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0 (토)

  • 흐림동두천 6.4℃
  • 구름조금강릉 8.5℃
  • 흐림서울 7.4℃
  • 구름조금대전 4.1℃
  • 박무대구 3.6℃
  • 박무울산 9.8℃
  • 구름조금광주 10.7℃
  • 박무부산 12.4℃
  • 맑음고창 11.7℃
  • 맑음제주 13.5℃
  • 흐림강화 8.8℃
  • 맑음보은 -0.3℃
  • 맑음금산 2.3℃
  • 맑음강진군 5.7℃
  • 맑음경주시 4.2℃
  • 맑음거제 8.3℃
기상청 제공

사회

첫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입김 셌다

URL복사
지난 2월12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제11호 대법정. 이날은 일반국민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이 처음 열렸다. 이날 재판에는 첫 배심재판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취재진을 포함한 200여명이 방청했다. 법정에 설치된 100여개의 좌석이 모자라 절반가량은 서서 재판을 방청했고 AP통신 NHK 아사히신문 등 외신의 관심도 뜨거웠다.
재판은 오전 10시 배심원을 선정하는데서 출발했다. 일단 법원이 보낸 출석 통지서를 받은 230명 중 87명의 배심원 후보가 출석했다. 앞서 실시된 모의재판에 전체 배심원 후보 가운데 10% 정도만 법정에 출석했던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처벌보다 관용
비공개로 진행된 선정절차에서는 87명의 후보자 중 무작위로 추첨된 12명이 배심원석에 서면 검사와 변호사가 질문을 통해 기피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두시간 가량의 선정절차를 거쳐 9명의 배심원과 3명의 예비 배심원이 뽑혔다. 남성과 여성이 6명으로 동수였고 주부 4명, 회사원 3명, 자영업 2명 등의 다양한 직업군이 뽑혔다.
대구지법 윤종구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 이날 재판은 한편의 미국의 법정 드라마를 보여줬다.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된 이날 재판은 배심원들이 재판에 공정하게 임한다는 선서를 하면서 시작됐다.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이모(27)씨는 수의차림으로 법정에 나섰다. 교통사고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월세방을 얻으러 온 것처럼 속여 금품을 빼앗으려다 반항하는 집주인 A씨(70세 여)를 폭행한 뒤, 피해자가 피를 흘리자 병원으로 데려갔다 주민의 신고로 붙잡혔다.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현장사진과 범행 재연 사진 등을 대형 화면으로 공개했다. 이어 피고인이 사전계획을 치밀하게 세운 뒤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뺏으려 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사용된 흉기를 증거물로 제시했다. 사건을 맡은 최창민 검사는 “피고인의 딱한 사정은 알지만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벌을 줘야 한다. 배심원은 국민으로부터 판결을 위임받은 것이므로 신중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피고가 사채업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아온 점과 딱한 가정환경 등을 강조하며 선처를 부탁했다. 피고가 비록 사전에 범행계획을 세웠으나, 우발적인 폭행이었고 목격자에게 대신 신고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자수한 점을 부각시켰다. 전정호 변호사는 “피고인의 죄는 중형에 마땅하나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것이 맞는지 피해자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는지 현명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법률적 잣대보다 심리적 요인 작용
검찰과 변호인 측은 재판부 위주로 진행하던 법률공방을 배제하고 배심원을 설득하기 위한 법리공방을 벌이는 데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였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피하고 가급적 천천히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으로 배심원의 이해를 도왔다. 윤종구 부장판사는 재판 진행 중 수시로 “이해가 잘 안된 대목이 있으면 다시 얘기하겠다”며 배심원을 배려했다.
오후 5시45분 예비 배심원 3명을 제외한 9명의 배심원들은 평의실로 이동, 열띤 평의 절차를 벌였다. 평의와 선고결과를 앞두고 법정은 긴장감이 돌았다. 드디어 배심원은 변호인 의견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집행유예형을 내리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시했다.
7시30분 재판부는 “피고인의 강도상해죄는 인정하나 변호인 주장대로 피고인이 자수를 한 사실을 인정해 집행유예를 결정한다”고 판결했다. 양형과정에서도배심원들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5년의 절반인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모아졌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 이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4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의견이 헌법과 법률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판결했다. 첫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판결은 배심원의 의견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정호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배심원단의 의견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에게는 기존 재판에 비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배심원들이 법률적 잣대가 아닌 심리적 요인에 의해 판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영곤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피고인들이 배심원 앞에 설 때면 범행을 저질렀을 때와 달리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여서 다른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 경우 자칫 범죄행위보다 이후 사정들이 처벌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재판에선 배심원의 ‘상식’이 유.무죄 판단의 주요기준이 된다. 그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법감정과 생각이 법정에서 판결에 녹아들어갈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이번 재판은 의미는 역사적 의미는 크지만, 해결할 과제는 많이 남아 있다. 법조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세욱 신임 광주지법원장은 “국민참여재판은 제도 도입의 의미는 크지만 시행상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을 예로 들었다. 설령 재판부가 오판을 해도결과에 승복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자신이 재판받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기 꺼려하는 풍조 등으로 인해 판결에 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나친 배심원 배려 말아야
또한 현행 배심재판은 미국 법정의 배심제와 다소 성격이 다르다. 미국식은 배심원이 유.무죄를 평결하면 법관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은 권고적 효력에 그칠 뿐 따를 의무는 없다.
이재홍 신임 청주집법원장도 “국민참여재판을 운영하는 문제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며 이 체제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이미 제도가 시행된 만큼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효율성 부족과 지나친 배심원 배려, 감성에 호소하는 변론 등도 개선할 점으로 지적됐다. 재판을 지켜본 한 변호사는 “배심원을 위한 배려만이 가득한 재판보다는 피곤인의 범죄를 중심으로 한 법정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소요 시간에 대해 이 모씨는 “일반인이 보기에 사건이 복잡해 보이지 않는데 이 정도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면 전문 법률가로부터 재판을 받는 것보다 무엇이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시민들은 출석하지 않을 경우 부과될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때문에 참석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동차 부품가게를 운영하는 강 모씨는 “시민참여도 좋지만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에 벌금이 무서워 법정에 나오려니 부담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