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천세두 기자] CJ그룹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다.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당분간 경영 일선 복귀의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CJ그룹은 아직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에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다음 주 대법원에 재상고할 예정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CJ그룹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CJ그룹은 이 회장이 구속기소된 지난 2013년부터 M&A 등 리스크 높은 투자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CJ 측은 "그룹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길을 잃은 기분"이라며 "이재현 회장이 부재한 지난 3년간 CJ그룹의 성장지표는 사실상 '올 스톱'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7월 이 회장이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후 그룹의 경영 시계는 멈췄다. 하지만 CJ그룹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총수 부재에 대한 돌파구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계열사 CJ대한통운이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등 M&A가 무산됐다. APL로지스틱스는 1조원 넘는 가격으로 총수의 결단 없이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지난해 2조4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집행 금액은 1조9000억원으로 약 79%에 불과했다. 2013년 역시 계획(3조2400억원) 대비 20%가량 (6400억원)이 차질을 빚었다.
실제 동부산테마파크 등 수년 동안 추진해온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잇따라 중단됐다. 동부산테마파크 역시 총 2500억원이 들어가는 테마파크 건설 투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 내 상업시설을 아울렛사업자에게 임대하려고 했다가 부산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치자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CJ그룹의 성장을 이끌 신규사업들이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CJ는 2009년부터 인천 서해의 섬인 굴업도에 골프장과 관광호텔, 콘도미니엄 등이 포함된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역시 이런 저런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뚜렷한 내년 사업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CJ그룹은 매년 1월 중순께 발표했던 투자 및 고용 계획을 올해엔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룹 총수인 이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사회적 갈등이나 불확실성이 큰 대형프로젝트 추진에 과감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내려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개발사업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부딪치기 쉬워 갈등을 조정하고 난관을 돌파할 강력한 리더십이 중요하다.
한편 CJ그룹은 이 회장에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 다음 주 대법원에 재상고할 예정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재상고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음 주 대법원에 재상고할 계획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재상고 준비 외에는 모든 것이 '올스톱'됐다"고 덧붙였다.
재상고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확률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CJ로서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시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M&A는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사 결정"이라며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 개별기업의 전문 경영인이 신속한 의사결정하는 것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당분간 CJ그룹은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 체제로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한 경영이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회장의 자리를 대신 메우고 있는 손 회장도 최악의 위기 상황임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순탄하지 않은 경영환경이 예상된다"며 "이 회장의 부재는 그룹의 최대 위기상황인 만큼 임직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는 이 회장 구속 이후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과 누나인 이 부회장, 전문 경영인인 이채욱 부회장과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 4명으로 구성된 경영위원회가 서로 협의해 그룹을 이끌어가는 비상 체제를 유지해 왔다. 당분간 이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