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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태안발 SOS!“검은 만리포를 살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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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태안 앞바다에서의 거대한 해양오염사고이다.
지난 7일 홍콩선적 14만6천t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남 대산항에서 17마일 떨어진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부근 해상. 원유를 가득 싣고 정박해 있는 가운데 유조선의 측면을 삼성중공업 소속 부선(1만1천800t급)인 ‘삼성 티-5’호가 충돌한 것. 찢어진 구멍사이로 유출된 원유의 양은 1만1백톤여. 거의 씨프린스호 사태의 2배이다.
지난 95년 7월 23일, 14만톤급의 거대한 원유선 씨프린스호가 원유 8만 8천톤을 적재한 채 좌초돼, 화재로 시꺼먼 연기와 불꽃을 내뿜으면서 기름이 유출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이후 또다시 최악인 것이다. 그 당시 원유 일부만이 유출되고 배의 연료인 벙커 C유 5천톤이 유출되었지만 피해는 실로 막대한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번 태안사태는 배 가까운 유출량에 수심 낮은 서해안이라 만리포 지역의 바다는 이미 검어지고 바다에 깃들어 살던 생물들이 기름을 뒤덮고서 죽음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본지는 서해안 대재앙의 현장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충돌! 충돌!”‥ 7일, 태안 앞바다에서의 긴급 메시지
“충돌! 측면 충돌!” 12월7일 오전 7시15분께 대산해양수산청 상황실 VHF 무전 수신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홍콩선적 14만6천t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충돌사고’를 알려온 사고 위치는 대산항에서 17마일 떨어진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도 부근 해상. 원유를 가득 싣고 이곳에 전날부터 정박해 있던 유조선의 측면 가운데를 삼성중공업 소속 부선(1만1천800t급)인 ‘삼성 티-5’호가 충돌했다. ‘삼성 티-5’호가 다른 부선 1척과 함께 인천대교 보수공사에 사용한 해상 크레인을 싣고 거제도로 가다 예인선과 연결된 철제강선이 끊어지면서 생긴 사고였다.
충돌 속도는 불과 4노트에 불과했지만, 강철선인 부선에 들이받힌 유조선 선체는 종잇장처럼 찢겨나간 것. 순식간에 1·3·5번 탱크에 구멍이 났고, 유조선은 뚫린 구멍을 통해 1만여t의 검은 원유를 바다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의 사고 이후 유조선 선원들은 선체를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무게중심을 잡는 빈 공간(밸러스트)에 원유를 흘려보내 유출을 막았지만 17만6400여배럴이 실린 3번 탱크의 유출은 4시간여가 지나서야 멈췄다.
이와 동시에 육지에서는 무전을 받은 대산해양수산청이 사고 소식을 즉각 태안해경 등에 알림과 함께 사고 발생 20분 뒤인 아침7시40분경 평택항에 정박 중이던 방제21호가 파랑주의보를 뚫고 사고 해역으로 출동했다. 이어 태안 신진항에서도 해경 경비정인 278함, 피61 방제함이 출동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1995년 ‘씨프린스’호보다 기름유출 규모가 2배정도 클 것으로 예상되자 오전 8시께 해경, 해군 함정에도 비상출동령이 내려져 추가출동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사고원인에 대해 대산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사고를 낸 부선은 자체 동력이 없어 예인용 강선이 끊어진 뒤 채 멈추지 못하고 관성의 속도로 결국 유조선과 충돌한 것 같다”면서 “오전 6시30분께부터 수차례 유조선에 ‘부선이 지나가니 주의하라’는 경고무전을 보냈으나 응답이 없었다”며 그 당시 “유조선에 당직자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해 현재의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검은 기름띠 ‘만리포 습격’… 재앙은 시작되다
사고의 뒤는 늘 피해가 따른다.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는 벌써 태안군 해안가에 오염의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군.경.민.관 합동의 방제 작업에도 불구하고 태안 만리포 앞바다 해상에서 유출된 기름은 현지 지역해상은 물론 소원면, 원북면 일대의 해안가로 크게 확산되는 상태. 해상의 경우 사고 지점의 유조선(헤베이 스프리트)으로부터 남동쪽 방향에 8마일(12.8㎞) 가량의 원형 기름띠가 형성돼 있으며, 해안은 해안대로 소원면 백리포에서 만리포로 이어지는 해안가에 폭 1-2m의 검은 기름띠가 1.5㎞ 가량 길게 밀려들어 신두리 해수욕장 인근의 모래언덕 1㎞도 기름띠에 광범위하게 오염된 것이다.
또 학암포 방파제부터 구례포 해안 4㎞도 부분적으로 검은 기름띠가 구석구석 번지는 등 소원면 최남단의 모항으로부터 원북면 태안화력까지 이르는 해변 17여㎞에 폭 10m의 검은 기름띠가 엉겨붙어 있어 ‘최악의 해상오염사고’라는 일면의 시작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양경찰은 우선 양식어장이 많고 어민 피해가 크게 우려되는 가로림만(오일휀스 4.2㎞), 학암포( 1.5㎞), 근소만(2㎞) 일원으로 기름띠가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해안 7.4㎞에 오일 휀스를 설치하고 방제조합, 어민 등과 합동 방제작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울러 태안과 서산을 잇는 가로림만에는 오니관(준설토 이송관)을 2㎞가량 설치를 완료했다. 또한 사고지역 해상에서는 방제정을 비롯해 함정 67척(해경 31척, 해군 5척, 방제조합 11척, 민간어선 20척)과 항공기 6대와 군인, 경찰, 민간인 등 인력 1천300여명으로 9개 선단을 편성, 방제작업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유처리제 5만4천194ℓ, 유흡착재 7천740㎏, 유회수기 10대 등도 방제 작업에 동원됐다.
그러나 태안군 관계자 및 현장관계자에 의하면 현재 장비 부족으로 인한 고충이 커 방재 지연재 및 장치류의 도움이 절실한 실정이라 한다. 특히 부직포, 흡착포 등 장비 부족으로 큰 애를 먹고 있다. 태안군은 우선 예비비 2억 5천만원을 긴급배정하고 공무원, 어민, 군인 등 2,7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방재작업을 하고 있으나 장비 부족으로 방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해안은 밀물과 썰물의 교차가 큰 특성상 기름대가 조류를 타고 이동하므로 긴급히 방재하지 않을 경우 태안군 관내 445개의 양식장 및 5,647ha에 이르는 어장 및 생태계 오염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동동 구르는 그들의 발걸음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부직포와 흡착포를 지원해주세요”… 방제물자 부족호소
오염기름띠는 9일 오전 현재 이원·원북·소원 등 3개면 해수욕장과 양식장을 덮치고 있어 완벽한 대응을 위해서는 중앙방재청 차원의 예산과 장비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나 사고이후 유기적인 지원이 아직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태안군 전체 어장면적의 63%이상의 피해가 발생되자, 태안군측은 청정해역의 오염이 불가피함에 따라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9일 현재 특별재난사태로만 선포된 상황에서 종합적인 복구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태안군은 향후 재난지역 지정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때 보다 큰 상태이다. 특히 바다목장 사업 등 굵직한 지역발전사업 현안이 결정될 시기에 이번 오염사태가 발생해, 피부로 느끼는 피해정도가 이미 상상의 수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9일 낮 “기름띠가 남쪽으로 엷은 유막형태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하고 “기름이 분해돼 외해쪽으로 나갈 수 있도록 남쪽 해상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히면서 “태안반도 해안선 150km 중 기름이 도달한 17∼20km 해안쪽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며 유출된 기름은 해안에 붙고, 많은 양이 바다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이 지역 수산생물과 인근 생태계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사 일부 수산생물이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한동안 유통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아무리 초동조치를 하고 방제를 하더라도 해안가로 기름이 달라붙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며 “다만 초기부터 기름이 갯벌과 수산자원의 보고이자 양식장들이 밀집된 군소만이나 가로림만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9일 현재 기름유출로 인한 피해는 태안군 소원면, 원북면, 이원면, 근흥면 등 4개면에 어장피해 2천100ha,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신두리, 구름포, 학암포 등 해수욕장 6곳 221ha 등으로 집계되고 있었다. 피해 해안선의 길이 역시 태안반도 전체 해안선 150km 중 17∼20km 정도로 추정되고 있어 기름오염띠의 증가추세는 그 비례만큼 태안군민의 목을 죄어오고 있었다.
신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고통의 일부 덜어줘
다행히 정부는 10일 태안군 일대 기름유출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키로 결정했다. 이는 95년 특별재난지역 지정제도 도입 이후 11번째의 지정이지만 태안군민의 현실에서는 그 어떤 것보다 첫 번째로 기다리던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지난 8일 태안군 일대에 선포된 ‘재난사태’는 재난경보발령, 인력.장비.물자 동원, 공무원 및 민방위대 비상소집 등 인적.물적 동원과 지원을 목적으로 하지만,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재정적 지원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그렇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지자체별 재정규모에 따라 일정부분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국세 납부기한 9개월 연장, 30% 이상 재산 피해자에 대한 세금 감면, 재해로 파손된 집 등 건축물 대체 취득시 취득세.등록세 등 지방세 면제, 공공시설 피해액의 최대 90% 국고 지원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또한 피해 정도에 따라 공공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의 감면.경감 혜택도 주어지기 때문에 당장의 피해현실에서 일부분 피부로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줄일 수 있어 다행인 것이다.
이번 태안사태를 지켜보면서 바다는 모든 것을 정화하고 포용한다는 그 무한한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안가로 검게 토해내는 오염된 파도가 만리포를 잠식하고 일부 동물들의 사체가 목격되면서 오히려 바다가 분노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역설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지난 50년 전까지의 바다는 인류의 찌꺼기를 수용하고 걸러내는 것이었다면 89년도 미국 엑손발데즈호의 유출사고를 정점으로 바다가 그 넓은 아량을 포기한 것 같기 때문이다. 부디 태안일대의 오염이 신속히 해결되면서 그 옛날의 파란 만리포를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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