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숨진 희생자의 시신이 신속하게 송환되지 않고 있다며 사우디에 대한 강력하고 가혹하게 보복을 경고했다고 CNN이 9월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북부도시 노샤흐르 있는 이란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 관영 프레스 TV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순례객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어떤 대응을 해야 한다면 강력하고 가혹한 대응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하메네이가 이번 압사 참사를 조사하기 위해 이란을 포함한 이슬람 국가들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 발족을 촉구했다고 전하고 이란 주재 사우디 부대사를 불러 이란인 사망자와 실종자의 신원 확인과 송환 지연에 대해 경고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국영통신 메흐르가 보도했다.
사우디가 하지 순례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란이 사과를 요구하자, 이에 맞서 사우디는 이란이 사우디 압사 사고를 정치적 논란거리로 삼고 있다고 비난하는 등 양국 간의 비난전이 격해지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사우디 관영 뉴스통신 SPA는 압사 사고 사망자가 769명이고 부상자는 900명이 넘는다고 보도했으나 이란의 프레스 TV는 사망자가 4173명에 달한다고 9월 30일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앞서 지난 27일에도 압사 사고에 대해 사우디를 비난했었다.
그는 당시 성명을 통해 "사우디 지도부가 책임지고 이슬람 세계와 유족에게 사과하고, 맡은 바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1000명 넘게 사망한 것이 작은 일이 아닌 만큼 이슬람 공동체는 이번 사고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사우디가 발표한 사상자 집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비난하자, 사우디의 압델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이 압사 사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맞대응했다고 사우디 관영 누스통신 SPA가 보도했다.
알주바이르 장관은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조사가 끝나서 결과가 나오면 숨김 없이 모두 공개하고 잘못이 있으며 관련자에게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8일 아랍권 위성 매체 알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예멘 반군인 후티에 무기를 제공하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를 지지해 중동 불안을 부채질한다고 비난했었다.
이에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다음날인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나의 압사 참사는 잘못된 운영과 신중하지 못한 대응과 관련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예멘과 시리아에서 사우디의 군사개입이 극단주의와 역내 불안을 부추길 뿐"이라며 맞대응했다.
그는 “사우디의 신중치 못한 대응으로 순례객 수천 명이 숨졌을 바로 그 시각에 예멘의 결혼식장에서 사우디 연합군의 공습으로 하객 수백명이 숨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