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6.03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사회

첫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입김 셌다

URL복사
지난 2월12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제11호 대법정. 이날은 일반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이 처음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첫 배심재판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취재진을 포함한 200여명이 방청했다. 법정에 설치된 100여개의 좌석이 모자라 절반가량은 서서 재판을 방청했고 AP통신 NHK 아사히신문 등 외신의 관심도 뜨거웠다.
재판은 오전 10시 배심원을 선정하는데서 출발했다. 일단 법원이 보낸 출석 통지서를 받은 230명 중 87명의 배심원 후보가 출석했다. 앞서 실시된 모의재판에 전체 배심원 후보 가운데 10% 정도만 법정에 출석했던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처벌보다 관용
비공개로 진행된 선정절차에서는 87명의 후보자 중 무작위로 추첨된 12명이 배심원석에 서면 검사와 변호사가 질문을 통해 기피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두시간 가량의 선정절차를 거쳐 9명의 배심원과 3명의 예비 배심원이 뽑혔다. 남성과 여성이 6명으로 동수였고 주부 4명, 회사원 3명, 자영업 2명 등의 다양한 직업군이 뽑혔다.
대구지법 윤종구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이날 재판은 한편의 미국의 법정 드라마를 보여줬다.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된 이날 재판은 배심원들이 재판에 공정하게 임한다는 선서를 하면서 시작됐다.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이모(27)씨는 수의차림으로 법정에 나섰다. 교통사고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월세방을 얻으러 온 것처럼 속여 금품을 빼앗으려다 반항하는 집주인 A씨(70세 여)를 폭행한 뒤, 피해자가 피를 흘리자 병원으로 데려갔다 주민의 신고로 붙잡혔다.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현장사진과 범행 재연 사진 등을 대형 화면으로 공개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전계획을 치밀하게 세운 뒤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뺏으려 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사용된 흉기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사건을 맡은 최창민 검사는 “피고인의 딱한 사정은 알지만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벌을 줘야 한다. 배심원은 국민으로부터 판결을 위임받은 것이므로 신중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피고가 사채업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아온 점과 딱한 가정환경 등을 강조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피고가 비록 사전에 범행계획을 세웠으나, 우발적인 폭행이었고 목격자에게 대신 신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자수한 점을 부각시켰다. 전정호 변호사는 “피고인의 죄는 중형에 마땅하나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맞는지 피해자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지 현명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법률적 잣대보다 심리적 요인 작용
검찰과 변호인 측은 재판부 위주로 진행하던 법률공방을 배제하고 배심원을 설득하기 위한 법리공방을 벌이는 데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였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피하고 가급적 천천히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으로 배심원의 이해를 도왔다. 윤종구 부장판사는 재판 진행 중 수시로 “이해가 잘 안된 대목이 있으면 다시 얘기하겠다”며 배심원을 배려했다.
오후 5시45분 예비 배심원 3명을 제외한 9명의 배심원들은 평의실로 이동, 열띤 평의 절차를 벌였다. 평의와 선고결과를 앞두고 법정은 긴장감이 돌았다. 드디어 배심원은 변호인 의견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집행유예형을 내리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7시30분 재판부는 “피고인의 강도상해죄는 인정하나 변호인 주장대로 피고인이 자수를 한 사실을 인정해 집행유예를 결정한다”고 판결했다. 양형과정에서도배심원들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5년의 절반인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모아졌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이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4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이 헌법과 법률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판결했다. 첫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판결은 배심원의 의견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정호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배심원단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는 기존 재판에 비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배심원들이 법률적 잣대가 아닌 심리적 요인에 의해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영곤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피고인들이 배심원 앞에 설 때면 범행을 저질렀을 때와 달리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여서 다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 경우 자칫 범죄행위보다 이후 사정들이 처벌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재판에선 배심원의 ‘상식’이 유.무죄 판단의 주요기준이 된다. 그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법감정과 생각이 법정에서 판결에 녹아들어갈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이번 재판은 의미는 역사적 의미는 크지만, 해결할 과제는 많이 남아 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세욱 신임 광주지법원장은 “국민참여재판은 제도 도입의 의미는 크지만 시행상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을 예로 들었다. 설령 재판부가 오판을 해도결과에 승복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자신이 재판받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꺼려하는 풍조 등으로 인해 판결에 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나친 배심원 배려 말아야
또한 현행 배심재판은 미국 법정의 배심제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 미국식은 배심원이 유.무죄를 평결하면 법관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은 권고적 효력에 그칠 뿐 따를 의무는 없다.
이재홍 신임 청주집법원장도 “국민참여재판을 운영하는 문제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며 이 체제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이미 제도가 시행된 만큼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효율성 부족과 지나친 배심원 배려, 감성에 호소하는 변론 등도 개선할 점으로 지적됐다. 재판을 지켜본 한 변호사는 “배심원을 위한 배려만이 가득한 재판보다는 피곤인의 범죄를 중심으로 한 법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소요 시간에 대해 이 모씨는 “일반인이 보기에 사건이 복잡해 보이지 않는데 이 정도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면 전문 법률가로부터 재판을 받는 것보다 무엇이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들은 출석하지 않을 경우 부과될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때문에 참석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가게를 운영하는 강 모씨는 “시민참여도 좋지만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에 벌금이 무서워 법정에 나오려니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글·음악·봉사로 만해사상 실천한 세 명의 문화예술인 선정 시상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인물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제2회 무산문화대상 시상식이 지난달 3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됐다. 글·음악·봉사로 만해사상을 실천한 세 명의 문화예술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무산문화대상 시상식은 올해로 2회를 맞이한다. 무산문화대상은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주관으로 문학·예술·사회문화 세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해 매년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는 행사이다. 문학 분야는 소설가 권여선, 음악 분야는 첼리스트 양성원, 사회문화 분야는 이태석 재단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문학 부문 수상자인 권여선 소설가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뤄온 중견작가로 ‘안녕, 주정뱅이’ ‘푸르른 틈새’ ‘레가토’ 등의 작품을 냈다. 권 작가는 1996년 장편소설 ‘푸르른 틈새’로 상상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섬세한 문체와 깊은 심리 묘사로 인간의 내면을 탁월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수상은 문학 작품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공감을 이끈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예술 부문 수상자 양성원 첼리스트·연세대 교수는 파리 살 플레엘, 뉴욕 카네기홀 등 세계 유수의 무대에서 활약해온 그는 음악을 통한 문화 교류와

정치

더보기
김문수 “지방 4대 권역 GTX 건설...세종시 행정수도 추진”
[시사뉴스 김백순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1일 “대통령이 되면 광역급행철도를 지방 4대 권역에 건설해서 지방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채널A 방송 연설을 통해 지역 균형 공약을 발표하고 “4대 권역 광역급행철도가 개통되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충청권(대전-세종-청주국제공항), 대구·경북권(안동~의성~대구-경산-포항), 부산·울산·경남권(울산-부산-신공항-창원), 광주·전남권(장성-광주-나주-무안공항-목포)에 광역급행철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김 후보는 “지역이 주도하는 권역별 맞춤형 발전계획을 수립해서 특화사업 클러스터, 스마트 실증도시 구축 등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며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서둘러 추진하고 공기업, 대기업 등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차등 법인세, 지방세 감면, 부지 지원 등 적극적인 지원책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원하는 지역에 ‘성역 없는 특례지구’ 메가프리존을 만들겠다”며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데 필요하다면 노동 규제, 기업 진입규제, 교육 규제 등 모든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21대 대선 전국 흐리고 곳곳 비…서울 낮 최고 25도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오는 3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수도권과 강원 일부 내륙 지역, 제주도 등에 비가 내리겠다. 서울은 낮 기온이 25도까지 오르겠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3일은 오전까지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저기압의 영향을 받다가 오후부터는 중국 중부지방에서 동진하는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겠다. 수도권과 강원도는 북쪽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겠다. 강수는 새벽까지 강원남부와 전라권, 오전까지 경상권과 제주도에서 이어지고 오전부터는 경기북동부와 강원 중·북부에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북동부 5㎜ 미만, 강원 중·북부 5~10㎜, 강원 남부·전북 5㎜ 미만, 전남·경상권·제주도 5~20㎜ 등이다. 기온은 아침 최저 14~17도, 낮 최고 21~28도로 평년과 비슷하겠다. 기상청은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가시거리가 짧고 도로가 미끄러운 곳이 많아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새벽부터 아침 사이 전라권을 중심으로 가시거리 1㎞ 미만의 안개가 끼는 곳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오후부터는 서해안과 강원산지, 경북북동산지를 중심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겠고 해상에서도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대선투표 안하고 여행가겠다”는 정치무관심 층. 그들이 원하는 대통령은?
“요즘 TV뉴스는 아예 안 봅니다. 보면 신경질만 나고 스트레스받는데 그걸 왜 봅니까? 예능프로하고 스포츠 중계만 봅니다. 이번 대선투표요? 찍을 사람이 없어 투표 안 하고 아예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해 보았다. “아니, 그래도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 대선후보 공약도 확인하고 TV토론도 보시고 관련뉴스도 챙겨보면서 누구를 찍을지를 선택하고 투표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투표를 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국민의힘 후보자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 마치 대통령이 된 듯한 야당 후보를 보면 어차피 결론이 난 게임 같아서 투표할 마음이 싹 없어지더라구요.” 청년층들에게도 “이번 대선 투표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대선 투표를 언제 하는데요?” “나라만 잘 살게 해준다면 누가 대통령 되어도 상관없는데 그런 대통령 후보가 없는 것 같아서요.” 6월3일 치러지는 21대 대선 유권자 중 50대(지난해 말 기준 870만6,37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0대(781만8,783명) 노년층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원래 정치에 무관심한 편인 20대 청년층에서조차 이러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듣다 보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