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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특집]김영란法 시행 ‘청렴·내수’…여론 '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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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토론회·대국민 설문조사 등 다양한 의견수렴…수정 여지 열어놔

[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구체적 내용이 담긴 정부 시행령 제정안이 마침내 공개됐다. 법 제정 이후 12개월 만인데 내수진작을 위해 식사대접과 선물, 경조사비 등의 상한액 기준을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다르게 상당히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와 부패척결이라는 김영란법의 취지 사이에서 오랜 기간 고민한 결과물로 풀이되지만, 시행령안 수정이나 국회의 법 개정을 염두에 둔 여론 '간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권익위 측이 이번 제정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여론을 수렴해 수정해갈 수 있다는 점을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김영란논란에 시행 4개월 앞두고 시행령안 발표

김영란법은 지난해 33일 국회를 통과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같은달 27일 공포됐다. 1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오는 928일부터 시행된다.

공무원, 사립대학 교수, 언론인 등이 제3자에게 고액 금품(1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부조 등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금액 내에서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날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김영란법의 시행령안은 바로 이 '예외 규정'이 적용되는 금액의 상한선을 정한 것이다. 상한선을 넘기면 공직자 등 뿐만 아니라 금품을 제공한 국민도 동일하게 형사처벌이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영란법이 국회에 처음 제출된 것은 20138월이지만 여론의 주목을 받은 시기는 20144월 세월호 참사 당시다. '관피아'의 실상이 세월호 참사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부정부패 척결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 외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를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은 과도한 공권력의 개입이라는 논란도 불거졌다. 농축수산과 화훼, 요식업 등 관련 업계에서는 금액 상한선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될 경우 소비위축이 우려된다며 반발이 이어졌다.

권익위가 12개월 간 고민을 거듭하다가 법 시행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지금 시점에서야 시행령안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위축 vs 부패척결절충점 모색

시행령안에 따르면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이 제3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식사대접 허용 금액은 3만원 이내, 선물 비용은 5만원 이내, 경조사비는 10만원 이내다. 이를 넘기면 과태료 등의 처벌을 받는다.

그동안 농축수산 및 화훼 관련 업계와 외식업계는 소비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주거나 상한액을 인상해 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 등에서는 기준이 낮게 설정될 경우 선물이나 촌지를 조장할 우려가 있으며 법 취지에도 위배된다는 이유로 엄격한 기준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 "실제 (원안) 그대로 되면 우리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속으로 많이 했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게 내수까지 위축시키면 어떻게 하냐"며 김영란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정부 시행령안에서 기준이 크게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권익위의 이번 시행령안은 부패척결이라는 당초 법 취지를 살리면서도 소비위축이라는 부작용을 최대한 피해보려는 고민의 결과물로 평가된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난 일반 국민의 인식 수준, 금품을 받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이를 제공한 국민도 처벌받게 되는 점, 상호부조 성격의 경조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김영란법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갈렸던 탓에 시행령안 마련에 신중을 기했다. 공개토론회, 직종별 간담회, 전문가 자문, 지역별·권역별 설명회, 대국민 설문조사, 온라인 정책토론 등의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특히 지난해 7월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많이 참고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일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음식물의 경우 3만원이 적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다수였고 선물의 경우 5만원, 경조사비는 5만원 또는 10만원으로 제한하는 게 적절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수정 여지 열어놔여론 간보기’?

실제로 이번 시행령안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식사비용과 경조사비는 각각 3만원, 5만원 이하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선물 수수는 금지한 현행 '공무원 행동 강령'보다는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음료수와 주류 등을 포함한 1인당 식사비용을 3만원으로 제한한 것은 현실물가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선물 기준의 경우도 한우나 굴비 세트 같은 품목의 시장가격을 감안할 때 사실상 명절선물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조사비 역시 조의·축의금에 축하화환이나 조화 비용까지 포함한 상한선이 10만원이어서 화훼농가의 반발도 클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권익위가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간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다수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법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았다가 반발이 커지면 시행령안 수정에 나서려 한다는 것이다.

성 위원장도 이번 시행령의 입법예고(513~622) 기간 동안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수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는 "40일 간의 입법예고 기간에는 관계부처의 의견을 조회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여러 단체 등으로부터 제한 없이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공청회 등을 통해 그것을 다시 수렴하는 과정도 가질 계획"이라며 "최종 확정된 안이 아니라는 것은 변경이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법 개정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시행령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면 정부가 내수진작을 명분으로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도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당시 김영란법에 따른 내수위축 우려를 제기하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한번 다시 검토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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