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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뒤늦은 가습기살균제 수습, 아직도 못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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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회피’ 가해기업 검찰 고발까지 6년6개월 소요
“정부 태도 여전히 소극적… 대책도 미흡하고 느려”


[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가해기업이면서도 그동안 책임 소재에는 물러나 있던 기업들이 검찰 조사를 받게 돼,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로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이 확인된 지 약 6년6개월 만에 이뤄지는 조치여서 사건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2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에 과징금 총 1억34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마트를 제외한 SK케미칼·애경산업 법인 및 전직 대표이사 총 4명에 대한 검찰 고발에 들어간다. 해당 기업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기만적 표시·광고’와 ‘거짓·과장 표시’ 등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제품을 제조·판매하려는 사업자는 표시나 광고를 통해 제품의 위험성에 대해 소비자가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사용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나 잠재적 피해자들의 피해구제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회도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살생물제 및 화학물질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달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살생물제 관리법)’ 개정안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살생물제 관리법 개정에 따라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살생물 물질에 대해 제조·수입자는 해당 살생물 물질의 유해성 및 위해성 자료를 갖춰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살생물 제품 승인을 받아 제품을 판매·유통할 때에는 제품에 포함된 살생물 물질 목록과 위험성 등을 제품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 화평법 개정안은 연간 1t 이상 유통되는 기존 화학물질 중 유독물질, 발암성물질 등 고독성물질 위주로 510종을 지정해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피해자가 직접 준비한 ‘빼박’ 자료에도
가해기업 편 들어준 공정위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책임 소재에 물러나 있던 기업들에게 책임을 묻고, 살생물제 및 화학물질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있어 의미 있는 일로 평가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대하는 정부와 국회의 노력이 여전히 미흡하고 느리며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 피해로 피해자들의 건강이 점차 악화되고 있고 사망자 또한 늘어가는 상황에서, 원인불명의 폐손상이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는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된 2011년 8월 이후부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기까지 약 6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또, 정부와 국회의 조치들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스스로 발 벗고 나선 결과라기보다는 피해자들이 피땀 흘려 이뤄낸 성과라는 측면이 더욱 강하다.


일례로 이번에 공정위가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에 대한 책임 추궁에 나서게 된 데에는 해당 기업들에 면죄부를 준 지난 정부 공정위의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심을 뒷받침해줄 증거가 공개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해 9월15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016년 7월 작성된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 사용 피해자인 이은영 너나우리(가습기살균제 3·4단계 피해자 모임) 대표가 공정위를 상대로 헌법 소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공정위가 “관련 기업들에게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작성하고도, 이후 진행된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결과를 뒤집고 공소시효를 일주일 남긴 시점에 심의절차를 종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공정위는 같은 해 10월 ‘가습기살균제 사건 처리평가 TF(Task Force)’를 꾸려 가습기살균제 관련 사건 처리 절차 및 내용의 적정성을 평가했고, 약 2개월 후 2016년 공정위의 사건 처리과정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은영 대표는 “가해기업들을 공정위에 신고할 때부터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명확한 증거들을 모아 공정위에 제출했기 때문에 2016년에도 이번 결정(해당 기업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신고 당시에도 (공정위에서) 자료들이 충분하다고 얘기를 했었고, 저 또한 가해기업들의 잘못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들이 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신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보고서 회의록을 살펴보니 1·2단계 피해자 중 CMIT/MIT 피해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등 당시 심의위원들이 가습기살균제와 이 사건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전혀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며 “그러니 제대로 된 판단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시 회의가) 편파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심사관이 ‘과하게 규제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며 가해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유해성을 따지는 등 신고 취지(표시·광고 위반)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눈에 보였다”고 지적했다.



“수사 결과만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공정위 관련 헌법 소원을 진행하고 있는 소송 대리인 송기호 변호사는 “이번 공정위 고발을 계기로 검찰이 수사를 하게 됐는데, 이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검찰이 최대한 빨리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기소를 하더라도 여러 절차가 남아있어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옥시레킷벤키저와는 달리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제품 피해자들은 여전히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당 기업들이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 사과와 실질적 배상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앞으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가 가장 중요하다”며 “살생물제 화학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분들에 대한 구제가 신속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입증 책임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기업으로 전환하고 제품의 안전성을 기업 스스로가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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