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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충무로에 쏟아지는 色다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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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충무로에 쏟아지는 色다른 영화




성애영화 봇물, 다양한 방식으로 성담론 제시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두 남녀가 맞선을 본다. 어색한 대화가 흐르고 둘은 식사하러
간다. 식사를 끝낸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섹스를 한다. 여자가 묻는다. “뭐하세요?” “중학교 선생이에요. 도덕.” 지루한 섹스를 끝내고
“우린 서로 맞지 않는 것 같네요”하면서 그들은 헤어진다.

섹스를 밥 먹고 차 마시는 일상의 행동 중 하나로 표현한 영화 ‘사자성어’의 첫 번째 에피소드 ‘하지’의 장면이다. ‘성’을 소재로 독특한
발상을 한다. 최근 극장가에는 이처럼 성을 다룬 영화가 많다. ‘로드무비’를 비롯해서 ‘몽정기’, ‘밀애’, ‘사자성어’에 이르기까지 접근방식과
주제가 다양한 성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제한상영’ 등급 판정으로 화제가 되었던 70대 노인들의 성을 다룬 ‘죽어도 좋아’도 지난 10월30일‘18세
이상 상영가’ 판정을 받아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성에 대한 진지한 문제제기 돋보여




성을 다룬 영화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단지 성에 대한 진지한 문제제기를 하는 영화는 묻히고 남녀간의 농도짙은 베드신에 치우친 영화만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경향이 있었다. 이것이 요즘에는 바뀌고 있다. 기존의 성관념을 뒤집고 다양한 방식으로 성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는 영화들이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러한 영화들은 긍정적, 부정적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남자간의 파격적인 정사신으로 떠들썩했던 영화 ‘로드무비’는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는 있지만 그것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화는 동성 대 동성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 동성애자일 수밖에 없는 대식과 이성애자일 수밖에 없었던 석원을
영화의 중심에 놓고 ‘이것이 보통의 사랑과 무엇이 다르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타협안에서 진정한 사랑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내부출혈이 아닌 상업자본의 펀드와 투자로 제작된 독립영화 최초의 프로젝트 ‘사자성어’는 4명의 독립영화감독들이 우리 사회의 성문화에 대해
좀 더 과감하게 풀어낸 옴니버스 영화다. 화면처리와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김정구 감독의 ‘하지’에서는 섹스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사랑없는 섹스가 만연한 현대사회를 조롱한다. 그것의 무의미함과 진정한 사랑이 내재된 섹스의 중요성을 모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탐구는 ‘죽어도 좋아’에서도 나타난다. 이 영화는 감독이 직접 주장했듯이 “노인들은 사랑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회적 편견의
단단함을 깨부수는” 영화다. 사랑이라는 것은 젊은이들만이 공유하는 것이 아닌 나이를 떠나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70대에 만나 사랑을 느끼고 섹스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음란하기보다는 아름답고 인생의 쓸쓸함마저 배어 나온다. 성기노출, 구강성교 장면
등이 국민정서에 어긋나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 문제는 문제의 장면을 약간 어둡게 처리하는 것으로 일단 매듭짓고 관객의
평가에 맡기기로 했다.





여성의 성 주체성
찾기




최근 성애영화들의 눈에 띄는 특징은 강한 남성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여성과 청소년, 노인의 성 정체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에 관한한 대체로 소극적으로 그려졌던 여성의 모습을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여성의 성 주체성 회복을 넘어
자아 정체성 확립의 단계에까지 이른다. 특히 ‘사자성어’의 ‘원적외선’과 ‘마초사냥꾼들’, ‘바디’에서는 이러한 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원적외선’은 우리나라 고전인 춘향전을 패러디하여 정조의 상징인 춘향을 주체적으로 남자를 선택하고 성을 즐기는 여성으로 그려냈다. 기다리기만
하는 여성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고 향유하는 여성으로 바꾼 것이다.

‘마초사냥꾼들’에서는 가부장적인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남자들을 심판하는 여성의 모습을, ‘바디’에서는 소아마비 소녀와 40대 창녀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와 여성이 남성에게 지배되는 성적 대상이 아닌 주체적 인간임을 말한다.

여성의 주체성 찾기는 ‘밀애’에서도 나타난다. 한 가정 주부가 남편의 바람을 목격한 뒤 죽은 사람과 다름없이 살아가다 다른 남자와의 불륜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자신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가족에게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살아가던 주부의 자아찾기다.

이 외에도 폐쇄적인 성문화 속에서 떳떳하게 말할 수 없었던 사춘기의 성(몽정기)과 노인의 성(죽어도 좋아)을 당당히 말하면서 남성적 힘을
가진 자만이 소유했던 성을 인간이면 모두다 동등하게 소유할 수 있음을 말한다.



”진정한 고민 담긴 성 영화 나와야”




이것은 기존 권력관계에 대한 반발이다. 유교의 도덕성이 지배하던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지나고 이념보다는 감성적인 힘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금기되고 억압되었던 것을 부수고, 이성이 아닌 감성이 우위를 차지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도 크게 작용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의도와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영등위는 ‘죽어도 좋아’를 50대 세 사람이 보고
한 명은 “절대 음란성이 없다”라고 했던 반면 두 명은 “흥분됐다”라고 말한 점을 제시한다. 아직 우리 사회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성애영화에
대한 좀 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또한 일련의 영화들이 다양한 소재 발굴과 표현의 자유 신장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15세
이상이면 관람할 수 있는 ‘몽정기’에서 성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대사가 만발하고 속옷을 입은 교사의 뒷모습이 클로즈업되는 것이 그 예다.

아직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성을 다루는 영화들이 단순히 흥행을 위한 벗기기식에서 작품성을 담아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남성적
힘의 과시를 위해 여성의 신체를 훑어내렸던 카메라 워킹을 자제하고 멀리서 화면을 잡는 롱샷이나 배후샷을 사용하고 있다. 여주인공의 벗은
몸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미적 영상을 담아내려는 노력인 것이다.

‘원적외선’의 이지상 감독의 말은 이러한 모습을 대변한다.

“자유롭게 성을 이야기하되 감각에만 치우쳐서 단순히 흥행만을 생각하는 영화는 싫습니다. 그 안에 진정한 고민과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힘을
담아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늘 노력할겁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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