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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초고장은 정해진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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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사회과목 시험에 단골로 출제되던 문제, 각 지역의 특산물이 잘못 연결된 것은? 보기에는 안성 유기, 담양 죽제품, 강화 화문석이 어김없이 제시됐다. 강화도 화문석이라, 대부분 화문석이 뭔지 몰랐지만 우리는 주입하는 대로 외웠고 그다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냥 일종의 돌을 가공해서 만든 그 무엇일 거라는 예상만 했을 뿐이다. 화문석이 돌이 아니라 꽃화(花) 무늬문(紋) 자리석(席), 즉 왕골로 만든 무늬가 있는 돗자리, 일명 꽃돗자리를 의미한다는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다. 이런 무식함이라니!

강화도 고향, 선대부터 유명
화문석에 관한 재밌는 기억을 떠올리며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6호 ‘초고장’ 한순자(56) 씨 댁을 찾았다. 화문석 만드는 장인인 한씨는 단아한 한복 차림으로 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한 분홍빛 한복이 집안을 가득 메운 오색빛깔 재료들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그녀가 만든 화문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와 말하지만 솔직히 그녀와의 인터뷰는 수월치 않았다. 워낙 일에만 빠져있는 성격 탓인지 먼저 말을 꺼내지도, 질문 이외의 대답을 덧붙이는 경우도 없었고 온통 머릿속에 작업에 관한 생각만 가득한 듯 했다.

우선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녀의 대답은 “고향이 강화라 늘 보고 자란 것이 이거고 그냥 너무 좋았다”였다. 고조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5대째,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만도 38년째인 그녀는 “초고장이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손녀였기에 공주처럼 떠받들여져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기가 하겠다고 우긴 것을 보면 이미 정해진 길이었다는 것.


고도의 집중력 요구
한씨네는 근방에서 ‘솜씨 있는 집’이라고 하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집안이다. 손재주를 타고났기 때문에 한씨도 전승공예대전을 비롯한 숱한 경진대회에 입상했고 여성으로는 최초로 명장에 선정되는 등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만큼의 경지에 오르기까지 그녀는 본인도 고백하듯 “자신과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재료를 준비하는 것부터 정성과 심혈을 쏟아 붓는 일이기 때문이다.

왕골은 5월경 논에 심어 7월말에서 8월중순에 수확한다. 간격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지금도 직접 손으로 심고, 재배한 것은 3일에서 5일정도 밤이슬과 햇볕에 번갈아가며 바짝 말린다. 누렇게 건조되면 100℃ 이상 끓는 물에 염색하고 작업에 들어가기 전 다시 물에 불리는데 삼면체 모양으로 이뤄진 각 면을 쪼개어 펴고 두껍고 거친 것을 겉감, 가늘고 얇은 것을 안감으로 구분, 겉감 안에 안감을 넣고 도르르 말아 사용한다. 동글동글해야 더 예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쿠션감을 주기 위해서다. 어느 과정 하나 기계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 하는 데도 엄청난 노고가 뒤따른다.

그러나 막상 본 작업에 들어가면 지금까지의 고생보다 몇십배로 고통스럽다. 몸도 몸이지만 한순간도 집중력이 흐트러져서는 안되기에 체력은 물론이거니와 고도의 정신력이 요구된다.

일명 ‘골병틀’이라 불리는 자리틀에 왕골을 한줄씩 끼우고 고드레(실을 감은 쇠붙이)를 앞뒤로 넘겨가며 엮는데 보통 6자 화문석에 216개가 사용되고 이것을 10만번 이상 반복한다. 문화센터에서 이보다 훨씬 쉬운 바구니 제작을 가르쳤는데도 끝까지 남은 학생이 없었다고 하니 화문석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새로운 문양, 기법 계발
그 정도인데 한씨는 정말 운명이라서 그런 건지 이 고난의 길이 마냥 즐겁다고 한다. 완성후 느끼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란다. 그래서 늘 화문석이 역사에 묻히는 것이 아닌 계속 사랑받게 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다. 문양 계발은 그 중 하나로 십장생, 봉황, 원앙 등 전통문양뿐 아니라 젊은 세대도 좋아할 만한 심플하고 기하학적인 무늬를 고안한다. 중국 소수민족의 의복문양과 인디언 수공예품 등이 모두 참고자료다.

기법면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녀에게 대통령상을 안겨준 연꽃모양에 거북이 게 새우 오리 잉어 등의 무늬를 넣은 연화석은 아직 아무도 그 기법을 따라하지 못할 정도로 독특하다.

그녀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화문석이 생활공예뿐 아니라 예술품으로도 가치가 있음을 알릴 때다. 그 때문에 해외 전시도 자주 여는데 일본 중국 미국 프랑스에서 순회전을 가졌고 가지고 간 작품이 전부 팔릴 만큼 호응을 얻었다. “단순히 맥을 잇는 것이 아닌 더욱 발전시키고 많은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기쁨이자 사명”인 그녀에게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여름엔 시원, 겨울엔 따뜻
한씨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엉덩이가 따뜻해져왔다. 조금 이상했다. 화문석하면 여름에 시원하게 앉으라고 깔아두는 자리 아닌가.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상식이란다. 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주로 여름에 애용되지만 보온효과도 높아 계절을 막론하고 사시사철 이용할 수 있는 ‘만능’이라고 한다. 꽃샘추위로 꽤나 쌀쌀한 날씨였는데도 난방 없이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것 보면 참 대단한 ‘물건’이긴 했다.

그러나 조상의 지혜가 담긴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화문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입식생활패턴으로 수요도 줄고, 인건비도 안나오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이들이 일반 공장에 취직하는 추세다. 한씨는 이런 현실이 너무도 서글프지만 그렇다고 싫다는 사람 억지로 붙들어 매고 시킬 수도 없는 거잖냐고 반문한다. 그녀의 눈에 안타까움과 슬픔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웃으며 말했다.

“저만이라도 초고장의 명맥을 지킬 겁니다. 그리고 며느리가 들어오면 이 일을 되물림해야죠. 5대에서 끊길 순 없어요. 화문석 역사의 한줄기를 이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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