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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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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유류세 추가 인하 대신, 정유사의 현 과점 체제를 깨고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주유소 가격 공개 사이트 운영이나 정유사 공장도 가격 공개 주기 단축과 같은 석유 시장 구조개선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다. 현재의 ‘정유사-대리점-주유소 수직구조’로 연결된 유통구조를 끊고, 대리점끼리, 혹은 주유소끼리 서로 기름을 사고팔 수 있는 수평구조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유통제도를 바꾸어 기름값을 내려 보겠다는 것. 정부와 주유소, 정유업계의 업계가 서로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네 탓’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사례로 본 정부와 정유사의 입장차
정부는 국내 정유사의 과점체제가 기름값 인상의 주범이라고 판단, △대형마트(할인점) 주유소 신설 허용 △주유소 프랜차이즈 등을 통해 석유류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정유사를 압박했다. 이례적으로 ‘일본 석유산업 자유화 조치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한 일본의 사례까지 발표했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경쟁체제가 도입된 일본에서는 휘발유 등 석유 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4개 정유사의 과점 체제로 가격 결정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설명이다.
1991년 일본의 휘발유값(세금 제외)은 0.52달러로 우리나라의 0.37달러보다 높았으나 지난해 7월에는 한국이 ℓ당 661원으로 일본의 592원에 비해 12%나 높다고 나와 있다. 이는 일본이 석유 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휘발유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유사는 우리기업과 비교해 매출액이 4배 많은데 영업이익은 비슷하다는 점은 국내 시장에서 시장 경쟁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석유 제품 선물시장을 도입하고 수입 휘발유 비관세 장벽을 낮춰 가격을 끌어 내리겠다“고 말했다.
고유가를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렸다는 것인데 정유사 입장은 다르다. 국제유가가 오르기 때문에 정유사 공급가격도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2008년 2월 무연휘발유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정제하는 비용, 인건비 및 이익을 포함해 ℓ당 약 150원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국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비싼 것은 정부가 가져가는 유류세 때문이라고 반론한다. 정유업계의 이익단체인 대한석유협회는 ‘일본 석유산업 자유화 조치 및 시사점’에서 일본에 비해 국내 석유 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휘발유 세전 평균 가격은 ℓ당 780.80원으로 일본의 840.7원에 비해 60원 낮았지만 소비자 가격은 한국이 252원15전 비쌌다.
이는 국내 휘발유값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10% 인하 한 뒤에도 일본 등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그 세율이 높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점을 시사한다.
누구 말이 맞나?
양측의 주장대로 라면 둘 다 맞는 얘기다. 똑같은 자료를 갖고도 한국과 일본의 휘발유 값을 비교하는데 정부와 정유업계의 해석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뭘까? 이는 각각 가격을 비교한 시점이 달라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말을 기준으로 해서 한국이 비싸다고 했고 정유업계는 최근 3개월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이를 반박한 것이다.
여론의 흐름은 그래도 가장 최근 가격을 비교한 정유사들의 주장이 조금 더 타당하다는 쪽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유사의 편을 들기도 애매한 측면이 있다. 작년 연간으로는 따져서 국내 휘발유 평균 가격이 일본보다 ℓ당 13원 가량 비쌌다.
지난 1년간 정유사들이 마진을 더 챙겼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일본은 수출을 하지 않는데 반해 한국 정유사들은 50% 가까운 물량을 수출해서 채산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정유사 매출이 크게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 정유사측의 입장. 고유가로 인해 올해 1.4분기 주유소 매출은 8년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가격상승으로 인해 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주유소 매출은 19.8%증가한 반면 판매량은 오히려 1,6%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주유소 마진은 거의 고정적이기 때문에 연료 가격이 올라간다고 해서 마진도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데다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은 가격을 바로 연료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뛰고 있지만 최근 환율 급등으로 정유사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GS칼텍스는 1분기 경영실적 발표에서 매출은 7조68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보다 54.9% 늘었지만 순이이기은 232억원 적자를 냈다. 환차손으로 2000억원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GS칼텍스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11년 만이다. 다른 회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
정부는 기름값을 공개해 시장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지난 4월15일부터 전국 1만2000여개에 달하는 주유소의 기름값을 공개하는 주유소 종합정보 시스템 ‘오피넷(www.opinet.co.kr)’을 개설했다. 하지만 주유소는 판매가격만이 아닌 정유사와 대리점의 판매가격도 함께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상에 따라 주유소 판매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들은 최종 판매자인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
주유소협회는 실제 공급가격과 판매가격을 기준하여 휘발유 평균 마진율은 5~6%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에 인건비, 신용카드 수수료 등 매출이익 대비 80%에 이르는 판매관리비 반영시 주유소 평균 영업 이익률은 1.24%에 불과하다는 것.
경기도 소재 한 주유소 관계자는 “솔직히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가격이 상당히 높아 남는 게 별로 없다”며 “주유소들 간의 경쟁만으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 인하는 어렵다”고 전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의원도 “정부가 기름값 인하의 희생양을 주유소로 잡은 것”이라며 “문제의 근원은 정유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에 따르면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의 수익을 내고 있고, 이 시점에서 국내 휘발유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 합리적인 것인지 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 사실 정유사들은 ‘사업자간 거래 가격’을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노 의원은 “정유사가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며 “내수용·수출용 원유 정제가격을 다르게 책정해 폭리를 취했다는 의혹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차량 연료 가격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매번 정유사 마진 때문이냐, 세금 때문이냐를 놓고 공방만 되풀이해서는 답이 나올 리 없다. ‘실용 정부’를 외치는 정부답게 피부로 와 닿는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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