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탈레반 반군이 28일 오전(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북부 요충지 쿤두즈를 완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뉴욕타임스(NYT),BBC 등은 탈레반이 지난 2001년 미국과의 전쟁으로 정권을 잃은 이후 가장 큰 군사적 승리를 쿤두즈에서 이뤘다고 평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7월 탈레반의 새 지도자가 된 아크타르 무함마드 만수르의 권력기반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탈레반은 28일 새벽부터 세 방향에서 쿤두즈를 공격한지 수 시간 만에 정부 청사, 법원, 경찰서 등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쿤두즈 시내 중심가에서 깃발을 흔드는 동영상, 정부 청사에 탈레반 깃발이 게양돼있는 사진 등이 올라오고 있다. 탈레반 대원들이 시민들을 모아놓고 '미국에 죽음을'' 미국의 노예들에게 죽음을 ' 등의 구호를 외치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탈레반은 이날 성명을 통해 쿤두즈 승전을 공식화하면서, " 약탈이나 불법적 처형은 없을 것"으로 약속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보석가게가 약탈당하고, 경찰서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석방한 교도소 죄수 수백명이 거리를 걸어다니는 모습도 목격됐다.
쿤두즈는 쿤두즈 주의 주도로, 인구는 약 30만명(2013년 기준)으로 추정된다.타지키스탄과 인접하고 있어서, 군사적 외교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현지관계자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쿤두즈는 물론 주의 약 70%를 장악한 상태라고 전했다.
현지 관계자들은 탈레반이 지난 수개월동안 쿤두즈를 장악하기 위해 공격을 이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아프간 정부가 쿤두즈를 방어하기 위해 전력을 강화하려는 의지와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28일 탈레반 군이 총공세를 펼칠 당시 쿤두즈를 방어하는 정부군은 약 500명이었고, 그나마도 전투력과 사기 면에서 탈레반에 크게 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는 쿤두즈 지역에 약 7000명의 병력이 있었으나 제대로 통솔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패전의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탈레반은 이번 승전을 계기로 기세가 더욱 강화되는 한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중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프간 정치분석가 하룬 미르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 탈레반은 쿤두즈같은 대도시를 장악해 유지할 인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이 원하는바를 이룩했다는 점은 가니 대통령 정부에 중대한 타격이 될 것"을 분석했다.
현재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 병력은 약 1만명이다. 대부분은 아프간 정부군 훈련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미군과 나토군은 지난 2014년 12월말로 아프간에서의 전투임무를 종료한 상태이다.
한편 존 캠벨 아프간 미군사령관은 내주 중 워싱턴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현지 군사상황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캠벨 사령관은 지난 7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국가(S) 지지를 선언하는 아프간 반군 세력이 늘어나는 가운데 아프간 주둔 미군이 예정대로 내년 말까지 모두 철수하면 이라크에서처럼 치안 공백과 정권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IS와 탈레반이 내년에 당장 아프간 정부를 장악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미군 철수와 함께 지원이 중단되면 몇 년 뒤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