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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장인을 찾아서(17) - 가죽에 전통 새겨 신념을 옻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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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에 전통 새겨 신념을 옻칠한다




칠피공예 단절 위기, 유일한 계승자 박성규 선생



피공예란
칠은 옻칠을, 피는 가죽을 가리켜 가죽에 옻을 입히는 공예를 말한다. 칠피공예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겠지만 사실 역사가 깊다.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AD 5세기 말경으로 추측되는 천마도가 대표적 증거다. 자작나무 껍질로 만들어진 말 안장장식에 그려진 천마도는 가장자리에
가죽을 대어 옻칠하여 제작됐다. 또 보물 460호와 747호로 지정된 칠피갑옷과 칠피안장도 칠피 방식으로 만들어진 유물들이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 고유의 전통은 단절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다행은 박성규(52) 선생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 문양 구상 가장 난감




국내 유일 칠피공예가의 작업실은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옥상을 개조해 만든 좁은 공간이었다. 박 선생만이 겨우 자리를 차지하고 작업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아담’했다. 그는 이곳에서 식사와 수면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한다. 바닥 이곳저곳과 그의 옷에 옻칠이
묻어있었다.

연꽃무늬 반짇고리를 다듬던 박 선생의 손이 몹시 메마르고 거칠었다. 제작과정이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그의 지문은 닳아 늘 희미하다.


작품은 가죽으로만 구성하거나 목재에 가죽을 겸해 만든다. 우선 디자인과 문양을 구상하고 적합한 가죽을 선택한다. 가죽을 밑그림대로 마름질하여
옻칠하고 옻칠과 찹쌀풀로 섞어만든 옻칠풀로 가죽을 단단하게 붙인다. 일반 본드를 사용하면 수명이 길어야 70년이지만 옻칠풀은 천년도 간다고
한다. 상감, 투각 등을 이용해 문양을 만들고 옻칠로 마무리한 뒤 광내기 작업을 마치면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마지막에 자개나 기타 다른
장식을 달아 한층 멋을 낼 수도 있다.

옻칠을 입히고 사포로 다듬는 일은 보통 열 번 가량 반복해야 방수와 방부에도 강한 튼튼한 소재로 바뀐다. 그러나 제작 시 이것보다 더 힘든
부분은 디자인과 문양 구상이다.

“자료나 유물이 거의 없고 가르침을 줄 스승이 없기 때문에 혼자 연구하고 도안하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시행착오
끝 독학으로 터득




박 선생은 원래 나전칠기 장인이었다. 1968년 익산시 작은 농방에서 나전칠기 배운 것을 시작으로 서울로 상경해서도 꾸준히 이 분야에 매진했다.
그러다 친구형의 구두공방에서 가죽 다루는 일을 접한 것을 계기로 아예 가죽공예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는 박물관과 골동품상을 다니면서 유물을
관찰하다 퍼렇게 곰팡이가 피고 파손이 심한 점에 주목, 그것을 막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죽상자에 구두약을 칠하는 다소 엉뚱한
시도도 했다. 시행착오는 거듭됐고 비로소 옻칠의 특수성분이 가죽을 단단하고 파손율이 적으며 부패방지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가죽은
옻칠을 많이 빨아들어 얼룩이 자주 생기기 때문에 작업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박 선생은 1992년 처음으로 전승공예대전에 칠피가죽상자를 출품해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하면서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았다. 이후 많은 공모전에
입상했고, 전시회를 통해서도 칠피공예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사라지는 전통에 대한 애착”이라며 “널리 알리고 맥을 이어가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고 말하는 그는 “하나를 만들어도 유물로 남을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기능성과 예술성,
세계에서도 인정




박 선생은 칠피공예의 장점을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죽은 가볍고 질긴 반면 물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옻칠을 하면 방습 방역 방충
방부에 탁월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화살로 뚫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튼튼하기 때문에 무거운 철갑옷대신 칠피로 만든 갑옷을 선호했다.
보물로 지정된 서애 유성룡 선생 갑옷이 그 예다. 수명도 반영구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냐고 박 선생은 주장한다.

또, “기능성, 예술성을 강화하기 위해 늘 연구한다”며 “시대에 맞게 현대적 이미지를 담아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넝쿨모양을 연속해서 그려낸 당초무늬가 내 작품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박 선생은 문양에 의미를 담아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무궁화 원형테이블이다. 중앙부에 활짝 핀 무궁화 꽃송이가 그려진 이 작품은 꽃
안쪽에는 세계지도를, 테두리에는 마주잡은 손모양을 그려 넣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마주잡은 손은 화합을 뜻합니다. 결국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세계가 화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작품은 미국에 팔렸다. 기능성과 예술성에 작가의 가치관이 더해져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난 행복한 사람”




우리나라의 칠피공예가는 박 선생이 유일하다. 몇 해 전 일본인 두 명이 배워갔으나 국내에는 아직 전승자가 없다. 그런데 그에게 선뜻 제자가
되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바로 딸 박선영(23) 씨다. “어렸을 때부터 관심갖고 소질도 보였죠”라며 딸의 선포가 놀랍지는 않다는 박 선생은
“다만 너무나 힘든 일이기 때문에 사실 망설여진다”고 고백한다. 돈벌이로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은
적성에 맞는다면 수족이 움직이는 한 평생 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죠”라며 이내 웃는다.

행복해 보이는 미소였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 50대 장인의 무욕의 깨끗함이 전해졌다.

“좋아하는 일이 있고, 언제나 후원해 주는 아내가 있으며, 전수할 딸이 있으니 난 너무나 행복한 사람입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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