에서 열린 ‘현대미술과 만화’ 학술행사에서 미술평론가 박신의 씨는 “왜 만화인가 하면, 그것은
곧 만화는 새롭고 잠재력이 큰 언어형식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씨는 “만화가 그리는 형상은 왜곡되고 과장되며 단순화되고 기호화되는 과정을
겪지만 그 자체로 리얼리티를 드러낸다”며 “만화의 매력은 결국 만화가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데 있다. 만화가는 시각상징어의 세계
전체를 요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만화의 저항성도 예술적 강점으로 손꼽힌다. 이상주의자의 비틀린 정서와 엄숙주의에 대한 거부는 독보적인 만화적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만화적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을 다수 발표해온 미술가 안규철 씨는 “현실세계는 우리의 소망들을 번번이 좌절시킨다. 그것은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로
구성된 세계고,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며 우리를 체념과 탄식에 익숙하게 만드는 세계다”며, “만화적 상상력은 이러한 세계로부터의 탈주를
꿈꾸는 힘이며, 그런 점에서 불온하고 무정부적인 상상력이다”고 말했다.



서로의 언어에 귀
기울일 때




박씨는 처음부터 만화와 미술은 한 몸이었다고 강조한다. “말하는 그림이라는 점, 말을 거는 그림이라는 점, 연속된 이야기를 갖는 그림이라는
점, 글과 그림이 한데 결합한다는 점, 연상력과 상상력을 요구한다는 점 모두가 서로 다를 수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만화는 예술의 영역과 범주를 벗어나 대중의 장으로 나아가고 새로운 면모로 왕성하게 발전하며 다른 길을 걸었다. 박씨는 “미술과
만화의 소원했던 관계를 다시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예술이 만화와 자신의 존재방식을 구분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면, 이제는 만화의 언어력에 대한 이해의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그것이 곧 미술을 위한 생산적인 노력일 뿐만 아니라 미술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박씨는 “서로간의 언어와 개념에 눈과 귀를 모으는 일을 통해 모두 이 시대의 ‘문화생산자’로서의 역할을 이루어내자”며, “미술가이건 만화가이건
문화 속에서 의미를 읽고, 의미의 생성에 개입하며, 자본의 권력, 제도의 권력에 늘 비평적으로 대응하는 문화비평적 시각을 갖추는 일이 또
한번 강조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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