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이달 초 터키의유럽연합(EU) 가입을 거듭 반대하고 나섰던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입장을 돌연 바꿨다. 난민 수용 정책으로 최근 독일 내 여론이 악화되자 해결책을 고심하던 메르켈 총리가 터키에게 EU 가입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대신, 난민 통제역할을 맡기길 원하는 것.
지난 10년간 EU가입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터키는 이를 반기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협상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EU가입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가 쉽지 않아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18일(현지시간) EU뉴스 전문매체 ‘EU옵저버’에 따르면, 터키의 EU 가입 협상은 지난 2006년 시작됐으나 2013년 이후 진전된 것이 없다. 지난 2014년 터키의 EU회원 가입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다시 한번 (EU규정에 대치되는)심각한 사실들이 발견됐다”며 “사법부와 기본권 측면에서 보다 진전된 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EU집행위원회는 경제 및 통화 정책을 규정한 ‘17조항’ 에 터키가 부합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심사를 제안했다. 이에 EU회원국은 공식적으로 심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8일 메르켈 총리는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에 17조와 23, 24조에 대한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메르켈은 지난 7일 TV방송 인터뷰에서 “터키가 EU에 가입하는 것을 반대한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가 이날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EU옵저버는 사법부·기본권에 관한 23조와 24조는 17장보다 더 논란이 많기 때문에 심사단계를 개시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전망했다.
매년 이 맘때 나오는 EU 터키 관련 진전 보고서는 발표가 현재 연기된 상태다. EU위원회는 “난민 문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곧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난민 통제에 대한 터키 지원을 받기 위한 협상 때문에, 이 보고서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EU 보고서에서 터키는 23~24장과 관련된 부분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EU회원국들은 23조와 24조 심사 개시를 반대하고 있다. 특히 키프로스는 이를 ‘레드라인’(금지선)이라며 이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날 독일 메르켈 총리가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 대해 “EU에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터키의 EU가입 지지를 대가로 제시한 ‘더러운 거래’가 이뤄졌다”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터키 정부가 오는 11월 1일 총선을 의식해 이번 협상에서 유럽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1923년 공화국 수립이후 '유럽 편입정책'을 취해온 터키는 1960년 유럽경제공동체(EEC) 준회원국이 된 것을 시작으로,1996년에는 EU와 관세동맹을 체결했다. 2004년에는 드디어 정회원 후보국의 지위를 얻었다. 터키는 EU가 표면적으로 자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표면적인 이유로 가입기준 미달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슬람국가란 점 때문에 ‘유럽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차별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
터키는 EU가 동유럽국가들은 잇달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경제력이 크게 높아진 자국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EU를 향한 일방적인 구애를 이제는 끝내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르켈의 이번 입장변화가 터키의 EU가입 숙원 달성으로 과연 이어질 수있을지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한편 독일 평론가들은 이번 메르켈 총리의 터키 방문을 2005년 집권한 이후 가장 중요한 방문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