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특히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군사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우리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 오면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장관의 발언은 계속 높아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와 대응 능력을 향상하는 대책 마련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군사적 관점에서의 도입 필요성을 시사했다.
한 장관과 김 대변인의 발언은 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그동안 정부는 '논의도, 결정도, 요청도 없다'는 '3NO' 입장을 거듭 공언했지만, “군사적으로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입장보다 더 적극적인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 정부가 그동안 물밑에서 비공식적으로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해 왔으며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를 두고 중국과의 공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공론화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드 배치 문제는 군뿐만 아니라 외교가에서도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2025' 보고서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가치 있는 미사일방어 체계를 제공할 것”이라며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개적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27일부터 중국을 방문하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대북제재의 범위와 수위 등을 놓고 중국과의 담판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드 배치 공론화가 중국을 압박하는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는 중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끌어내는데 효과적일 수 있는 반면, 오히려 중국 측의 더 큰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이에 우리 외교 당국도 사드 배치 논의가 외교 문제로 부상하는데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사드 배치 공론화'는 군사전략적 차원에서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 시기와 방법, 구체적인 내용 등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중국 측의 협조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될 경우 또 다른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