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정부 외교-안보라인이 엇박자를 내면서 한·중 관계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방부는 29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미국 정부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면서도 "주한미군이 사드를 배치하면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당국자는 "미국 정부 내에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관련 연구기관에서 사드 관련 관련 자료도 미국 측으로부터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증가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의 안전을 담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 사드 배치에 불편한 심기를 보여왔다. 사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중국의 일부 북한 접경지역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또한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던 정부는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는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배치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배치 논의를 공론화시켰다.
문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를 도출하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 시점에 한·미 양국 간 사드 배치를 공론화하면서 국제사회의 공조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박 대통령의 '사드' 발언 다음날 열린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다"라는 중의적 발언을 통해 사드를 공론화한 한국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나아가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이 방중한 날에는 관영매체를 통해 "사드가 한국에 배치된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가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경고했다. 또한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과 한국 양국 간 신뢰가 손상을 입을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4차 핵실험 이후 대외 행보에 나선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사드 공론화로 인해 한·미·일 3국과 북·중·러 3국 간 대결 양상이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지난해 '중국경사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對) 중국 외교에 공을 들였음에도 중국 정부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북한과 중국 간 관계의 특수성을 단시간에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실장은 "한·미의 대응이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한·중 관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악수(惡手)를 계속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