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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당선 직능단체가 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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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선택 2002 노무현 대통령 당선>










노무현 당선 직능단체가 큰 힘



눈물 닦아주겠다는 말 한 마디에 수백만 명이



노 후보
지지








선거는 누가 더 표를 많이 가져가는가 하는 게임이다. 단 한 표라도 모자란다면 그는 선거에서 패자로 남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처럼 낙루하며
쓸쓸히 퇴장할 수밖에 없다. 막판까지 접전을 벌이는 피 말리는 싸움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표를 붙잡고, 또 불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입맛에 맞는 공약을 제시하는 한편, 상대 공약의 허구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열 공약보다 한 마디의 말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었다. 노무현 후보가 12월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1천만 직능인대회’ 당시
던진 말 한 마디는 직능인들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곧장 표로 연결됐다. 직능인들의 숫자를 감안할 때 수백만 명이 노 후보에게 향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참여 만큼이나 노 후보의 승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왜 직능단체가 노 후보를 지지했나?



과연 그 말 한 마디가 무엇이었을까? 노무현 후보는 한국직능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직총) 간부들과 회원들이 모인 그 행사에서 “내가 어렵게
살아온 사람이어서 처지를 잘 안다. 당신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말했다.

문상주(한국학원총연합회) 한국직총 회장은 “경남 김해 촌구석에서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상고밖에 못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후보가
된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그 때의 감정을 털어놨다.

반면, 이회창 후보는 그 전날 63빌딩에서 있었던 같은 행사에서 “집권하면 국민통합은 인사탕평책으로 시작하고, 인사는 특정학교가 아니라
오직 능력과 도덕성을 기준으로 할 것”이라며 다소 직능인들이 당면한 현안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해 호감을 사지 못 했다.

또한 이 후보의 ‘직권하면’ 이라는 가정은 노 후보가 강조한 확실성에 비해 효과가 떨어졌다. 직능인대회에서 노 후보는 “1천만 직능인 표와
노무현 고정표가 합치면 대통령 되겠네”라며 분위기를 돋운 다음 “도와달라, 그러면 나도 잊지 않고 여러분을 도와주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직능단체를 위해 내세운 공약의 현실성도 돋보였다고 임향순(한국세무사회) 한국직총 수석부회장겸 재정위원장은 말했다. 임 위원장은 “두 후보를
비교했을 때, 이 후보의 경우 실현가능성이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판단됐지만 노 후보의 경우 그 보다 훨씬 더 높았다”고 전했다. 한국직총은
학원진흥법 개정, 조세소송대리권 부여, 사회체육지도자 민간자격증 인증 양성, 건축물관리자격증 제도 신설 등의 정책을 양당에 건의해 놓은
상태였다.



눈물 닦아주겠다는 말에 움직였다



한편, 한국직총의 단체장들이 민주당 쪽을 지지하는 성향이 컸던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의 실정과 직능인에게 소홀했던 점 때문에
많은 회원들의 마음이 움직였던 게 사실.

문 회장에 따르면 “선거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직능인의 30∼40%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었고, 30% 정도는 한나라당, 나머지 30∼40%가
부동층이었다”는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다.

문 회장은 “12월5일에 한 노 후보의 말이 한국직총을 움직였고, 다시 한 번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노 후보의 지지를 과감히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지를 선언한 후, 단체장들이 회원들을 설득하고 투표를 독려했던 것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 회장은 “이것은 누구를 민다는 정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이 달린 절박한 문제였다”면서 “회장단 회의를 거쳐 우리 직능인을
살려주겠다고 한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원덕(한국건축물유지관리회) 한국직총 수석부회장겸 총무위원장은 “노무현 당선자가 약속을 저버리고 직능인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 총선엔 지지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민주당에 엄포를 놨다.



직능단체의 어려움



한국직총은 전국 직능인들의 권익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직업별·직장별단체 경제·사회·복지·환경단체 종교단체 취미단체 문화예술단체
등을 망라하는 게 직능단체다. 그러나 직능단체들은 사업장별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다. 이 단체들에는 국가의 법률적인 보호와 재정적인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송기택(한국사회체육진흥회) 한국직총 수석부회장겸 조직위원장은 사회체육분야와 스포츠마사지를 예로 들며 정부를 비판했다. 송 위원장은 “정부에서는
사회체육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하면서도 사회체육지도자 양성에는 나 몰라라 뒷전”이라고 푸념했다. 또 “스포츠마사지나 안마 시술 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 의료 시술 행위라는 곤혹을 치르고 수많은 기술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실상을 꼬집었다.

이런 현실로 인해 문 회장은 “이 상태로 가다가는 직능인들 90% 이상이 죽게 된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직총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 현재 국회에는 ‘직능단체지원에 관한 법률’이 상정된 상태. 이 법률이 통과되면 지금의 경제5단체에서 직능단체까지
합해 경제6단체가 된다. 위상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1천만 직능인들이 그간의 설움을 떨치고 법적, 경제적 지원을 받는 당당한 경제인으로
거듭나게 된다는 점이다.

이 법안의 확실한 통과를 위해 한국직총은 이 후보와 노 후보에게 “직능인을 살려달라”고 호소했고, 이에 노 후보가 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것이다.



출발은 한나라가 앞섰으나 영광은 민주에게



사실 결과는 민주당이 직능인들의 표 다수를 획득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지만, 한나라당의 발걸음이 훨씬 빨랐었다. 문 회장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해부터 직능단체를 공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10월 이후. 한나라당은 이 시기에 선대위 직능특위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종친회, 향우회, 직능단체
등을 지지세력화했다.

지연과 학연, 혈연을 지닌 간부들을 대거 영입해 밑바닥 조직까지 훑는 전략을 택했다. 김진재 최고위원이 위원장으로 임명될 정도로 한나라당의
직능특위는 무게감이 실렸다.

한나라당은 일반 경제1 경제2 안보공익 문화교육 사회복지 정보과학기술 등 7개 분야에서 직능특위를 가동했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 불교 천주교
일반 종교 등 4개 종교 위원회도 뒀다.

11월 한 달 동안 한나라당사는 직능특위의 각 대책위 발대식과 임명장을 수여하는 행사로 엄청나게 붐볐다. 주차장에 차를 댈 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반면, 민주당은 연이은 각종 게이트와 비리 사건,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의 참패, 후보단일화 등 당내 갖은 풍파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직능특위를
가동 못 한 상태였다. 누가 후보가 될지 조차 불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은 그러나 대선이 다가오면서 직능단체 공략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중앙선대위 중심의 특위에서 벗어나 16개 시도별 특별위원장을 두고
기초단체별로도 특위를 구성했다. 후보단일화 후에는 국민통합21의 라인까지 흡수해 힘을 얻었다.

또 지역적 특성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는 등 특화해, 잰걸음으로 한나라당을 따라잡기 위해 애를 썼다.



한국직총,
“직능인에 대한 약속 지키길”




1천만 명이라는 거대한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말고도 직능단체를 포섭하기 위해 양당이 힘을 쏟은 까닭은 또 있다.

직능단체의 경우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활동하고 있다. 당연히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모두와 교감을
나눈다. 그런 이유로 직능인 한 사람은 두세 사람의 몫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 점을 정치권에서 놓칠 리가 없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은 선거가 끝난 후 직능단체를 홀대하는 경향이 강했다. 선거전 약속을 곧 잊어버리는 것이다.

문 회장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흔히 내보이는 빈 공약이 아닐 것으로 믿는다”면서 “믿고 무게를 실어준 만큼 1천만 직능인에 대한 약속을
꼭 지키길 바란다”고 노무현 당선자에게 당부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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