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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형마트·백화점은 응급상황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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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명 이용하지만 AED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점포가 응급상황 발생 시 안전 사각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점포에는 하루에 적게는 수천명, 많게는 수만명의 고객들이 방문하는 만큼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이 크나, 이와 관련한 규제가 없는 실정이어서 규제 마련이 요구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그룹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소방안전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응급상황 대응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 등 대규모점포가 많아 사업장의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한편, 위기상황 발생 시 초기 대응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나흘간 직원 2명 사망


신세계가 이 같은 행보에 나서게 된 데에는 최근 매장 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연이은 사고로 인해 응급상황 대응능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 것. 지난달 이마트에서만 사망 사건이 2건이나 발생했다. 31일에는 구로점에서 직원 故 권모씨(48세)가 근무 중 쓰러져 사망했고, 28일에도 다산점에서 하청업체 직원 故 이모씨(21세)가 무빙워크 점검 중 사고를 당해 숨을 거뒀다.


구로점 사고의 경우, 계산대 업무 도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권씨가 119 구급대 도착 전까지 10여분동안 마트 내에서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사고 당시 안전관리자는 퇴근을 한 상태여서 안전관리의 책임은 당직 팀장에게 있었다. 계산대 근처에 있던 보안사원이 쓰러진 권씨에게 달려와 상태를 확인하고 호흡을 돕기 위해 마사지를 했다. 그러나 정작 호흡이 떨어져가는 권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것은 보안사원이나 당직 팀장이 아닌 지나가던 고객이었다.


이씨는 다산점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으로 올라가는 무빙워크 점검 중 기기 틈에 몸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무빙워크의 특성상 작업 위치인 양쪽 끝 사이 거리가 멀어 위·아래 각각 2명씩 총 4명이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 안전하나 사고 당시에는 이씨를 포함해 양쪽 끝에 1명씩 2명만이 작업에 투입됐다. 또한, 유족 측에 따르면 이씨가 작업 전 작성했다는 안전교육 점검표는 이씨의 필체와 달랐고, 10분 동안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서류와는 달리 CCTV 확인 결과 교육장에 이씨가 머무른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았다. 서류가 거짓으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점포엔 AED 설치 의무 없어


이 같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다중이 이용하는 대규모점포에서의 응급상황 대응은 미흡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소관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약칭 응급의료법)’ 제47조의2(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장비의 구비 등의 의무)를 살펴보면 △공공보건의료기관 △구급차 △여객 항공기 및 공항 △철도차량 중 객차 △20톤 이상의 선박 △공동주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다중이용시설 등의 시설에서는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응급장비를 갖춰야 한다. 이 중 다중이용시설에는 △지하역사 △지하도 상가 △여객터미널 △박물관 △도서관 △종합병원 등이 해당되나, 대형마트나 백화점, 복합쇼핑몰과 같은 대규모점포는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마트 관계자는 구로점 사고와 관련해 응급상황 대응에 대해 묻는 질문에 “법적으로 대형마트에는 자동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 AED)를 구비할 의무가 없으나 구로점의 경우 소방서에서 시범적으로 설치해보자고 해서 1대가 설치돼 있었다”며 “구비가 의무라면 구비하지 않았을 경우 문제가 되지만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자동심장충격기의 구비나 사용 유무가 논란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안전관리자가 하루 종일 근무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관리자 퇴근 시 당직 팀장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사고 당시 당직 팀장이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안전관리자 근무 여부도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응급상황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게 된 것은 유족의 뜻에 따라 법적 기준을 넘어선 자체 규정을 만들어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의 말대로 사고가 발생한 구로점에 자동심장충격기가 비치돼 있었으나 직원들에게 이에 대한 교육이 없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권씨 동료인 A씨는 “이번 사고를 통해 마트에 자동심장충격기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사용 방법에 대한 교육은 물론이고, 자동심장충격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AED 설치 독려… 대상 확대 검토


정부는 관련 법 적용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응급조치에 대한 의무가 특정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이를 강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이마트의 구로점 사고 대응이 특별히 문제될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시사뉴스>에 “의무 설치 기관의 경우 자동심장충격기를 갖추지 않았을 때 오는 5월부터 과태료 조항이 시행되지만, 대규모점포의 경우 설치 의무가 없다”며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응급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해도 어떤 대상을 처벌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관리자가 있었더라도 심폐소생술에 대한 의무가 특정인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자동심장충격기 관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관리자가 지정되긴 하나, 관리책임자의 역할은 장비에 대한 점검 및 사용 교육을 실시하고 장비를 비치하는 의무가 있을 뿐이어서 관리책임자 또한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할 의무가 없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대규모점포에 대해서도 자동심장충격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독려를 하고 있다”며 “자동심장충격기 설치가 필요하나 현재 구비 의무 대상이 아닌 시설에 대해서는 의무 설치가 어떤 곳에 더 확대돼야 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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