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전 세계가 불볕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맘 때 불볕더위가 정상인 중동에서조차 기록적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달 31일 이란 반다르 마샤르의 체감온도가 73.9℃까지 치솟아 지난 2003년 7월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기록됐던 81℃의 사상 최고 기록에 근접했다.
게다가 이란 남서부 페르시아 만의 바다에 인접한 반다르 마샤르는 바닷물 온도가 33∼37℃까지 높아지면서 습도가 치솟아 체감온도를 더욱 높였다.
이라크에서도 무려 50℃에 육박하는 기록적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가 의무적으로 쉬도록 임시 휴일을 지정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 29일 열사병 예방 차원에서 4일 간의 의무 임시 휴일을 선포하고 국민에게 바깥 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시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중동의 기록적 폭염은 '히트 돔'(heat dome)이라 불리는 고온의 고기압이 이 지역에 며칠째 자리 잡기 때문이라고 기상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40℃가 웃도는 기록적 폭염이 이어져 이탈리아에서는 폭염으로 9명이 숨지는 등 유럽 전역이 비상에 걸렸다.
스페인 코르도바에선 낮 기온이 43.7℃까지 치솟고 수도 마드리드가 41℃까지 치솟아 폭염 경보가 내려졌으며 영국 런던은 36.7℃까지 올라 12년 만에 가장 더운 7월로 기록됐다. 독일 남부에도 낮 기온이 40.3℃까지 올라 1881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도 더운 건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30일 동부 해안과 중서부에 32℃에 달하는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이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미국 뉴욕에서 지난달 28일 34℃를 기록하자 미국 기상청은 뉴욕시 4개 자치구에 30일까지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기상청은 중서부 켄터키주는 지난달 29일 35℃도를 기록했으나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45℃에 달했고 필라델피아주도 습도 때문에 체감온도가 38℃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폭염에 시달리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 기상청은 2일 전국에 폭염 경고를 발령했다. 남부 신장((新绛)) 분지, 투르판(吐魯番) 분지, 텐샨(天山) 산맥, 산시(山西)성 남부, 쓰촨(四川) 분지, 충칭, 양쯔(揚子)-한수이(漢水) 분지, 양쯔강 남부가 35℃ 이상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이 중 일부 지역에서는 39℃까지 치솟고 중국의 가장 더운 지역으로 유명한 투르판 분지는 41℃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일본 열도도 불볕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전국 관측 지점 4곳 중 1곳 꼴로 최고 기온이 35℃ 이상이고, 일부 지역은 40℃까지 올라 열사병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2일 1600여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고 이 중 3명이 숨지고 12명이 중태에 빠졌다.
전 세계 불볕더위는 지난 5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3000여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예고됐었다. 인도에서는 섭씨 50℃ 폭염에 무려 2500명이 숨졌고 파키스탄에서도 45℃ 폭염에 1300명 넘게 숨졌다.
세계 기상학자들은 최근 발표한 기상 연구에서 올해 강한 엘니뇨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었다. 엘니뇨 현상이 강화되면 태평양 무역풍이 크게 약화되면서 높은 해수면 상태에 있는 서부 태평양의 따뜻한 바닷물이 낮은 동부 태평양으로 흐르게 되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상승해 중·고위도 지역에서 대기 순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에 호주,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가뭄, 인도에서는 가뭄, 여름 장마, 태풍 활동이 강화되며 국지적 호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미국 서부와 남부에서는 호우 경향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