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40개가 넘는 세계 기록을 세우며 프리다이빙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나탈리아 몰차노바(53)가 다이빙을 하다 심해로 사라졌다.
몰차노바는 2일(현지시간) 지중해의 포르멘테라 섬 해안에서 잠수를 하러 바다에 들어간 뒤 4일 밤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해졌다.
몰차노바는 1.5㎜ 두께의 얇은 잠수복을 입고 하강이 용이하도록 목에 1㎏ 정도의 장비를 착용한 뒤 입수했다. 잠수 깊이 역시 35m 정도라 그에게는 별로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몰차노바는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함께 다이빙에 나섰던 동료 3명의 구조 요청으로 해양경비대와 항공기가 투입돼 수색을 하고 500m 해저까지 탐지 가능한 잠수로봇도 동원됐지만 소득이 없었다.
몰차노바는 전생에 돌고래였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운 프리다이빙계의 여왕이었다. 프리다이빙은 외부의 호흡 장치 없이 자신의 호흡만으로 잠수하는 것으로 잠수 깊이나 거리로 실력을 겨룬다.
러시아에서 수영선수로 활약하다 은퇴한 그녀는 지난 20년 간 세계기록을 41차례 세우고 각종 대회에서 23번 우승한 바 있다.
몰차노바의 기록은 물 속에서 9분2초 간 숨을 참은 것은 물론이고 숨 한 번에 오리발 착용 없이 맨몸으로 71m를 잠수해 내려갔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녀가 수심이 얕은 곳에서 숨을 참고 잠영할 수 있는 거리도 오리발 착용시 237m, 오리발을 빼도 182m였다.
몰차노바는 과거 인터뷰에서 "프리다이빙은 그저 스포츠가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바다에 들어가면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자연과 하나인 것을 금세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몰차노바는 "수영장이 러닝머신 뛰기라면 바다는 숲에서 뛰기나 같다"고 말할 정도로 수영장보다 바다에서의 잠수를 더 선호했다.
프리다이빙 종목에서 15개의 세계기록을 보유한 윌 트러브리지는 몰차노바의 실종 소식을 듣고 미국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는 가장 위대한 프리다이버를 잃었다"면서 "누구도 (몰차노바의 위상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슬퍼했다.
한편 모친인 몰차노바를 따라 프리다이버로 활약하면서 세계기록을 세우고 있는 아들 알렉세이는 CNN에 "어머니는 바닷속에 계실 것 같다. 어머니는 그걸 좋아하실 것"이라고 말해 몰차노바가 사실상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