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이란 정부가 최소 769명의 목숨을 앗아간 하지순례 압사사고 참사를 유발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맹비난하면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핫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6일 유엔 개발정상회의 연설에서 "가슴아픈 사고가 발생해 유감"이라면서 " 올해 하지 기간에 일어난 이번 사고와 유사한 다른 사고들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 사고의 책임을 사우디아라비아에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압사사고로 이란 국적의 순례객 130여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실종된 상태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하루 전인 25일 "이번 참사는 사우디 정부가 예멘의 후티 반군과 싸우기 위해 경험많은 군인들을 현지에 파견한 탓에 벌어졌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란와 사우디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세력을 둘러싸고 그동안 첨예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란은 사우디가 같은 시아파인 후티를 예멘에서 몰라내기 위해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한편, 사우디는 이란이 후티 반군을 후원해 예멘을 극도의 혼란 속에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25일 이란 최고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역시 사우디의 실수와 무능력이 이번 재앙을 야기했다"고 맹비난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검찰총장은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 국제법상 이번 참사는 전적으로 기소대상이 된다"며 "알사우드 (사우디왕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재판소와 기구를 통해 하지 순례객들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해 알 사우드(왕가)를 재판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시 검찰총장은 인터뷰에서 "사우디 당국이 왕실 인사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순례객들이 사용하는 토론을 차단하면서 압사참사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란과 사우디는 모두 국제형사재판소(ICJ) 회원국이 아니기때문에, 서로 상대국을 형사사건으로 기소할 수있는 권한이 없다. 다만 국가 간의 분쟁을 중재 및 재판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해서는 이란이 사우디를 제소하는 것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란의 이같은 공세에 맞서 사우디의 압델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가장 신성한 종교적 의무를 행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닥친 비극을 가지고 정치 게임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한편 사우디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하지 압사사고 사망자는 769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2000명설까지 나오고 있다. 이란 프레스TV는 25일 이란 하지 위원회의 사이드 오하디 위원장을 인용, 사망자 수가 2000명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오하디 위원장은 "사우디 정부 발표에 근거해서 보면 숨진 사람은 2000명"이라며 "사우디 정부의 무분별함과 무책임함, 잘못된 일 처리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성토했다.
이란 파르스통신도 앞서 실제 사망자가 1300명, 부상자는 2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