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9일 나가사키(長崎)에서 거행된 원폭 희생자 위령 평화기념식 인사말을 통해 '비핵 3원칙의 견지' 방침을 명백히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그가 6일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식에서는 매년 언급해 왔던 3원칙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베는 피폭자 단체와 여당으로부터도 비판이 나온 것을 감안해 대응을 변경한 형국이다. 그는 참의원에서 안전보장 관련 법안의 심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추궁을 피하기 위해 궤도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는 나가사키 기념식 인사말에서 "세계에서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비핵 3원칙을 견지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국제 사회의 핵 군축 노력을 주도해 나갈 결의를 새롭게 다졌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의 총리 인사말 앞 부분이 재작년의 그것과 내용이 거의 같아 '문장을 잘라내서 오려 붙이기'라는 비판이 나왔던 경위를 감안해 올해의 문안을 검토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담으면 3원칙을 언급하지 않아도 이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6일 아베가 히로시마시 기념식 인사말에서 비핵 3원칙을 언급하지 않자 야당 등에서 "핵무기 폐기를 지향하는 아베의 결의가 의심스럽다"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아베는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비핵 3원칙은 국시다"면서 그 말을 인사말에서 제외했기 때문에 정책을 바뀐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한 뒤 나가사키 기념식 인사말에서는 명백히 밝히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가지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기본적인 핵 정책이다. 1967년 당시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 총리가 이것을 국회에서 표명한 이래 '국시'로 여겨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