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동남아시아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9일(현지시간) 독립 50주년을 맞아 대대적 기념행사를 열어 정정 불안과 빈곤에 위협받던 약소국에서 비길 데 없는 경제성장을 이룬 것을 자축했으나 최근 중년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AP통신, BBC 등 외신이 보도했다.
싱가포르는 독립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8일부터 나흘 간 휴일로 정해 전날 6일 오후와 7일 오후 멀리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날 독립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리는 시내 파당에는 2만6000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날 전투기들이 상공에서 묘기 비행을 선보였고 민족주의적 노래들이 전국에 울려 퍼졌으며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은 기념연설을 했으며 국민은 놀이공원,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했다.
지난 주말 싱가포르 독립 50주년 기념 축제 분위기는 이날 열린 군 열병식 후 벌어진 불꽃놀이로 절정을 이뤘다. 이날 방송된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 헌정 동영상은 싱가포르 국민에게 화합과 싱가포르가 이룬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9시 사이렌과 시작된 기념행사는 리 전 총리가 생전 낭독한 독립선언문이 라디오 방송과 TV 방송을 통해 전국에 울려 퍼지며 시작됐다.
리 전 총리의 아들인 리센룽(李顯龍) 현 총리는 전날 “독립 50주년을 맞아 높은 베이스캠프에 올라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얼마나 멀리 왔는지 감탄하게 된다”며 “여기까지 오도록 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싱가포르 국민들은 국가가 가난한 식민 항구도시국가에서 강소국으로 도약한 것에 경탄하면서도 정치 규제, 외국인 노동자 유입, 생계비 상승 등의 문제 해결에 고심하고 있다.
윌리엄 나단(70)은 AP통신에 “이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독립 초기 싱가포르를 봐 왔던 구세대로서 현재 지도부가 국가의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리 전 총리와 그의 지도부에 있어 싱가포르의 경제성장 목표 달성은 곧 말레이족, 인도인, 중국인 등 인종 간 단합을 위한 강경책을 시행하는 것이었다.
이에 30년 넘게 집권한 리콴유 전 총리는 정치적 반대에 무관용 원칙을 세웠다.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는 인사들은 선거에 패한 후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하게 되고 결국 파산하게 된다. 싱가포르 법상 파산한 사람은 선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리 현 총리는 이 같은 규제로 국정을 운영하는 가운데 오는 9월12일 총선을 치를 계획이다.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은. 2011년 총선에서 87석 중 80석을 차지했으나 최악의 성과를 거뒀다.
PAP은 장기 집권하고 있으나 야권은 9월 총선에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BBC는 PAP가 이 같이 독립 50주년을 기념하고 리 전 총리의 업적을 알리는 것이 9월 총선에서 더 많은 표를 끌어모으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했다.
정부와 관련된 회사들이 주류 현지 언론을 장악하고 있고 몇 안 되는 독립적인 뉴스 웹사이트들은 정부가 종종 비판을 막기 위해 이용하는 명예훼손법으로 고소당할까 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경 없는 기자회가 선정한 2015년 세계 언론자유도 순위에서 180개국 중 153위를 기록했다.
대만 국립 타이완대학교 산하 동아시아 민주주의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브릿지 웰시는 AP통신에 “싱가포르에서 언론에 대한 자유 침해는 언젠가 국가의 정신을 죽일 것”이라며 “싱가포르 국민이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자유, 더 많은 생각, 더 큰 목소리를 낸다면 더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독립 당시 1890만 명이었던 인구가 1970년대 2000만 명 넘게 급증하자 리콴유 전 총리는 인구 급증이 경제성장을 저해할까 우려해 1가정 2자녀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싱가포르 국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영어를 필수로 배우고 제2 외국어를 배우도록 하는 교육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국민의 교육 수준은 높아지고 싱가포르 국민이 돈도 많이 벌게 됐지만, 인건비가 올라 PAP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노동 인력을 구했다.
현재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비싼 도시 5위권 안에 든다.
정부는 지난 2013년 발표한 인기 없는 국정 운영 방침에서 저출산과 노령화에 대비해 2030년 전체 인구 6500만~6900만명 중 약 절반을 외국인으로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외국인 노동자 반대 시위가 2000여 건이나 발생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반대하는 소규모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길버트 고는 AP통신에 “정부에게 국민이 불행하지 않으며 국민을 억누르는 모든 것을 밀어붙일 수 없다고 알리고 싶다”며 “평화 시위는 싱가포르 국민의 목소리를 내는 합법적인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