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17일 "대한민국은 위기이고,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고 가고 있는 대통령 또한 위기"라며 외교안보라인의 대대적인 문책과 개편을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에서부터 개성공단 폐쇄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갈팡질팡하는 대응을 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단합을 호소하기에 앞서 외교·안보·통일·정보 기구의 대대적인 문책과 재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는 미국·일본·중국 사이에서 급차선 변경을 일삼는 난폭운전과 흡사하고, 통일·국방은 안보에 화상(火傷)을 입히는 냉온탕 정책을 펼쳤다"며 "대한민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인지 외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인지 의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동향 파악에도 실패했다"며 "북한 '광명성 4호'의 기술력과 발사시기 예측도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 대해 "개성공단 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고 말한 통일부 장관은 건국 이래 '최단기간 최다 말바꾸기 기록'을 세웠다"며 "대통령의 결정을 도운 청와대 비서진과 국내외적 논란만 유발시킨 통일부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스스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며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는 타당성이 없었고, 시기적 절박성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조치는 '통일대박'을 외치다가 돌연 국민들에게 '분단쪽박'을 남기는 것"이라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커녕 '한반도 냉전(冷戰)프로세스'를 만들더니 아예 '한반도 열전(熱戰)프로세스'의 시작단추를 누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개성공단 전면 폐쇄 결정은 결단코 올바른 대북 제재 방안이 아니다"라며 "전면적 무력 충돌을 막아주던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이 영구히 폐쇄되면 재고 손실 등 직접적인 피해액만 2조~3조원"이라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도를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해 우리 경제는 심각한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더민주는 20대 총선에서 승리해서 책임을 묻겠다"며 "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진상파악과 피해대책을 마련하고, 개성공단부흥법을 만들어서 개성공단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 "한미 정부의 사드 배치 협의 발표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정치군사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처는 미숙하기 짝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서 대북 제재에 중국의 강력한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며 "모순적이고 아마추어적인 외교안보 정책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25%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은 과거 마늘 파동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 내 반한감정이 생기면 한류도, K-팝도, 유커도 없어지게 된다. 안보가 시장을 죽이고 국가가 경제를 망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원내대표는 중국 '환구시보'가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면 동북지역에 군사력 추가 배치로 대응할 것이고, 한국은 국가적 지위에 엄중한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 관련, "중화주의적 오만이 깔린 막말에 엄중 항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의 국민과 국익을 위해 신중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는 국익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굴욕협상"이라며 "왜 한국의 외무부가 앞장서서 일본 측에 잔악무도한 전쟁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발부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에 대해 대해 "국가정보원은 어느 선진국에도 없는 정보수집권과 수사권을 가지고 있고 활동 범위에도 제한이 없는 거대조직"이라며 "정보수집과 분석 실패를 거듭해서 최우선적으로 문책과 개편이 필요한 기관이 테러방지법을 만들어 주무 기관이 되겠다는 주장은 조직이기주의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북한 인민의 인권 신장을 위한 법이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북한인권법은 적인 동시에 통일의 동반자인 북한의 이중성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적인 동시에 평화통일의 상대"라며 "북한인권법이 처벌 목적이 주가 된다면 남북한 관계는 더욱 경색된다. 더민주는 평화 통일의 촉진과 북한 인민의 실질적 생존권 보장이 이뤄지는 진정한 북한인권법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