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흔히 ‘오덕후’, 만화 게임 등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만화에 미쳐, 만화 관련 일에만 몰두하다 성공 시대를 연 인물이 있다.
김준구 네이버 웹툰 대표. 그는 취미와 직업이 같은 ‘덕업일치’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있어 아이돌과도 같은 존재로 엑소(EXO) 방탄소년단 부럽지 않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김 대표도 자신이 소위 덕질 꽤나 한다는 덕후 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덕업일치가 가진 장점을 키운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업을 위한 아이템과 내가 좋아하는 창업 아이템은 퀄리티 측면에서 2%가 달라요. 작은 일이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면 롱런할 수 있는 지속적인 동기 유발이 되고, 결국 성공률이 높아지게 되죠.”
하지만 창업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한 능동적인 수단으로 여겨야 한다는 의미이다.
“창업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기보다는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창업도 잘 풀릴 거에요.”
불법복제 만화와의 전쟁…독자ㆍ작가 상생 수익 구조 창출
김 대표가 네이버 웹툰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열정’이었다.
“자나깨나 만화에 묻혀살았던 것 같아요. 네이버에는 애초 개발자로 입사했지만, 2004년 회사가 만화 서비스를 시작한다기에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당시 국내는 웹툰의 불모지로 국내 대표 혁신기업인 네이버는 만화서비스 부서를 기점으로 웹툰을 만들어간다는 복안이었다.
네이버는 웹툰과 관련된 문제는 신출내기였지만 자신들이 믿고 뽑은 김 대표에게 맡겼다. 이런 네이버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김대표는 웹툰과 연관된 일을 찾고 또 만들어갔다.
하지만 당시 만화계는 김수정 황미나 등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이끌던 전성기가 아니었다.
“2004년만 해도 웹툰이란 단어는 생소했고, 인터넷 만화는 대개 출판 만화를 스캔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만화 작가에게는 한푼도 돌아가지 않는 불법 복제도 만연했고요.”
웹툰 만화를 사랑한 만큼 웹툰 만화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만화 덕후 였던 김 대표는 다섯 시간만 자고나서 다시 업무를 시작할 정도로 미친 듯이 일했다.
김 대표는 웹툰을 성공시키기 위해 만화를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젊음은 아픈 것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 라는 식의 ‘열정페이’를 강요하기 싫었다.
“불법 복제 만화의 풍토를 극복하면서 웹툰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독자에겐 돈을 안 받는 대신 광고로 수익을 거두고 이를 만화 작가에게 원고료로 지급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는 웹툰의 특성을 살려 작가들에게 음악과 동영상을 삽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권장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출판계에서 잊혔던 만화라는 장르에 새로운 르네상스를 부흥시킨 것이다.
웹툰 대박, 글로벌 연재 780편으로 급성장
네이버 웹툰의 연재만화는 10여개에서 시작해 해외 웹툰 포함, 현재 780편으로 늘었다. 역사·추리·재난·SF(공상과학)·무협 등 처음엔 없었던 온갖 장르 만화가 다 생겼다.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웹툰 작가 경우 네이버를 통해서만 한 달에 최고 8000만원을 벌기도 한다.
이런 성공에 힘입어 김대표는 입사 11년만인 올 1월 이사로 승진했고, 한달 후 네이버 창사 이래 최초의 사내 회사 대표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현재 그는 한국식 웹툰의 세계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의 만화 덕후들에게도 꿈과 미래를 동시에 거머쥘 수 기회를 주길 희망한다.
끝으로 그에게 성공 이유를 물었다. 그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네이버죠. 네이버는 소위 무언가에 미쳐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회사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