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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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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공간



기증받아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가게’



 




종로경찰서 맞은편 골목. 갈색 톤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가게가 있다. 문 앞에는 ‘함께
나누면 더 행복합니다’라는 문구의 포스터가 붙어 있고, 입구 옆에는 ‘사랑우체국’이라고 쓰여진 작은 우체통이 눈에 띈다. 충청도에서 올라왔다는
한 아주머니가 그 곳에 편지를 넣고 있다. ‘작지만 따뜻한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사연 접수함’. 아주머니는 돌아가면서 자꾸 뒤를 쳐다본다.
사람들의 사연과 사랑으로 꾸려지는 ‘아름다운 가게’로 사람들이 막 들어서고 있다.



추억의 물건들이 한자리에




며칠동안 풀렸던 날씨가 다시 웅크리기 시작한 12월6일. 오전10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임에도 가게 안은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그나마도
평소보다 한산한 거라고 한다. 옛 물건과 재활용품 등 기증받은 물건으로 이뤄진 매장 안은 그야말로 추억의 공간이다. 손때묻은 고가구에서부터
하나하나 구슬로 만들어진 가방, 플라스틱 도시락통에 이르기까지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60대 노부부가 한참을 재밌다는
듯 구경하더니 스탠드 하나를 구입한다.

구제의류가 진열돼 있는 오른쪽 구석에는 깨끗이 손질된 옷을 꼼꼼히 고르는 손이 바쁘다. 겨울 외투를 살펴보는 사람이 특히 많다. 거울 앞에서
이것저것 입어보고 맘에 드는 물건을 고른다. 사지 않고 그냥 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옷을 정리하는 간사는 불평하지 않는다. 모든 손님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늘 감사하는 마음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합니다”라고 채희근(46세·남) 씨는 말한다. 전직이 시내버스 운전기사였던 그는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터에 채용공고를 보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보수는 예전보다 훨씬 적지만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행복하다.

의류 왼편으로는 구두와 운동화 등 신발들이 진열돼 있다. 50년간 양화점을 했다는 김창성(77세·남) 씨가 낡은 부분을 수선하여 내놓은
물건들이다. 유행이 지난 디자인이 많지만 꼼꼼하게 손을 본 후라 저렴한 가격에 튼튼한 제품을 원하는 고객이 주로 애용한다. 군화도 있어
신을 잃어버린 예비역들이 종종 사러오기도 한다.



자원봉사도
재밌게




구두 앞쪽으로 목도리, 머리끈, 목걸이 등 액세서리가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보통 1,000원 정도의 가격이기 때문에 고르는 손이
많다. 손님이 어질러놓은 넥타이를 차근하게 정리하는 자원봉사자가 눈에 띈다.

“일주일에 두 번은 정기적으로 꼭 나와요. 일이 없을 때는 이곳으로 달려오고요. 제가 다른 봉사활동도 해봤지만 특히 여기서 일하는 것이
가장 기쁘고 보람돼요. 제가 기증한 물건을 손님이 사갈 때 제일 기분이 좋고요.”

‘아름다운 가게’가 개업한 날부터 박정희(66세·여) 씨는 꾸준히 이곳에서 봉사하고 있다. 날마다 들어오는 물건이 달라 그것을 구경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고 한다.

문 옆쪽으로 진열된 책과 음악CD, 비디오테입 앞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여럿 있었다. 출판사에 반품된 새책을 시중가의 50%로 구입할
수 있고 인기가수의 초기 앨범도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젊은층의 손님이 몰려있다. 자녀의 영어교재를 고르는 아주머니도 눈에 띄었다.



지역사회 대화의 장으로



한 쪽 구석에는 물건구입은 관심없는 듯 세명의 아주머니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것도 버젓이 의자에 앉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일반 상점이었다면 주인의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지만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눈치주는 사람이 없다.

“저희는 이곳이 지역공동체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은 공간이 좁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지나가다 그냥 들러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편한 공간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도수(33세·남) 간사는 ‘아름다운 가게’의 궁극적 목표를 이렇게 말했다.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오후가 되자 새로운 물건들이 바구니에 담겨왔다. 이곳에 오는 모든 물건은 기증받은 것이다. 직접 갖다주는 사람들도 있고 신청을 하면 직원들이
받으러 가기도 한다. 물건마다 그것에 담긴 사연과 사용법을 편지로 써서 보내주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보내진 것을 수선하고 세탁해서 상품화할
수 있는 물건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수익금은 공익과 자선을 위해 사용한다.

“쓰지않지만 버리기에 아까운 물건들 저희에게 주시면 좋은 일에 꼭 쓰겠습니다”라고 기획홍보국 한정혜(33세·여) 씨는 말한다. 또 “저희는
아주 특별한 일을 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좋은 일이고 내 일이기 때문에 열심히 할 뿐”이라며 ‘아름다운 가게’의 사람들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임을 강조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가게.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이용하는 가게가 그곳에 있었다.



서로 ‘상생’하는 나눔의 장소



고장난 운동기구나 전자제품을 고치는 일을 하시던 김갑용(69세·남) 씨는 이 곳의 성격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상생’. 간사와 자원봉사자,
손님 모두가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아 새생명을 부여받는 공간이라는 의미다. “일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는 그는 다시 물건을 고치기 위해
서둘러 작업장으로 향했다.

오후 6시. 마지막 손님이 와인잔 두개를 샀다. 40대로 보이는 그 부부는 두손을 꼭 잡고 문을 나섰다. 손님이 떠난 후 가게 안은 물건을
정리하는 일손으로 분주했다. 일이 끝나고 그들은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한 것을 서로 격려하며 내일을 기약했다.

불이 꺼지고 모두가 돌아갔다. 그러나 가게 안은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으로 여전히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기증신청 및 문의: (02) 3676-1004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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