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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그플레이션’의 위기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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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9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대형마트. 밀가루값 인상으로 라면가격이 무려 개당 100원씩 오른다는 뉴스에 미리 ‘사재기’를 해 두려는 고객들로 가득 찼다. 거의 ‘전쟁’ 수준이다. 직접 장을 봐 봤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체감물가가 작년과 비교해서 20~30%는 오른 것 같다(물론 정확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체감물가’를 비교했을 때 말이다). 생수 라면 참치 간식류 음료 등 작년 6만원 정도에 장을 봤다면 9만원 가까이 나왔다. 라면 뿐 만이 아니다. 과자 밀가루 생필품 등 죄다 가격인상이 봇물을 이룬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천정부지로 솟으니 살 수가 없다”는 푸념도 이젠 지겨울 정도다.
유가급등과 물류비 증가 부담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 하단다. 지난해 국제 곡물가격과 유가가 급등한 뒤 올 들어 라면 과자 음료 우유 등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올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당장 식생활과 연결된 농산물의 가격 상승으로 지구촌은 비상사태를 맞았다. 세계는 지금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에그플레이션(농업(agriculture)+인플레이션(inflation)’에 대한 심각성에 머리를 맞대고 대책에 몰두한다. 최근 삼성연구소는 ‘에그플레이션 시대의 식량안보’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 최근 곡물 및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의 진원지다. 2007년 초부터 국제 곡물가격이 급상승하여 전 세계적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7년 1월부터 1년간 대두 95.8%, 밀은 79.9%, 옥수수는 25% 상승했다. 연구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자, 글로벌 유동성이 곡물 및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작년 9월 이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걸쳐 총 2.25%p 인하했다. 금리 인하로 인해 밀 옥수수, 대두 등의 곡물가격이 급등하며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은 식품가격 전반의 상승을 유발하는 에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Inflation)을 촉발시켰다. 곡물과 식품 가격상승은 서민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에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나라가 많다. 서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소요 사태가 발생할 정도다. 지난 1월 국제 콩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자, 인도네시아 식품회사들이 공장가동을 중지해 노동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또 방글라데시에서는 주식인 밀가루 가격 급등으로 공급이 부족해지자 당장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에서는 작년 초 옥수수로 만든 전병인 ‘또띠야’ 가격이 급등해 국민들이 거대 시위를 벌였으며, 멕시코 정부는 옥수수 가격 상한선을 설정해 국민을 진정시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에그플레이션의 징후를 가장 먼저 보인 것이 ‘밀가루’였다. 지난해 12월 제분업계는 밀가루 가격을 24∼34% 인상했다. 올해도 추가적인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 밀가루 값이 오르면서, 이를 이용한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라면, 국수류가 10%대, 제과업체는 20% 이상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식품관련 소비자 및 수입 물가지수 상승했다. 올해 1월 식료품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9%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달러기준 농산물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5.8%, 전월대비5.9% 상승했다. 식음료품 수입물가지수도 전년 대비 17.4%, 전월대비 2.8% 상승했다.
신흥국 경제발전과 바이오연료 소비 증가가 주원인
그렇다면 오늘날 ‘에그플레이션이 있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연구소는 “수요, 공급, 거시경제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있으나 수요 요인이 장기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요측면에서는 신흥국들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주식이 잡곡에서 쌀, 밀가루, 육류로 변한 것과, 바이오 연료용 곡물 수요 증가가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등 거대 신흥경제국의 고성장 지속으로 육류소비가 증가할 것이고 바이오 연료용 곡물수요가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1985년 1인당 20kg의 육류를 소비했으나 지난 2006년 50kg으로 급증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8kg의 곡물이 투입돼야 한다. 때문에 중국 및 신흥국의 육류소비 증가는 사료용 곡물 수요확대의 주요인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옥수수 생산의 3분의 1을 바이오 연료에 사용하고 있다. 또 작년 전세계곡물재고량의 반인 3000만톤의 옥수수가 추가로 바이오 연료생산에 사용됐다. 하지만 기상이변으로 공급은 줄어든 데 비해, 주요 식량수출국의 식량자원주는 확산됐다. 바이오 연료의 생산증가로 식량, 사료용 곡물 공급 감소를 초래한 것이다. 호주는 기상이변으로 밀 생산이 2005~2006년 2500만톤에서 2006~2007년도에는 980만톤으로 급감했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 재배 면적 확대로 식량자원이 되는 밀과 대두 재배 면적은 감소한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인한 달러화 약세로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됐던 자금이 곡물 및 원자재 시장에 몰려들면서 단기간 가격이 급등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와 물류비 상승도 곡물가 상승압력으로 가세했다.
에그플레이션의 진정 기미는 보이지 않는 걸까? 대체로는 “그렇다”의 답이 우세하다. 연구소 측은 “단기적으로 농산물 가격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2007~2008년 대부분의 농산물의 생산 및 재고량이 감소하여 가격의 추가상승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옥수수와 쌀의 공급은 증가하는 대신, 밀과 대두의 공급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곡물소비의 증가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옥수수와 대두의 소비가 각각 5.2%, 4.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격에 민감하게 영향을 주는 기말재고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대두와 밀의 기말재고량은 각각 25.7%, 12.3% 감소할 전망이다.
주요 농산물의 가격은 2008~2009년도를 기점으로 하락하나 과거에 비해 절대 가격수준이 높아 에그플레이션이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주요 농산물의 가격이 2008~2009 곡물년도 이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식량안보의 대안
에그플레이션 시대에도 식량안보 기반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8%로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편이다. 특히 199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UR) 이후 식량자급률은 급격히 하락해 2000년대 27~31%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료용을 제외하면 지난 2006년 곡물자급률은 53.6%이나 쌀을 제외하면 5% 수준에 불과하다. 축산, 육류는 2000년대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쇠고기의 경우 48% 수준이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주요 곡물수출국인 호주(280%), 프랑스(191%), 캐나다(164%)는 물론이고, 공업국으로 알려진 독일과 스웨덴도 곡물자급률이 각각 126%, 120%로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곡물 수출국들이 수출세를 도입하거나 수출량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높은 가격을 주더라도 식량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러시아는 보리, 밀에 각각 30%, 10%의 수출세를 부과해 수출을 규제(2007년 11월 ~2008년 4월)하고 있다. 수출이 일정량을 넘어서면 밀의 수출세를 40%까지 재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곡물 생산국인 우크라이나도 밀, 옥수수, 콩 등에 수출한도를 설정해 규제 (2007년 11월~2008년 3월)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1월부터 쌀ㆍ옥수수ㆍ밀가루 등 식량에 대해 잠정적으로 5∼25%까지 수출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아르헨티나도 국제가격 급등에 따른 과잉 수출을 막기 위해 옥수수(2006년 11월~), 밀ㆍ밀가루 (2007년 3월~)에 대해 수출 승인 등록을 정지했다. 단 소고기에 대해서는 2005년 수출량의 50%까지로 수출한도를 설정해 놓은 상태다.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리면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970년대 식량위기 시 미국은 대두 수출을 금지했다. 유럽 국가들도 1975~1976년에 곡물 수출을 제한했다. 중국, 인도 등 거대경제권의 성장으로 인한 소비 증가도 안정된 식량자원 확보에 위협요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급률 제고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의 대안을 제시했다.
일단은 효율적으로 곡물자급률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밀, 옥수수, 콩의 자급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100%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는 쌀의 자급기반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여타 자유무역협정(FTA)와 다자간의 도하어젠다(DDA)가 타결된 이후에도 식량안보 측면에서 쌀의 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생산량 확보와 생산단가 인하를 위해 경쟁력 있는 농지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만금 개발 시 공장, 서비스 지역 이외에 충분한 농지 확보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기타 곡물자원 중 밀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다. 곡물자급률 1%p 상승에 필요한 비용은 밀의 경우 1539억원, 콩은 4997억원, 옥수수 1298억원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수입단가가 높고 식용으로 사용되는 우리 밀의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소비측면에서도 쌀 위주의 한국식 식생활을 늘려서 국산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식량수입을 줄일 수 있도록 경제적인식품소비 생활을 유도할 필요하다. 현재 식품공급량의 3분의 1 정도가 폐기될 정도로 비효율적 소비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안정적으로 곡물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 농업자원 개발과 정책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1996년에서 2005년까지 미국과 중국 등 17개국 농업부문 해외직접투자(FDI)에 8758만 달러를 투자했으나 성과는 미진했다. 일본은 대두와 채소류 생산기지를 연해주에 구축했다. 남미, 동남아시아, CIS 지역을 대상으로 해외 곡물생산 기지 운영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조직적 협업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세계 곡물시장에서 유통 장악력을 높이는 노력도 요구된다. 일본은 곡물유통을 국가 전략 산업화하여 주요 수출국의 곡물 유통기반시설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곡물 확보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불안정성 심화에 대응해 선물시장 이용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수입물량의 30%만 선물시장을 이용하여, 가격변동 위험이 커질 에그플레이션 시대의 불안정성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대형식품기업과 농산물유통공사 등의 주요 수입주체들은 수출국의 유통기구와 선도거래(Forward Contract)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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