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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마법 필요한 현실, 때맞춰 나타난 해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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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서평 / ‘해리포터, 청바지를 입은 마법사'


앤드류 블레이크 지음 / 이택광 옮김 / 이후 펴냄 / 10,000원




마법 필요한 현실, 때맞춰 나타난 해리포터




최고의 판타지 시리즈 성공요인 분석한 문화비평서 ‘해리포터, 청바지를 입은 마법사’


 


해리포터
시리즈는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지금까지 이 책은 47개국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12억 부가 넘게 팔려나갔다.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는 6억5,120달러의 흥행 성적을 거뒀고, 두 번째 영화는 개봉 첫 주말에만 8,77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해리포터가 이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비평가들이 작품평가와 플롯해석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영국의 문화연구가
앤드류 블레이크는 해리포터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를 낳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블레이크의 표현을 빌자면 해리포터 시리즈는
“제때에 편집자의 책상에 도착한 책”이다. “각박한 현실이 마법을 필요로 했으며, 해리포터 이야기는 이러한 현실, 즉 정치 문화 세계의
변동에 따른 불안한 표출 지점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다.”



몸은 현실에, 눈은 과거에



블레이크는 ‘역혁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해리포터의 성공 이유를 정리한다. 역혁명이라는 표현은 1990년대 중반 재규어사의 디자이너들이
최신형 XJ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처음 사용한 신조어다. 이 회사의 디자이너들의 말에 따르면 역혁명은 “새로움 자체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문화에서 최첨단의 것을 팔기 위해 새로운 것을 오래된 것으로 포장”하는 방식이다.

블레이크는 역혁명이라는 개념을 통해 “모더니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발적 고립”을 보여준다. 저자가 말하는 ‘모더니티’란 ‘현실’이다. “급격히
발전하는 첨단 기술, 넘쳐나는 정보, 교통 체제를 이용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위축감, 배우거나 돈을 버는 어려움, 그리고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노고”들로 휘청거리는 현실. 이 삶이 바로 모더니티다. 따라서, 역혁명이라는 것은 이런 모더니티의
충격에 맞서 오래된 것으로 퇴각하는 현상이다. 복고와 비슷한 것 같지만, 단순한 과거로의 퇴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복고와는 다르다. 역혁명은
오래된 것에 노스탤지어를 갖되, 현재의 것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간단히 말하자면, 고단하기 이를 데 없고 그다지 희망차지도 않은 현실을
잊고자 눈은 과거를 보되, 불안한 미래의 도래를 될 수 있는 한 유예하기 위해 몸은 현재에 붙박아 놓는 꼴이다.



시대 흐름, 대중 정서 발랄한 문장으로 풀어



따라서 해리포터가 청바지를 마법사 망토 아래에 차려 입고 있다는 것은 어설픈 묘사를 일삼는 증거라기보다는, 해리포터 이야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를 보여주는 증거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마법의 망토를 걸친 채 마법의 지팡이로 괴물을 퇴치할 때에도, 해리포터는 오늘날의
소년이다”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저자는 해리포터 이야기는 마법세계라는 지나간 과거를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
끊임없이 현실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신경제, 공공교육의 위기, 아동의 소비 증대와 성인 정서의 퇴보, 복고주의 등, 영국 전반을 휩쓴 사회 문화적 징후들은 역혁명이라는 아이콘으로
대표되는 대중심리를 낳았다. 역혁명을 정확히 형상화한 것이 해리포터였고, 해리포터의 성공은 필연적이었다.

해리포터 열풍이 일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영국의 특징적 현상을 다루었지만, 시대적 징후들은 세계적인 부분이 많아 공감의 폭이 넓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논의를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재미있게 풀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 관한 비평서인 동시에, 해리포터가 성공을 거둔 시대에
관한 비평서로 의미있는 책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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