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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커스] 호국보훈의 달에 더 빛나는 남한산성 '삼학사' 충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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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ㆍ수도권일보 공동주최 '제13회 남한산성 나라사랑문화제'
오는 25일 개막 앞두고 삼학사 · 현절사 발자취 집중 재조명


삼학사, 병자호란 당시 죽음으로 ‘화친 배척’
현절사 ‘자존 기개 숭상’ 유림들이 받들어


■ 죽음으로 대신한 삼학사의 ‘척화’

[수도권일보 =윤재갑 기자] 수도권일보 주최 제13회 남한산성 나라사랑(호국)문화제가 오는 6월25일 개최된다. 호국의 상징이면서 2년 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에서 열리는 나라사랑 문화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적극적인 참여 열기에 힘입어 국내 3대 호국 행사로 자리잡을 정도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민족자존과 호국의 얼이 깃든 남한산성을 말할 때면 병자호란 당시 척화파로서 청의 요구에 강하게 척화소를 올린 삼학사(三學士)와 이들의 충절를 모신 현절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모두가 언관직의 핵심에 있었다. 인조 14년 청나라가 사신을 보내 조선을 속국시 하는 군신 관례를 요구하자 이들 3인은 사신들을 모두 죽여 모독을 씻자고 주장했다.


이듬해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견디다 못해 삼전도(三田渡)의 항복으로 굴욕을 겪으면서 화의가 성립되자 청의 요구로 이들 3인은 봉림대군과 함께 청나라로 잡혀갔다. 청의 용골대가 왕명으로 이들에게 가족과 함께 청나라에서 살기를 권유하자 이에 완강히 거절 처형당했다.


한편 이들이 처형당하기 전에 청 태종이 친히 국문하였는데, 홍익한은 국문에 당당히 맞서 척화를 주장했던 떳떳한 대의를 밝히면서 나라에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를 더 이상 못함을 안타까워할 뿐이었다. 또한 윤집도 청 태종의 회유적 설득을 완강히 거부하고, 몸 바쳐 나라를 구하려 하였던 뜻은 죽어도 떳떳하다는 기개를 보였다. 이에 태종도 이들의 기개에 오히려 감탄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조선 조정에서는 이들의 충의와 대절을 기리기 위하여 정문을 내리고, 홍익한에게는 충정(忠正), 윤집에게는 충정(忠貞), 오달제에게는 충렬(忠烈)이라는 시호를 각각 내렸다.


이처럼 호국 충렬의 상징인 이들 3인을 조선현종 12년 송시열이 지은 ‘삼학사전’에서 삼학사라 불러 지금까지 그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다.

■ 민족 자존 기개 숭상 현절사

‘슬프도다. 삼학사여 늠름한 그 절의, 오로지 황조가 있음만을 알았기에, 힘을 다해 오랑캐와 화친을 배척 했네, 하직 인사말에서도 충성은 더더욱 참되었고, 죽을 고비에 임해서도 그 뜻 더욱 굳건했도다. 옛 사우(사당)를 다시 고쳐짓고 빛내려함에, 그대들 돌이켜 생각하니 감회가 실로 많도다.’  현절사 본관 입구에 설치된 ‘숙종대왕어제’ 일부이다. 개원사 입구의 작고 협소한 사당을 숙종 37년(1711) 현재의 위치로 옮긴 후 내린 시문은 단순히 삼학사를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 마음 깊이 담아 놓았던 신하에 대한 고마움과 애절함을 잊지 않겠다는 소회가 녹아 있다.

- 현절사 문이 열리다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는 삼학사와 김상헌·정온의 위패를 모신 남한산성 현절사의 문이 열린다. 광주지역 유림들이 봉심(奉審)례를 올리기 때문이다. 봉심은 현절사에 모신 분들을 분향하고 제배 한 후 건물 주변을 살피는 일이다.


지난 5일(음력 6월15일) 오전 8시. 현절사를 관리하는 수복사에서 현절사를 지키는 광주유림들과 만났다. 봉심을 주관하는 한낙교 도유사(70)를 비롯 정용석 유사(75), 이은수 유사(75. 아내 이기정의 아버지,사진 오른쪽 첫번째 분), 박광운 유사(75·광주향토연구소장), 이단우 유사(64·총무) 등 5명이다.


수복사는 의관을 갖춰 입는 장소인 동시에 봉심이나 제향을 위한 각종 제기나 물품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의관을 착용한 유사들은 현절사에 들어가 부속기관인 동재와 서재를 둘러보고 본관에 들어가 분향한 후 절을 올렸다.


의례가 끝난 후 위패를 모신 나무 뚜껑을 닫으며, 촛불은 입으로 ‘후’ 불지 않고 조심스레 손으로 끄는 것이 예법. 향도 울릉도 향나무를 사용한다. 채 5분도 되지 않는 절차지만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후 본관 주변을 둘러보며 건물이 훼손된 곳은 없는지, 혹여 벌집이 틀지는 않았는지 주의 깊게 살핀다. 또 보름 동안 쌓인 낙엽이나 쓰레기를 청소하고, 최근 수리한 동재의 상태도 점검한다. 현절사 현판은 숙종때 영의정을 지낸 남구만의 글씨다. 남구만은 서민적인 시조로 잘 알려진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를 지었다.


일반인들은 담장 너머로만 바라볼 수 있던 곳을 내부까지 속속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소박하고 검소한 본관에 모신 신위도 별 치장없이 단아했다.

- 유림들이 지킨다


 광주향교 유림들은 남한산성의 현절사와 숭렬전을 모시고 있다. 그들에게 보수는 없다. 다만 선배 유림들이 그러했듯이 건물을 관리하고 때에 맞춰 제향하는 것이다. 향불이 연기를 내며 말없이 하늘로 올라가듯 유림들은 선인들을 추항하기 위한 사당을 오늘도 지키고 있다. 현절사 또한 유림들이 관리한다. 그러나 유림이라고 모두가 해당되지는 않는다. 광주향교의 장의(掌議)란 신분 중에서 유사(有司)를 선정한다. 이들 유사 중 대표를 도유사라 부른다.


유사들의 큰 임무중 하나는 봉심이다. 한낙교 도유사는 광주시 남종면 귀여리에서 농사를 짓는다. 그는 하루에 몇 번 오지 않는 버스를 타고 광주시내까지 온 후 다시 남한산성행 버스를 타고 현절사를 찾는다. 급한 날이면 손수 오토바이를 몰고 오기도 한다. 숭렬전은 백제시조 온조왕과 이서 장군의 위패를 모셨다. 이곳 또한 유림들이 관리하며 제사를 지내고 있다. 숭렬전은 병자호란 당시 수어장대를 지켰던 이서 장군이 급사하자 인조의 꿈에 나타난 온조왕의 뜻에 따라 장군을 함께 모셨다는 기록이 전한다.


현재 숭렬전은 이은수 유사(아내 이기정의 아버지)가 참봉 역할을 겸해 홀로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 위토가 있었지만 토지정리를 하면서 하남시의 국유재산으로 편입됐기 때문에 현절사와 같은 수복사도 없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박광운 유사는 “토지문서에 숭렬전이 명기돼 있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도 인정하지만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참봉 혼자 변호사를 선임하고 일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사들은 어려운 여건이지만 현절사와 숭렬전을 지키며 삼학사들의 충절을 후세에 전하고 있다.

- 자부심의 상징 현절사


“현절사 건물은 도지정문화재이지만 건물과 대지는 현절사 이름으로 법적 등기된 건물이야. 서원은 선비들이 추향하는 분을 모셔서 운영하지만 현절사는 왕이 위토(位土)를 내려 직접 관리했던 곳이지.”
박 유사는 조선시대 왕실이 현절사를 위해 하사한 위토와 그 상징성에 대해 강조했다. 80년대 광주와 하남 곳곳에 흩어져 있던 위토는 광주 실촌면 열미리와 연곡리 등에 모아 관리하고 있다. 현재 사적지와 전·답 등이 1만3200㎡ 정도다.


제향을 위해 위토를 갖고 있는 사당은 많지 않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유림들은 그 땅을 지켰고, 현재 도유사가 관리하고 있는데, 농작물의 가치가 낮아 수익은 넉넉치 않다. 광주향교는 50여명의 유림 중 의결기구의 대표격인 장의들을 선발하고 이들 장의 중에서 유사를 선출해 현절사 봉심 순서를 정해 운영하고 있다.


한 도유사는 “현절사에 모신 분들은 이곳 유림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유사들은 삼학사의 절개를 숭상하며 오늘날까지 현절사를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문화유적지를 500곳 이상 답사했다는 이단우 유사는 “유림회에서 내가 가장 나이가 어리다”며 “입회할 때 친구들이 노인네 송장이나 치르고 뒤치닥거리 할 것이냐고 비아냥거렸지만 어른들을 통해 보고들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 현절사 제 모습을 찾기


 최근 복원한 동재는 비가 새 벽지가 흠뻑 젖었고, 물이 샌 부분에는 구멍이 뻥 뚫려 흉직한 모습이다.
유림들은 규모가 비슷한 서재의 기와 1줄이 17개인데 반해 동재는 14개를 쌓아 빈 틈으로 빗물이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또 장마철에 공사를 강행해 습기에 약한 한옥 건물이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단우 유사는 “좀더 촘촘히 기와를 얹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외형만 갖추기보다는 우리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마음이 먼저”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절사가 어엿한 사당임에도 전통격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당은 입구인 내삼문과 외삼문이 존재해 가운데 문은 ‘신문(神門)’이라 해서 영혼이 지나는 길이고 사람은 동쪽으로 들어가 서쪽으로 나온다는 의미에서 3개의 문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절사는 단 하나의 문이 있다. 또 악귀를 없앤다는 의미에서 사당 입구에 설치하는 홍살문도 없다.


박 유사는 “현절사는 사당의 격식에 맞는 형태를 갖춰야 합니다. 제향을 드리기 위해 다른 지역 사람들이 올때마다 얼굴이 부끄러워 혼난 경우가 많아요. 경기도와 광주, 성남, 하남을 대표하는 역사유물이 하루 속히 제 모습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림들은 숭렬전과 현절사에서 진행되던 제향 의궤를 광주시 무형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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