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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특집]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색깔 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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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vs 진보‘전면전’…야당·학계 “독재정권 미화시도” 반발

[시사뉴스 이상미 기자]한국사 교과서의 국정발행이 확정됐다. 교과서 문제가 보수와 진보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2017학년도에 사용되는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한다고 확정했다. 이에 따라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에 따르면, 중학교는 역사교과서①②와 역사지도서①② 등 4권이, 고등학교는 한국사 1권만 국정으로 발행된다. 이러한 정부의 결정이 확정되자 야당은 거리투쟁을 선언하며 거리로 나섰고, 학계와 시민단체들은 각종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정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색깔 몰이?

새누리당과 정부는 10월 들어 국정교과서 도입 문제를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리고 군불을 지폈다. 새누리당은 지난 1일 역사교과서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5일에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현행 역사 교육과 교과서를 집중적으로 비난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역사 교육 정상화의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가 됐다"며 "그 첫 걸음이 바로 한국사 교과서의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념 논쟁,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서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우리 아이들의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위한 한국사 교과서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을동 최고위원도 "역사교육의 목적은 과거로부터의 상처뿐 아니라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애국심을 심어주고, 올바른 국가 정통성과 민족의식을 확립해 대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역사 교육이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는 논쟁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발언이 쏟아진 지 일주일 만에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발행을 확정했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의 이름을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지었다.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우리 역사를 올바르고 균형 있게 가르치자는 취지"라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과 정부는 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이처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일까.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박 대통령은 부친과 결부된 역사 문제 재정립을 수차례 거론해왔다. 근·현대사 사관을 재정립,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다시 하겠다는 것이다.

또 지금이 현 정부 동안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추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시간대라는 점도 작용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50%대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집권 3년 차를 넘어서면서 점점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내년이면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아직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지금이 역사교과서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최근 당·청의 '힘겨루기'도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공조'가 가능한 분야로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휴전'을 위한 공조인 셈이다.

게다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는 이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보수층 결집을 유도할 수 있는 사안이다. 새누리당이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드는 이유 중에 하나로 볼 수 있다.

◆야당·학계 “독재정권 미화 시도” 반발

야당을 비롯한 학계, 교육계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편향적인 교육을 강제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이날 발표하고 행정예고를 하자 학계,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한 100만 서명운동 등 '강력한 저지 투쟁'을 선포했다. 그러면서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황우여 교육부총리 해임건의안도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466개 단체가 연대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역시 규탄 성명서 발표하고 대국민 서명운동, 국제사회와의 연대 등 국정화 저지 운동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미 학계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많았다. 지금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선언이나 성명에 참여한 교수, 교사, 학부모 수는 5만여 명에 이른다.

9월2일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 34명과 전국 역사교사 2255명이 첫 성명을 낸 데 이어 독립운동가단체 원로 12명도 같은 목소리로 성명을 냈다. 같은 달 8일과 9일에는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강병우 충북도교육감 등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또 국정감사 중에는 8개 국립대 총장 중 5명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고, 나머지 3명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어 이달 5일에는 경희대, 인하대, 목포대 교수 250여 명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선언서를 내기도 했다.

◆새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2017년, 5년마다 내용 바뀔까?

국정으로 편찬된 역사 교과서는 2017학년도부터 나온다. 2017학년도부터 중학생은 역사, 고등학생은 한국사 교과서를 단일 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2017학년도부터 적용되는 국정 교과서는 2016년도 말까지 제작을 완료하고 2017년 1, 2월에 발행공고를 마치게 된다. 교육부는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교과서 개발을 의뢰할 계획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앞으로도 정권의 성향에 따라 교과서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정 교과서는 교육부가 저작권을 갖고, 집필과 수정·개편을 교육부 장관의 의지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5년을 주기로 교체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마다 교과서 내용이 달라지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4·3사건은 정부가 발행했던 1976년 3차 교육과정 상의 '국사'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당시 교과서는 "북한이 남한의 공산주의자를 사주해 제주도에서의 폭동과 여수·순천에서의 반란을 일으키게 했다"고 기술했다. 이같은 설명은 1996년 발행된 6차 국사 교과서까지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 사라졌다. 5·16군사정변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쿠데타, 정변, 혁명 등 다양한 함의가 담긴 표현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논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편 역사 교과서 국정 제도는 1974년 시작돼 시행되다 2007년 폐지됐다. 역사 교과서는 민간이 만들고, 나라가 검증하는 '검인정 제도'로 바뀐 것이다. 역사 문제에 대해 더욱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현재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운영하는 나라는 북한, 베트남, 몽골, 태국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일본도 민간에서 만들고 나라에서 심사하는 제도로 역사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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