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3 (일)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문화

추억을 빚고 삶을 굽다

URL복사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장흥리 굽이굽이 산골로 들어가면 멋스럽고 편안한 황토집이 시선을 끈다. 나무와 흙, 봄꽃 속에서 자연 그 자체로 보이는 흙집은 어린시절 외가댁 같은 정겨움을 물씬 풍긴다. ‘토우도예(towokorea.com)’라는 작은 간판을 내건 이 집의 주인도 흙집처럼 소박하고도 은은한 향기를 지녔다.
석채, 트임의 독창적 세계 구축
흙의 질감과 손결, 흙벽 사이사이 촘촘히 박힌 통나무가 고스란히 모양을 드러내는 이 흙집은 석채자기 작가 이직과 토우인형 작가 라현수 씨가 직접 만든 작품이다. 부부는 살고 싶은 집을 경치 좋고 공기 좋은 터전에 직접 지었는데, 이 곳은 작업실이자 전시장, 사랑방이기도 하다.
‘토우도예’는 예쁜 집에 이끌려 들어섰다가 벽면을 가득 메운 작품의 아름다움에 압도당하는 곳이다. 과묵한 성품이 고집스러운 장인 기질을 느끼게 하는 이씨와 정이 넘치고 아기자기한 취향의 라씨. 작품들이 하도 이들 부부를 꼭 닮아서 진정성을 더욱 느끼게 한다.
석채자기로 유명한 이씨는 샌프란시스코 국제 미술 초대전, 프랑스 국제 미술 교류전 출품, 인도 샹카 국제 미술제 특선, LA국제 미술 창작전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색채와 질감이 정교하게 살아있는 이씨의 자기들은 가히 작품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게 할 만큼 감탄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석채와 트임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독창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석채 자기는 초벌과 재벌을 마친 이후에 색깔 있는 돌가루로 그림을 그리고 다시 굽는 것이다. 트임 자기는 흙을 바르고 굽고를 반복해 표면이 갈라지면서 속살이 드러나는 독특한 효과를 내는 기법이다. “고려시대 청자가, 조선시대 백자가 있다면, 이 시대에는 또 다른 새로운 자기가 창조돼야 한다고 생각 한다”는 이씨는 추구하는 예술세계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법을 찾기 위해 7~8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2년여의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는 호랑이 그림의 대접시 ‘월하장백’은 바위의 거친 질감, 시원한 폭포수와 대비되는 부드러운 호랑이 털이 한올한올 만져질 듯 세밀한 것이 압권이다. 호랑이 등에서 입체적으로 반짝이는 돌가루의 느낌도 새롭다. 트임 자기인 ‘질주’는 달리는 말을 거칠게 표현한 생동감 넘치는 그림과 불규칙한 트임이 어우러져 멋스럽다. 유선형 물결을 그리며 헤엄치는 잉어와 물에 젖은 낙엽이 가을 감수성을 일깨우는 ‘가을아침’, 종교적 성찰과 깊이를 담고 있는 ‘어람관음’의 색채 감각도 인상적이다.
소탈하고 해학적인 아름다움
이씨의 작품이 화려한 색채와 역동성, 사유와 몽환적 감성을 담고 있다면 라씨의 토우 인형은 생활에 밀착된 정서를 소박하게 표현해 바라보는 사람에게 흐뭇함을 주는 것이 매력이다. 라씨는 국내 유일한 토우도예가다. 흙에 효소를 섞어서 발효시킨 후 빚고 구워 만드는 라씨의 청자인형은 일일이 세밀한 표현을 해내야 하는 만큼 손이 많이 가고 제작 기간만 15일이 넘는 등 공력이 많이 든다. 처음에는 황토 빛을 띤 인형이었지만 최근 청자를 주로 제작하는데 인형에 청자 빛과 문양이 들어간 것이 독특하고 고급스럽다.
라씨의 작품 활동은 남편의 작업을 지켜보다 호기심에서 흙을 만지면서 시작해 20여년에 이른다. 물동이나 새참을 인 여인 등 처음에는 일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추억하는 인형을 만들었고, 점차 기술도 늘고 소재도 확장돼 낚시하는 아버지, 전통혼례 풍경, 달고나를 즐기는 아이들, 말타기 놀이하는 모습 등 다양한 추억 속 군상들을 창작하게 됐다.
토우 청자들의 가장 돋보이는 점은 해학성이다. 저고리 사이로 가슴이 살짝 보이는 일명 ‘찌찌 토우’, 술꾼 남편에게 화를 내는 아내를 재치 있게 묘사한 ‘술꾼과 아내’, 야바위 풍경을 코믹하게 표현한 ‘야바위 부부’ 등 친근한 정서로 웃음을 주는 인형이 대부분이다.
라씨는 또한 꽃차에도 정통하다. 손님에게 손수 재배해 만든 꽃차를 항상 대접한다. 꽃차향에 취하고 작품에 취하니 눈도 즐겁고 코도 입도 즐겁다. 부부는 “유명한 작가가 되기보다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토우공예’는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과 향긋한 꽃차에 젖고, 소소한 이야기로 정을 나누는 부부의 인간미에 흐뭇해지는 쉼터 같은 곳이다. 예술과 생활, 인간과 자연, 낯선 손님과 지인의 경계가 없는 이곳의 존재 자체가 작품이고 위안인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방송3법·노란봉투법, 여당 주도로 국회 법사위 통과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3법과 노란봉투법을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춘석 법사위원장은 방송3법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중 국회법에 따라 토론을 중단시키자는 민주당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방송3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슨 토론 종료냐" "이렇게 진행하는 게 어디 있느냐"라며 항의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몇 시간을 준비한 토론 절차를 생략하면 국회랑 의회는 왜 있나.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소수의 의견 표명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상황에 대해 법사위원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일방적인 법안 상정과 발언 기회 박탈을 놓고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이 법사위원장이 "회의장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한때 퇴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방송3법은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 수를 확대하고 이사 추천 주체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KNSO아카데미 ‘컬러풀’ 공연...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 협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는 오는 8월 20일(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NSO아카데미 5기 청년 교육단원들의 성과를 담은 무대 ‘컬러풀’을 선보인다. KNSO아카데미는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무대 경험과 실무 교육을 통해 균형 잡힌 역량을 갖춘 차세대 음악가를 양성하는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2020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올해 초 통합 공모를 통해 교육단원 60명이 선발됐다.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단한 이들은 국립심포니뿐 아니라 파리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 내한한 세계 유수 교향악단의 단원들과 솔리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국제적인 수준의 밀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 또한 올해 총 14회의 실내악 및 지역 공연에 참여하며 무대 경험과 앙상블 역량을 실전에서 체득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이들이 상반기 동안 갈고닦은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현대음악, 협주곡, 교향곡을 아우르며 단원들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연의 포문은 김은성 작곡가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만화경’이 연다. 2023년 ‘작곡가 아틀리에’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국립심포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