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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남성의 중년, 제2의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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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중년, 제2의 사춘기



정신과의사 정혜신의 감성콘서트 ‘남자들’에서 읽는 40대 남성의 심리




20
세기
중반 이후 여성들이 정체성 찾기를 꾸준히 해온 반면, 사회적 성역할의 편견 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희생돼 온 남성들은 자기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게 현실. 정신과의사 정혜신 씨가 마련한 중견 남성의 삶과 심리를 읽어내는 공연 ‘남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만
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강의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 새로운 공연문화를 열었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남성심리 전문가’로 유명한 정씨는 “딱딱한
강의보다는 열린 구조와 감성적인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중년 남성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는 치유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원의 집을 테마로 무대를 꾸몄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마루, 지리산에서 직접 가져왔다는 아름다운 대나무, 바람소리, 기차소리,
따뜻한 조명 등 섬세한 무대 연출은 월드컵 개막식 총연출을 맡았던 손진책의 작품이다.

정씨는 “중년 남자들의 10명중 7명이 숲속의 전원 주택을 꿈꾼다”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환경을 위해 만든 세트다. 실제 내 집이
전원주택이기 때문에 손님을 초대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남자들’은 학술 강의이자 상담이면서 수필집을 낭독하는 듯한 자기고백적인 면도 있다. 그런가하면, 정씨가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영상자료를 보여주기도 한다. 풍부한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심리학적 해부는 날카롭지만 공연 전체는 친구와 나누는 사담처럼 친근하다.




공수부대식 사고를 강요받는 삶




공연은 해병대의 훈련장면을 담은 미국 영상물을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남성의 특징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군대를 빼 놓을 수 없다는 것이
정씨의 생각이다. “군대 조직은 남자들의 삶을 가장 잘 대변해 준다”고 정씨는 말한다. 군대는 ‘하고 싶은 것을 안 하는 것’과 ‘하기
싫은 것을 참는 것’을 가르친다. 군대는 인간적 모멸감과 고통을 견디도록 강요받는 특수 집단이다.

문제는 일상적 삶에서도 이런 잣대가 남성에게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정씨는 “대민봉사활동을 하는 평화유지군에게 공수훈련을 시키는 것이 남자들의
삶이 아닌가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 군대는 한 순간의 위기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평화시 군대라는 조직은 불필요하지만 없애기에는
불안하다. 남성에게도 이런 딜레마가 있다.

맞벌이를 하던 한 남성은 실직 후 가사일을 전담하게 됐다. 집안일은 적성에 딱 맞았고 아무일 없이 잘 해냈다. 하지만, 갑자기 아내와의
잠자리를 가질 수 없게 됐다며 정씨를 찾아왔다. 정씨는 “공수부대식 사고에 익숙하던 남자가 한순간 상황이 바뀐다고 평화유지군 체제로 전환되진
않는다”며 남성의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가를 강조했다.

정씨는 남성의 섹스에 대한 강박관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남성의 섹스는 틀이 있다. 한 가지는 남자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남에게 폼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환락가에서 매춘여성과 벌이는 성적 유희를 실제로 유쾌하게 즐기는 남성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왜 남성들은 그런 유희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나? “그래야 될 것 같아서. 그래야 노는 것 같아서”라는 것이 많은 남성의 대답이다. 성에 대한 남성의 고정관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자의 성적 사고에서 가장 큰 문제는 상대를 만족시키는데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다. 정씨는 “남성 10명 중 3∼4명이 조루라고 생각한다는
통계는 성에 대한 남성의 압박감을 잘 보여준다. 의학적으로는 조루는 결코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감성 올라오면서 사고의 균열 시작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남성에게 이러한 삶의 딜레마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이 바로 중년이다. 중년의
남성에게는 공수부대식 사고의 균열이 찾아온다.

이 시기의 남성들은 TV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출근길 봄햇살에 이끌려 무작정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어떤 남성은 자신에게
무관심한 아내에게 살의를 느끼기도 한다. 정씨는 40대 남성의 감성을 김광석의 노래로 표현했다. 김광석 노래는 안쓰럽고 쓸쓸하며 애수에
젖었지만 무너지지는 않는 남성 감성의 원형을 보여준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여성호르몬이 증가하고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중년 남성의 생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몸의 한계를 느끼며 마음의
흔들림을 겪는 것이 보다 결정적 원인이다.

중년 남성들이 외도에 쉽게 빠지는 것도 이런 심리적 배경에 기인한다. “막 태어나는 까마귀에게 진공청소기를 보여주면 까마귀는 청소기를 평생
사랑한다. 생명체는 가장 무기력한 순간에 눈앞에 놓인 대상을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중년의 변화를 겪는 남성들의 또 다른 특징은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하고, 부모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진다는 것이다. 부모님과의 옛 추억을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일이 잦아지는 시기인데, 정씨는 이것을 심리적 퇴행이라고 한다. “가장 미진한, 무엇인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남아있던
그때로 후퇴하게 된다.”

그 때문에 아내와의 갈등도 많아진다. 40대 남자는 자신의 부모와 자신의 개인적 코드를 아내가 알아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정씨는 하지만,
“이런 심리적 퇴행은 중년 남성의 감성이 발현되는 중요한 축이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그 변화가 너무 급격한 것이다. “남자가 감성적이게
되는 과정은 일정부분 고통을 수행한다”고 정씨는 말한다.



고통과 혼란 뒤 성숙 올 것




감성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중년의 남성은 사춘기를 겪는 10대와 같다. 사춘기의 청소년처럼 주변에도 고통을 준다. 정씨는 “사춘기 아이의
비상식적 행동을 부모는 견뎌낸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아이가 훌쩍 클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도 마찬가지다. 혼란의 시기가
지나면 성숙이 온다”고 일러준다.

제2의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은 소설가 최인호 씨는 “중년의 혼란을 겪기 전엔 전생이었던 것 같다”며 이후의 새로운 삶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년은 억압적인 남성적 사고를 깨치고 자유에 눈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씨가 객석에 앉은(양복을 차려입은 희끗희끗한 반백의 중년 남성이
홀로 앉은 모습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남성들에게 보낸 마지막 멘트는 중년의 심리적 변화가 삶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금 저 멀리서 100억 정도의 재산을 갖고 친척 한 분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재산은 여러분에게 상속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축복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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