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서울에 진도 6.5의 지진이 발생했다.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국회의사당 돔형 지붕에 구멍이 뚫렸고 남산타워가 두 동강 나서 쓰러졌다. 지진이 낯선 도시 서울, 시민들은 아비규환이다.
JTBC 새 금토드라마 '디데이'(극본 황은경·연출 장용우)는 지진이 난 서울에 피해 환자들을 구하기 위해 꾸려진 재난의료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재난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기본적으로 평범한 의학드라마의 문법을 따른다. 모든 환자는 살리고 봐야 하는 열혈 의사 '이태성'(김영광)과 정반대 성향의 냉철한 원칙주의자 '한우진'(하석진)의 대립이 극을 이끄는 주요 소재다.
"저는 '태성'이 이해가 안 되고 답답한 거죠. 안 되는 걸 자꾸 하겠다고 하니까."(하석진)
그럼에도 어느 한 쪽을 선이고 악이라고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수없이 많은 상황, 어떤 환자를 선택하고 어떤 치료에 중점을 둘지의 가치판단이다.
"신념의 대립이라고 생각해요. 환자를 안 받으면 악역이고, 받으면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기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김영광)
흔한 의학드라마의 대립구도지만 다른 의학드라마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역시 지진에 있다. 전기, 수도, 가스, 통신이 모두 끊긴 병원은 그냥 콘크리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병원은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손,발이 잘린 병원에서 어떻게 재난으로 고통 받는 이 많은 환자들을 구할 것인가, 살릴 것인가. 그런 상황에 놓인 의사들의 사명감과 재치를 그리고 싶었어요."(황은경 작가)
'이태성'과 '한우진'의 대립을 중심으로 재난의료팀원들이 극의 양념을 더한다. '이태성'과 멜로 라인을 형성하는 부산출신 레지던트 '정똘미'와 지진으로 아이를 잃어버린 응급실 실장 '강주란'(김혜은), 응급실 전문 간호사 '박지나'(윤주희), 정신과 전문의 '은소율'(김정화), 꽃미남 인턴 '안대길'(성열), 소방서 구조반장 '최일섭'(김상호)이 그 주인공이다.
"적절한 시기에 나온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시작으로 사회 지도층의 모습에 우리도 혼돈스러워 하고 있잖아요. 그런 걸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온 국민이 다같이 봐야 할 드라마고 제가 제 딸한테 자랑스러워하면서 현장에 데리고 온 것도 처음이에요."(김혜은)
여기에 성공을 위해 사람을 갖고 거래까지 불사하는 야망 가득한 병원장 '박건'(이경영)과 지진을 기회로 일어나려는 정치인 '구자혁'(차인표)이 극의 갈등을 더한다.
"정치인의 민낯을 보여 드릴 예정입니다. 사람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착할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입체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차인표)
장용우 감독이 2월 작가와의 첫 만남 이후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 등 자료를 참고하며 준비한 실감나는 컴퓨터 그래픽(CG)과 연기자·스태프들이 몸으로 때운 지진 장면도 관전 포인트다.
"CG 의뢰하는 걸 드라마의 시작점으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동원할 수 있는 CG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찍었는데 사실 CG는 5%도 안 되고요. 전부 연기자와 스태프들의 노력으로 만든 겁니다. 조금 힘들었습니다."(장용우 PD)
결국 이렇게 '디데이'가 전하는 메시지는 생명과 인간의 소중함이다. 이는 '뉴하트'(2008) '대물'(2010) 등을 집필한 황은경 작가가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스케일이 크고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드라마지만,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생명을 소중히 하자는 메시지를 많은 분들이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하석진)
'라스트' 후속으로 오는 18일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