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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영화에 '행복한 게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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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행복한 게이’
는 없다




퀴어영화 10년史,

동성애에 대한 오해와 편견




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퀴어시네마’라고
하는데, ‘퀴어’의 원래 사전적 의미는 ‘기묘한’ ‘기분 나쁜’이란 뜻이다. 하지만 1992년 영국의 영화비평가 루비 리치가 영화전문지
‘사이트 앤 사운드’를 통해 ‘뉴 퀴어시네마’라는 분석기사를 기재하면서 동성애자의 권익을 보호하거나 동성애를 다룬 영화를 지칭하는 용어로
바뀌었다.

1960년대 켄 휴스 감독의 ‘오스카 와일드의 시련’을 효시로 ‘아이다호’ ‘결혼피로연’ ‘크라잉게임’ ‘필라델피아’ ‘해피투게더’ 등
많은 퀴어영화들이 제작됐고, 국내에서도 1993년 박동훈 감독의 단편 ‘어머니’를 출발점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10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국 퀴어시네마.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 본다.



다양성 표출의 일환


우리나라 최초로 동성애를 전면에 다룬 영화는 일본인 하사관과 조선인 지원병의 이야기를 그린
김수용 감독의 ‘시발점(1969)’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초반으로 다수의 단편영화가 등장했고, 1996년에는
첫 동성애 장편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이 제작됐다. 이후 ‘노랑머리2’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서 최근작 ‘로드무비’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에 이르는 퀴어영화의 계보가 만들어졌다.

1990년대 갑자기 동성애영화가 다작된 것은 시대적 배경에 연유한다. 본인이 동성애자이면서 ‘언제나 일요일 같이’ ‘슈가 힐’ ‘마초사냥꾼’
등의 퀴어영화를 만들어온 이송희일 감독은 “군부독재가 끝나면서 그 동안 억눌려왔던 욕망이 분출됐고, 다양성에 대한 표현이 표면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립영화의 대두와 1993년 한국 최초 가시적 동성애자 모임 ‘초동회’의 창단도 이러한 맥락과 연결해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근질거리는 멜로와 시덥잖은 에로물 사이를 허덕이던 1980년대와 단절하면서 창의적이고 소재 발굴적인 시나리오를 찾다보니 상업적 충무로
영화판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동정심을 자극해라?




사적 욕망에 대한 서술이든, 흥행을 위한 미끼이든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간 만들어진 퀴어영화의 대부분은 저예산 영화다. 눈엔터테인먼트 창립작 ‘번지점프를 하다’가 그나마 A급 영화로 분류될 만큼의 자본이
투여됐지만 동성애와 무관한 것처럼 은폐한 채 톱스타를 기용한 블록버스터만을 내세웠다. 한 영화제작자는 “아직 일반 관객들의 정서가 동성애영화를
수용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흥행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제작지원이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처럼 호러의 외피를 입히는 식의 다른 장르로 포장하거나 동성애의 ‘안타까운 사랑’을 부각시켜 대중들의
동정심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실례로 이송희일 감독은 군대간 애인을 면회가는 동성애자와 그의 친구들이 벌이는 한바탕 수다를 내용으로 한
시나리오를 “좀 더 눈물 끈적하고 이성애자의 아량을 자극하는 이야기로 수정해 줄 것”을 제작자에게 요구받았다고 한다.

흥행을 위한 ‘노력’은 이성애자의 동정표를 받기 위해 동성애자를 애써 안쓰러운 존재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온 영화 속
게이는 지극히 나약하고 패배적이며 자기비하적인 인물이다. 동성애자 P씨는 “우리나라 퀴어영화는 마치 동성애자들이 즐겁게 웃기라도 하면 큰일
나는 줄 안다”며 “보고나면 짜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이뤄져서는 안 되는 사랑




반면에 정반대로 강한 남성적 이미지를 과장되게 부각시키기도 한다. ‘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은 “기존 영화의 약하고 여성화된 게이가 아닌
남성적이고 힘있는 마초 게이를 등장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P씨는 이것을 “결국엔 강자가 자신을 거부하는 약자를 정복하고야마는
포르노의 흔한 판타지일 뿐”이라며 “이성애자들의 허상”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가부장적 이성애 코드에 함몰된 동성애영화 아닌 동성애영화가
됐다는 것이다.

또한 퀴어영화 속 주인공들은 오히려 이성애자보다 더 반동성애자적인 태도를 보여 동성애자들을 부정하고 그들로부터 도망치기 일쑤다. 자신이
동성을 사랑하는 것을 어쩔 수 없어하면서도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자기 혐오와 증오의 감정에 사로잡힌다. 동성애자라고 밝힌 K씨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인정할 때 많은 혼란과 용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심리가 지나칠 정도로 강조된다”며 “마치 모든 동성애자들이 늘
죄책감과 자괴감에 빠져있는 양 그려지는 것이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동성애영화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다른 한 가지는 두 동성애자 사이에 이성애자가 끼어드는 것이다. 그 이성애자로 인해 탄탄하던 동성애는 깨지고
그 중 한 명은 이성애자로 회복(?)되기도 한다. “삼각관계는 모든 영화에 등장하는 요소일 뿐”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동성들의 사랑을 이뤄져서는
안 되는 불가능한 사랑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동성애자여, 카메라를 들어라




이러한 한계에 봉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성애자가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동성애자들의 중론이다. 이성애자 중심의 사회에 살아온 동성애자가
이성애 영화를 만드는 것은 가능해도 이성애자가 동성애 영화를 제대로 된 이해의 틀로 만들어내기는 무척이나 어려우리라는 것이다. 때문에 오해와
편견에 빠지거나 본질과 전혀 다른 상상의 ‘괴물’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송희일 감독은 “카메라를 든 퀴어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충무로와 독립영화에서 올바른 퀴어영화가 제작되지 않는다고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바람의 크기만큼, 질타의 크기만큼 동성애자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판 ‘헤드윅’이나 ‘소년은 울지 않는다’를 만나기 위해선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다만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한 ‘섹스코미디’
장르라면 그나마 주목받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진정한 퀴어영화를 빨리 만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퀴어영화 제작 단체를 만들고, 커뮤니티의 집단적 힘이 부여된 영화 담론들을 끊임없이 생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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