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선광 기자]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울려퍼지고, 살을 에는 찬바람이 불고, 하늘에서 펑펑 눈이 내리던 2011년 12월24일 토요일 오후. 일을 마치고 충북 청주시 율량동 집으로 퇴근하던 30대 중반의 남자가 철물점 앞에 승용차를 세운다.
두꺼운 점퍼와 모자로 몸을 감싼 이 남자는 굳은 표정으로 삽 한 자루를 산다. 주인에게 준 돈은 6000원.
집에 도착한 남자는 한구의 시신을 차에 싣더니 27㎞ 떨어진 진천군 백곡면 백곡저수지로 이동한다. 조수석에는 아내가 말없이 올라 탄다.
40여분 후 차는 돌이 많아 '돌산'이라고 불리는 곳에 도착한다. 남자의 고향 마을과 멀지 않은 곳이다. 남자는 시동을 끄고 주변을 한참 경계하더니 차 안에 있던 한구의 시신을 땅에 묻는다.
모두들 달뜬 표정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즐기려고 거리로 나설 때 음침한 산으로 올라간 이 남자는 안승아(당시 4살)양의 계부 안씨(38·구속), 여인은 지난 18일 경찰조사를 한차례 받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승아양의 친모 한씨(36·여)다.
이 상황은 '4살배기 폭행치사·암매장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 청원경찰서가 24일 공식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이다.
안씨의 진술과 한씨가 생전에 남긴 일기형 메모 등을 토대로 경찰이 판단한 시신 암매장 당일의 상황이다.
계부 안씨의 진술이 맞다면, 승아 양이 살해된 날은 12월 20일이었다. 싸늘하게 식은 시신을 나흘간 베란다 등에 보관하던 부부는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승아 시신을 암매장했다.
예수 '탄생'을 축하하듯 눈이 내리던 그날, 살을 에는듯한 바람까지 불던 날, 승아는 어느 누구의 보호와 애도도 받지 못한 채 얼음처럼 차가운 땅속에 묻혔다.
승아가 암매장되던 그날 충북 전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발령됐었다.
친모의 학대·폭행으로 숨진 승아의 시신을 암매장한 안씨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한 경찰은 28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