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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마녀’의 아이콘 윤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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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에서 ‘박카스 할머니’까지 연기 인생 50년
지배이데올로기를 전복하는 파격 캐릭터의 역사를 쓴 관록의 배우


[시사뉴스 정지혜 기자] 1966년 데뷔, 올해로 연기 인생 50년을 맞이한 윤여정. 한국영화사에서 50년이나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배우는 흔하지 않다. 과거 공백이 있기는 했지만 윤여정은 50년이란 시간을 주연급 여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그것도 희생적 어머니나 악독한 시어머니 같은 전형적 캐릭터 외에는 욕심내기 어려운 나이라는 한국 영화 풍토를 극복하고 파격적 캐릭터를 잇달아 맡아온 것은 이례적이다.


그로테스크한 욕망의 화신


팜므파탈, 늦바람 난 시어머니, 기쎈 여배우, 재벌가의 안주인, 오매불망 손녀만 생각하는 해녀, ‘박카스 할머니’ 등 배우 윤여정은 매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선택해왔다. 그녀가 맡은 캐릭터는 한국영화 사상 손꼽힐 만큼 독특한 캐릭터들이 대부분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완성해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주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근에는 이 같은 작품세계를 짚어보기 위한 ‘윤여정 데뷔 50주년 특별전’이 열렸다. 특별전을 통해서 당시 파격적이고 새로운 여성캐릭터로 한국의 팜므파탈을 보여준 ‘충녀’의 ‘명자’, ‘바람난 가족’에서 첫사랑과 쿨하게 바람난 시어머니 ‘홍병한’, ‘돈의 맛’에서 탐욕스러운 재벌가의 안주인 ‘백금옥’, ‘여배우들’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윤여정’ 그리고 ‘죽여주는 여자’에 서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며 먹고 사는 ‘소영’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특별전 상영작에는 빠졌지만 오늘날 윤여정을 있게 한 작품은 단연 1971년 상영된 ‘화녀’다. ‘화녀’는 ‘마성의 미학’ 대표주자인 김기영 감독의 여자시리즈물 한 편으로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당시 흥행작이었던 이 작품으로 윤여정은 단숨에 스타가 되며, 시체스 호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화녀’는 작곡가인 집 주인 동식을 하녀 명자가 유혹하고, 임신한 명자가 광기로 가족을 몰살시키려 한다는 내용으로 중산층 이데올로기의 허상과 하위 계급의 욕망과 복수라는 자본주의 계급 문제를 통찰한 걸작 스릴러다. 비합리적 세계에서 요부로 되어가는 하녀 명자를 연기한 윤여정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쿨’한 노년의 ‘명자’


‘충녀’는 ‘화녀’의 속편으로 1972년에 상영됐다. ‘충녀’에서도 윤여정은 상류층 남성을 계층 사다리로 인식하는 하위계급 명자로 나온다. 하지만 ‘충녀’는 보다 노골적으로 돈이 지배하는 세계다. ‘하녀’나 ‘화녀’의 아내는 가부장적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남편을 첩에게 양보했다면, ‘충녀’의 아내는 첩이 되길 원하는 명자와 거래하며 돈으로 남편과 첩 위에 군림하며 가부장적 질서를 파괴한다.


김기영 감독의 작품세계는 윤여정의 작품세계의 근간이 된 것처럼 보인다. 김기영 감독은 윤여정 특유의 긁는 듯한 목소리와 코를 징긋거리는 표정, 깡마른 몸을 더 과장되게 연출해 어딘가 신경질적이고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당시 지배이데올로기를 전복해온 김기영 감독과 마찬가지로 윤여정은 전복적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됐다.


윤여정에게 ‘명자’는 배우생활에서 뗄 수 없는 캐릭터다. 윤여정은 곧 ‘명자’다. 2010년 임상수 감독이 1960년 ‘하녀’의 리메이크작을 만들었을 때 윤여정을 캐스팅한 것도 이 등식이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임상수 감독이 ‘바람난 가족’에 서 바람난 시어머니라는 파격적인 캐릭터에 윤여정을 캐스팅한 것 또한 자기 욕망이 강한 명자의 캐릭터가 없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돈의 맛’에서 윤여정은 젊은 남성과의 파격적인 배드씬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에서 윤여정의 캐릭터에 대해 “마녀일 수 있지만 동시에 귀엽게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기영 감독이 윤여정을 발견하고 만들었다면, 임상수 감독은 윤여정의 마녀 캐릭터를 노년까지 계승시키고 더욱 긍정적으로 확장했다.


임상수 감독은 전례 없는 진보적 여성 캐릭터들을 창조해왔고 윤여정은 임상수 작품세계의 핵심 배우임에 틀림없다.


깊이 있는 내공과 섬세한 표현력


윤여정을 사랑하는 감독 중 빼놓을 수 없는 또 한명은 이재용이다. ‘여배우들’,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에 이어 10월 개봉예정작 ‘죽여주는 여자’까지 윤여정과 이재용은 세 편의 영화에 의기투합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가난한 노인들을 성적으로 상대하며 먹고 사는 ‘죽여주게 잘 하는’ 여자 소영이 사는 게 힘들어 죽고 싶은 고객들을 진짜 ‘죽여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재용 감독은 “박카스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윤여정씨가 연기하면 전형적인 캐릭터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며 캐스팅의 이유를 밝혔다.


연민과 죄책감 사이에서 혼란에 빠지는 ‘소영’의 미묘하고 복합적인 캐릭터의 질감은 관록의 배우 윤여정의 깊이 있는 내공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완성됐다. 이에 미국 영화지 버라이어티(Variety)는 “‘죽여주는 여자’는 윤여정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여준 인생작 중 하나(one of Lifetime achievements)로 기록될 것이다”라며 극찬을 했고, 제20회 몬트리올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배우 윤여정은 “죽음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읽고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영’ 역을 연기하면서 그녀의 삶과 인생,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 쉽지 않은 힘든 과정을 겪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진보적인 여성상을 연기해왔으며, 독보적인 개성을 지닌 배우다.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연기 인생에서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 장본인인 만큼, 앞으로 어떤 전복적인 캐릭터를 만들어갈지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그녀는 앞으로도 타성과 편견에 취해 꾸벅꾸벅 조는 우리의 뒤통수를 각성이라는 망치로 세게 내려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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