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3 (일)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인물

장인을 찾아서(17) - 가죽에 전통 새겨 신념을 옻칠한다

URL복사
<%@LANGUAGE="JAVASCRIPT" CODEPAGE="949"%>


Untitled Document






가죽에 전통 새겨 신념을 옻칠한다




칠피공예 단절 위기, 유일한 계승자 박성규 선생



피공예란
칠은 옻칠을, 피는 가죽을 가리켜 가죽에 옻을 입히는 공예를 말한다. 칠피공예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사실 역사가 깊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AD 5세기 말경으로 추측되는 천마도가 대표적 증거다.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어진 말 안장장식에 그려진 천마도는 가장자리에
가죽을 대어 옻칠하여 제작됐다. 또 보물 460호와 747호로 지정된 칠피갑옷과 칠피안장도 칠피 방식으로 만들어진 유물들이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 고유의 전통은 단절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다행은 박성규(52) 선생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문양 구상 가장 난감




국내 유일 칠피공예가의 작업실은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옥상을 개조해 만든 좁은 공간이었다. 박 선생만이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아담’했다. 그는 이곳에서 식사와 수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 바닥 이곳저곳과 그의 옷에 옻칠이
묻어있었다.

연꽃무늬 반짇고리를 다듬던 박 선생의 손이 몹시 메마르고 거칠었다. 제작과정이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그의 지문은 닳아 늘 희미하다.


작품은 가죽으로만 구성하거나 목재에 가죽을 겸해 만든다. 우선 디자인과 문양을 구상하고 적합한 가죽을 선택한다. 가죽을 밑그림대로 마름질하여
옻칠하고 옻칠과 찹쌀풀로 섞어만든 옻칠풀로 가죽을 단단하게 붙인다. 일반 본드를 사용하면 수명이 길어야 70년이지만 옻칠풀은 천년도 간다고
한다. 상감, 투각 등을 이용해 문양을 만들고 옻칠로 마무리한 뒤 광내기 작업을 마치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마지막에 자개나 기타 다른
장식을 달아 한층 멋을 낼 수도 있다.

옻칠을 입히고 사포로 다듬는 일은 보통 열 번 가량 반복해야 방수와 방부에도 강한 튼튼한 소재로 바뀐다. 그러나 제작 시 이것보다 더 힘든
부분은 디자인과 문양 구상이다.

“자료나 유물이 거의 없고 가르침을 줄 스승이 없기 때문에 혼자 연구하고 도안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시행착오
끝 독학으로 터득




박 선생은 원래 나전칠기 장인이었다. 1968년 익산시 작은 농방에서 나전칠기 배운 것을 시작으로 서울로 상경해서도 꾸준히 이 분야에 매진했다.
그러다 친구형의 구두공방에서 가죽 다루는 일을 접한 것을 계기로 아예 가죽공예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는 박물관과 골동품상을 다니면서 유물을
관찰하다 퍼렇게 곰팡이가 피고 파손이 심한 점에 주목, 그것을 막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죽상자에 구두약을 칠하는 다소 엉뚱한
시도도 했다. 시행착오는 거듭됐고 비로소 옻칠의 특수성분이 가죽을 단단하고 파손율이 적으며 부패방지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가죽은
옻칠을 많이 빨아들어 얼룩이 자주 생기기 때문에 작업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박 선생은 1992년 처음으로 전승공예대전에 칠피가죽상자를 출품해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면서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았다. 이후 많은 공모전에
입상했고, 전시회를 통해서도 칠피공예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사라지는 전통에 대한 애착”이라며 “널리 알리고 맥을 이어가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고 말하는 그는 “하나를 만들어도 유물로 남을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기능성과 예술성,
세계에서도 인정




박 선생은 칠피공예의 장점을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죽은 가볍고 질긴 반면 물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옻칠을 하면 방습 방역 방충
방부에 탁월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화살로 뚫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튼튼하기 때문에 무거운 철갑옷대신 칠피로 만든 갑옷을 선호했다.
보물로 지정된 서애 유성룡 선생 갑옷이 그 예다. 수명도 반영구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냐고 박 선생은 주장한다.

또, “기능성, 예술성을 강화하기 위해 늘 연구한다”며 “시대에 맞게 현대적 이미지를 담아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넝쿨모양을 연속해서 그려낸 당초무늬가 내 작품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박 선생은 문양에 의미를 담아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무궁화 원형테이블이다. 중앙부에 활짝 핀 무궁화 꽃송이가 그려진 이 작품은 꽃
안쪽에는 세계지도를, 테두리에는 마주잡은 손모양을 그려 넣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마주잡은 손은 화합을 뜻합니다. 결국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세계가 화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작품은 미국에 팔렸다. 기능성과 예술성에 작가의 가치관이 더해져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난 행복한 사람”




우리나라의 칠피공예가는 박 선생이 유일하다. 몇 해 전 일본인 두 명이 배워갔으나 국내에는 아직 전승자가 없다. 그런데 그에게 선뜻 제자가
되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딸 박선영(23) 씨다. “어렸을 때부터 관심갖고 소질도 보였죠”라며 딸의 선포가 놀랍지는 않다는 박 선생은
“다만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에 사실 망설여진다”고 고백한다. 돈벌이로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은
적성에 맞는다면 수족이 움직이는 한 평생 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죠”라며 이내 웃는다.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 50대 장인의 무욕의 깨끗함이 전해졌다.

“좋아하는 일이 있고, 언제나 후원해 주는 아내가 있으며, 전수할 딸이 있으니 난 너무나 행복한 사람입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방송3법·노란봉투법, 여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 통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방송3법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중 국회법에 따라 토론을 중단시키자는 민주당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방송3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슨 토론 종료냐" "이렇게 진행하는 게 어디 있느냐"라며 항의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몇 시간을 준비한 토론 절차를 생략하면 국회랑 의회는 왜 있나.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소수의 의견 표명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상황에 대해 법사위원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일방적인 법안 상정과 발언 기회 박탈을 놓고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이 법사위원장이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한때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방송3법은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 수를 확대하고 이사 추천 주체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KNSO아카데미 ‘컬러풀’ 공연...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 협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오는 8월 20일(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NSO아카데미 5기 청년 교육단원들의 성과를 담은 무대 ‘컬러풀’을 선보인다. KNSO아카데미는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무대 경험과 실무 교육을 통해 균형 잡힌 역량을 갖춘 차세대 음악가를 양성하는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0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초 통합 공모를 통해 교육단원 60명이 선발됐다.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단한 이들은 국립심포니뿐 아니라 파리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 내한한 세계 유수 교향악단의 단원들과 솔리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국제적인 수준의 밀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 또한 올해 총 14회의 실내악 및 지역 공연에 참여하며 무대 경험과 앙상블 역량을 실전에서 체득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이들이 상반기 동안 갈고닦은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현대음악, 협주곡, 교향곡을 아우르며 단원들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연의 포문은 김은성 작곡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만화경’이 연다. 2023년 ‘작곡가 아틀리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국립심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