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14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구파발 검경합동검문소에서 발생한 총기사고에서 비롯된 총기관리 부분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권총격발 시연' 을 요구하자 여당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정회까지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은 이날 첫 질의에서 “탄약관리 지침을 명백히 위반한 사건인데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장 검증을 가족에 안 알리고 몰래 진행했다. 취재진까지 부르던 관행과 달리 경찰관리 부실 사건을 비공개 처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어떻게 실수이고 업무상 과실치사인가. 본인은 죽일 의도 없었다고 하지만 이 사건은 명백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며“왜 자꾸 박경위 개인 문제라고 사건을 축소하나. 규정 준수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어떤 책임자도 처벌이나 규정위반했다는 어떤 문책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미필적 고의라 함은 살인의 결과 발생을 부인하지 아니한 것이다”며 “용인한 것을 뜻하기 때문에 저희는 다각도로 수사해봤지만 미필적 고의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고 답변했다.
또 “사건 당사자는 구속과는 별개로 파면 조치했다”며“감찰 조사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조만간 관련 책임자를 문책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직 경찰이 실탄을 임의로 빼돌려 보관하는 등 경찰의 실탄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경찰 사격훈련 도중 실탄이 줄줄 새나가고 있다”며 “무기·탄약 관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감장에서 현직 경찰의 제보 영상을 공개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현직 경찰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 해 초에 걸쳐 사격훈련을 받으면서 38구경 권총과 K-2 소총의 실탄 여러 발을 빼돌렸다.
A씨는 영상에서 “주변에 친한 동료들이 정례 사격훈련 때 기념으로 실탄을 챙기라고 하기에 7발 정도를 챙겨왔다”며“예비군 총기훈련 사고가 발생했던 사격장에서 챙겨왔다”고 털어놨다.
A씨는 “사격장에는 청문감사관 한 명이 배치돼 탄약 관리를 하고 있지만 6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며“탄피를 미리 빼돌린 뒤 실탄과 '바꿔치기' 하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영상 공개 이후 실제 실탄을 내보이면서“실탄을 얼마든 (몰래)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실탄은 다시 돌려드릴테니 다시 한 번 철저히 점검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강 청장은“탄피는 곧 실탄이라는 인식을 갖고 사격훈련을 받는 경찰 개인마다 일일이 확인받록 하겠다”며 “지금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은“총기사고는 정신건강과 관련이 있다”며 현재 운영 중인 경찰 트라우마센터 확대 설치 계획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정 의원은 “트라우마센터가 있는 청은 많이 이용하고 있지만 없는 곳은 그렇지 않다”며 “전국적으로 다 설치되기 이전이 문제다. 상사 눈치보기, 격무 등으로 못가는 일이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신적으로 상담과 진료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청별 설치 전까지의 계획을 수립, 보고해달라”고 덧붙였다.
강 청장은 “트라우마센터는 각 지방청마다 하나씩 있어야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정 의원 말씀대로 관련 계획 수립해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진행된 국감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이 강신명 청장에게 권총 격발 시연을 요구해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 의원은 강 청장에게 모형 권총을 조준부터 격발까지 시연할 것을 요구했다가 동료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이에 항의다가 국감장을 퇴장했다 20여분 만에 재출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