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52'가 10일 전격 출격하는 등 북한을 향한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가 태풍 속으로 휘말려들고 있다.
특히 'B-52 한반도 출격'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의 반발까지 부를 수 있어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논의 과정에서 중국과의 입장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이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 엄중한 도발로 규정하고 군사적·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강대강(强對强)' 국면이 오히려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美 전략자산 추가 전개 가능성…中 반응 '주목'
미국의 핵심 전략무기인 B-52가 한반도에 전격적으로 전개된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은 한·미 양국의 2단계 군사조치에 따른 것이다.
이는 한·미 양국이 그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대하고 있다는 방증이자, 향후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군사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북한은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북한은 B-52 등 미국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할 때마다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중국도 B-52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긴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 언론들은 B-52 전개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우려' 표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미·일 3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유엔 안보리의 추가 대북제재와 관련해 그 수위를 결정할 '키'(key)를 쥔 중국 입장으로서는 한반도 및 동북아 긴장 완화를 명분으로 대북제재 공조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외교안보 분야의 한 전문가는 "B-52 출격에 이어 핵추진 항공모함 등 추가적인 군사 압박 조치가 이어질 경우 중국 측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며 "중국 측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 중국이 돌아설 경우 국제사회에서 또 다른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북(對北) 압박 최고조…강대강(强對强) 국면 우려 목소리도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B-52 출격은 아직 예고편에 가깝다"며 상황에 따라 더 강력한 대응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날 B-52 출격을 시작으로 미군의 전략자산이 추가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추가 배치될 미군 전략자산으로는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와 핵잠수함,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교적인 대북(對北) 압박 수위 역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미·일 3국 외교부는 다음주 차관급 3자 회동을 갖고 강도 높은 대북제재 방안을 논의한 뒤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방영된 시사프로그램에서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북핵 불용'의 원칙과 결연한 반대 입장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 노선을 취하는 것이 북한을 자극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것은 비정상적 사태를 야기한 북한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고, B-52 등 미군 전략자산의 전개는 한·미 동맹의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강하게 대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이번 만큼은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국내외 여론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중국 역시'북핵을 용인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밝힌 만큼 그에 맞는 구체적인 액션(action)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