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개입된 두 개의 주요 전쟁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하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간 그리고 시리아 전쟁 등 미국이 3개 분쟁에 관여한 상황에서 남은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기 임기에서 중동 지역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에 외교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2014년 1월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미군 병력을 전면 철수하겠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약 18만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다"라며 "오늘 이라크에 남아 있던 나머지 미군 병력이 철수했으며 아프간에 있던 6만 명이 넘는 미군도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 병력이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면서 미군은 이제 지원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라며 "미국은 올해 말까지 동맹국들과 함께 그곳(아프간)에서의 임무를 끝낼 것이고 미국이 치른 가장 긴 전쟁이 마침내 막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와는 달리 중동 지역의 분쟁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 잔류라는 결정을 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미군 철수 후에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에서의 교훈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군 고위 지휘관들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소탕해 안정을 회복하려면 미군이 현지에 계속 잔류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 왔다.
이 같은 결정에 민주당 내 진보적인 인사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반면 다수의 보수주의자는 미 국방비 감축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초기 '아시아 재균형'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프간 등 중동 지역에서의 미군 주둔은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미군 철수 이후에도 이라크가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확대하면서 미국은 이라크에서 IS에 대한 공습에 나서야만 했고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면서 IS 격퇴를 위해 연합군을 결성해 시리아에서 공습을 주도해야만 했다. IS에 대항하기 위해 이라크군을 훈련할 미군을 파병하기도 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아프간 내 미군 병력 잔류에 대한 해명에 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여러분들이 알고 있듯이 나는 끝이 어딘지 모를 전쟁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라며 "그러나 이(아프간)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철군 완료 목표 시점인 2016년 이후에도 5500명의 미군이 아프간에 잔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작은 단위의 병력일 수도 있지만, 미군이 탈레반으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아프간군이 탈레반을 제압할 수 있을지 미국이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성명에서 이라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가운데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얻은 교훈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잔류하는 배경이 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4년 전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라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지만 이후 미국이 이라크에서 목격한 것은 종파 분쟁과 IS와 새로운 전쟁을 치르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철수 계획을 변경한 것은 미군이 현지에서 빠져나왔을 때 탈레반이 득세하고 아프간군이 이슬람 무장세력에 밀려 힘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