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나흘째 국회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야당이 5일 국정화 저지 투쟁을 '장기전'으로 전환키로 했다. 국회 예산심사 등 민생과제와 국정화 저지 투쟁을 '투트랙'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오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종료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만큼 이를 막아내면서 국정화 저지 투쟁을 병행한다는 취지다.
문재인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 총회에서 "역사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긴 과정동안 우리는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며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농성을 위해 의원들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3박을 했고 오늘 4일째로 접어든다"며 "우리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다면 야당의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여당은 경제와 민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경제와 민생을 살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 중요한 시기에 국정화 문제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국력을 낭비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국정화 저지) 문제는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학계, 시민사회와 함께 연대하면서 이 동력을 어떻게 잘 끌고 갈 것인가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기동전에서 장기전으로 전환함에 있어 필요한 것들을 잘 준비하자"며 장기화 전략을 지도부에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원내대표는 그러면서도 "진취전에서 기동전으로 전환하는 요소들이 중간중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가 국회를 마다할 수는 없다"며 "당 밖에는 추운 겨울, 우리를 기다리는 민생의 손길들이 우리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의 대표는 부산예산을 초과 달성하겠다며 '우리가 남이가'라고 했다"며 "예산을 망치고 보이콧한 새누리당이 우리 당을 비난하고 있는데 정말 후안무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이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나 "대부분의 의원들이 병행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국정화 문제는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다만 중간중간 교과서 내용, 집필진 구성 등의 이슈가 있을 경우 사안마다 잘 싸워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새정치연합은 현행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특위를 대책기구로 격상시켜 종합적인 전략을 세우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간 회동 참석 여부를 검토 중이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 원내대표는 여당이 확정고시 철회 등 유의미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제안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국회의장의 중재에 응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이라면서도 "다만 의장의 중재 노력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에서 새누리당이 유의미한 제안을 제시해주기를 바란다"며 "그런 내용이 있을 경우 오후 2시로 예정된 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합의를 하고, 이 원내대표가 의장에게 전화를 해 회동 참석 여부를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다만 의장의 중재노력을 높게 평가하는 차원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의장의 노력에 대한 지지와 새누리당에 대한 강한 비판과 질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