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선언에 대한 보복으로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내에 남은 우리측 자산을 동결·몰수한 ‘금강산 관광’ 사업의 운명을 뒤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우리 관광객이 북한군에 사살되면서 중단되고, 2010년 초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회담이 결렬되자 같은 해 4월말 투자액 기준 4천841억원에 달하는 금강산 지구내 남측 자산을 몰수·동결하고, 금강산호텔·온정각 등의 시설과 차량, 호텔 비품 등의 물자를 무단으로 사용했다. 이처럼 북한이 남측의 재산을 동결 또는 몰수할 경우 손해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남측의 투자로 조성된 개성공단 내 입주기업들은 현지에 남아 있는 제품·설비 등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어 ‘제2의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北 “개성공단 軍통제구역 선포…자산 동결”선포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성명을 통해“개성공업지구에 들어와 있는 모든 남측 인원을 11일 오후 5시(한국시간 오후 5시30분)까지 전원 추방한다”고 밝혔다.
또한 “개성공단에 있는 남측 기업과 관계기관의 설비, 물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며 “추방되는 인원은 사품(개인용품) 외에 다른 물건을 일체 가지고 나갈 수 없으며 동결된 물자는 개성시 인민위원회가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측 인원 추방과 동시에 북남 사이의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를 폐쇄한다”며“개성공단과 인접한 군사분계선을 전면 봉쇄하고 북남관리구역 서해선 육로를 차단,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조평통은“광명성 4호의 완전 성공은 자주권과 조선반도의 평화, 지역의 안전을 담보하는 자위적 조치”라며 “수소탄 시험과 위성 발사는 그 누구도 시비할 수 없는 주권국가의 합법적인 자주적 권리의 떳떳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6·15 이후 10여년간이나 공동번영의 동음을 울려온 개성공업지구는 박근혜정권에 와서 전면폐쇄상태에 놓이게 됐다”며“(개성공단 전면 중단) 도발적 조치는 파탄선언이고,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라고 규탄했다.
조평통은 “개성공업지구를 전면 중단시킨 대가가 얼마나 혹독하고 뼈아픈 것인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불장군 北정권…자산동결·몰수 가능성
북한 당국은 2011년 금강산 지구 내에 있던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시설을 동결하거나 몰수한 뒤 현재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개성공단의 경우, 북한이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명시한 지난 2013년 ‘8·14 합의’를 우리 측에서 먼저 파기했다고 강조하며 동결의 정당성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에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 최소화'라는 명분을 줌으로써 우리 입주기업의 자산을 동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며“개성공단의 경우 북한이 군사 지역으로 선포함에 따라 향후 시설 점검 등도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이 향후 개성공단 시설을 자체적으로 전용할 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강산 지구의 경우 북한이 관광 재개를 희망했기 때문에 시설 점검 및 관리를 허가하며 몰수 또는 동결 상태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개성공단의 경우 폐쇄를 선언함에 따라 북한 입장에서는 가동 당시의 시설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개성공단의 경우 북한이 폐쇄를 단행했기 때문에 앞으로 공단을 직접 가동하거나 기계 등의 설비를 자체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며“그러나 정부에는 남은 선택지가 없다”고 우려했다.
또한 중국 등 제3국의 기업이 개성공단을 활용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정부가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건 만큼 재가동은 어려울 것”이라며“북한 입장에서 개성공단이 독이 될 거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버리고, 중국이나 다른 국가의 기업이 공단을 유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교수는“북한이 자강력 제일주의를 내세우는 만큼 우리 정부에 기대는 모습은 안 보일 것”이라며“마치 정부가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몰려다가 우리가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교수는“과거 북한의 행태에 비춰보면 북한이 우리 정부와 철수 관련 협상을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을 수 있다”며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돈 문제”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로서는 개성공단에 공급해 오던 전력과 물 공급을 중단함으로써 북한이 개성공단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단전과 단수는 개성공단 중단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었으나, 우리 인원이 모두 철수 한 뒤에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11일 북측에 의해 우리 인원이 모두 쫓겨나고 우리 자산들도 동결된 상황에서 단전과 단수는 곧 바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개성공단은 북측이 자체적으로 전력과 물 공급을 하지 못하면, 장시간 방치될 수 밖에 없다. 또 남북관계가 장기간 회복되지 못하면, 자칫 거대한 폐공장지대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성공단협의회 “국가상대로 소송도 불사할 것”
한편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 입주업체 긴급회의를 열고 “정부에서 기업들의 피해를 보다듬어 주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우리는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이뤄진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 책임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라며“70%이상의 기업들이 개성공단 내에만 공장이 있어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번(2013년 개성공단 폐쇄 당시) 정부의 피해규모가 1조566억원이라는 발표에는 영업 손실이나 영업권은 포함돼지 않았다”며“이번에는 갑작스럽게 중단 결정이 내려지면서 손실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로 개성공단은 거의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라며 “그동안 입주기업들은 얘기치 못한 환경과 장애를 겪으면서도 이겨냈지만 정부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홀대받고 무시받는 것이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됐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 회장은 “장담을 할 수 없지만 북한은 개성공단이 조성되기 전부터 장거리 미사일·핵 실험을 했다”며“개성공단 자금이 북한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는 것 가장 왜곡된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조치가 온당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내일(12일)부터 비대위 체제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