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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년 만에 착공은 밀어붙이기식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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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천 복원은 난개발로 점철된 한국 도시발달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청계천 복원과 관련해 장밋빛 전망만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오던 서울시가 지난달 11일 복원 기본계획을 발표하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복원계획, 교통대책, 보상문제 등 다방면에서 문제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7월 착공은 무리라고 주장한 반면
서울시와 이명박 시장은 기간이 늦춰지면 많은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며 착공을 강행하려해 논란이 예상된다.



급할 수록 돌아가야




청계천 복원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복원사업인 데다 이 사업으로 야기될 영향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명박
시장은 무엇보다도 임기중 공사 완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치밀한 준비없이 복원의 명분만으로 서두를 경우 자칫 졸속으로 치달아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가 밝힌 기본계획에 따르면 복원공사는 2003년 7월1일 철거작업을 시작으로 2005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3년도 안돼 도심에 푸르른
생명수가 흐른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나’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청계천 복원이 구체적으로 얘기된 것은 불과 1년전. 이 시장의
당선이후 불과 10개월만에 복원계획이 만들어졌고 2년 6개월 후면 청계천이 흐르게 된다.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지난달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계천복원 관련 여론조사 결과, 가장 민감한 복원 착공시기에 대해 시의
입장인 “올해 7월이 좋다”는 의견은 10.6%에 그친 반면 “늦어지더라도 전문가, 시민 의견이 충분히 수렴된 뒤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88.8%나 됐다.

그런데 이 시장이 “복원을 하되 복원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조사결과 발표를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물의를 빚었다.

시민의 소리에 귀기울여야할 시장이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시민들의 눈과 귀까지 막으려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시민의
의견을 무시할 정도로 자신감이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주위의 우려에 대한 불안감일까?

남영국 토목학회 부회장은 “2003년 7월에 착공해 2005년에 마무리한다는 공사기간은 문제가 있다”며 “복원과 보존이 이루어지면 건설전문가뿐
아니라 시민단체나 사학자들도 참여해야 하는데 지금의 공기는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자신의 임기안인 2005년에 복원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권용우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회장은 “‘장마철인 7~8월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타당한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수해의 위험성이 높은 장마철에 공사를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복원에 시민은 없다




또 상당수 시민들은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사업이 지금까지 관련 공무원만 업무에 집착해 너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냐며 앞으로
여론수렴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사원 권정훈(33) 씨는 “청계천 복원사업의 주체는 1,000만 서울시민”이라며 “서울시장도 시민과 함께 복원사업을 좀더 개방해 다양한
여론수렴으로 해결점을 모색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청계천복원사업을 위해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청계천연구지원단과 함께 시민의 여론을 수렴한다는 취지에서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시민의견보다는 자문기구에 지나지 않아 청계천복원사업에 대한 주민참여의 필요성이 수차례 거론됐었다.


시민위의 참여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시민위에 활동하고 있는 위원장이나 부위원장들의 의견도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며 “사정이 이러한데
시민의 의견이 제대로 방영되겠냐”고 반문했다.

환경운동연합 양장일 사무국장은 “청계천 복원에 시민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지만 불편을 감수하려면 충분한 설득이 필요하다”며 “복원과 관련해
좀더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계천 주변 상인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울시와 상인단체에서는 1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복원
반대’를 주장하며 서울시가 자신들과 사전 논의도 없었고, 시민위를 구성할 때도 이해당사자인 자신들을 논의대상에서 제외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청계천상권수호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이웅재)가 지난해 말 세운상가, 황학동상가, 청계상가, 공구상연합회 등 7개 단체 상인 1,6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6.6%(1455명)가 청계천 복원을 반대하고, 7.3%(122)는 유보를, 찬성은 고작 6.1% (103)이었다.


대책위 김태구 정책국장은 “복원이 얘기된 지 불과 1년 만에 착공한다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시절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라며 복원 계획을 수립하는
데만 최소 3~4년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복원계획을 유보하고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일방통행식 행정




하지만 서울시는 ‘7월 착공’을 위해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열차와 같다. 청계천 복원에 있어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교통문제다. 그런데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 교통대책을 경찰이나 버스업체들과 한마디 협의없이 발표해 ‘일방통행식’ 행정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경찰은 교통문제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오는 9월쯤에서야 서울시와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철거가 예정된 7월 이전에 시가 원활한 교통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계천 복개구간을 지나는 한 버스노선업체 관계자는 “노선 조정과 관련해 공청회를 갖겠다던 서울시가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해, 노선 변경에
따른 버스업체의 불만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계천 복원에 따른 교통문제를 대중교통으로 풀겠다던 서울시와 이 시장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CEO 시장의 과욕이 빚은 불도저식 개발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역사에 길이 남을 사업이 될 것인가. 수많은 걸림돌을 안고 있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출발부터 불안하다는 우려가 단지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고병현 기자 sama1000@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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