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철규 기자] 터키와 미국이 시리아 북부에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의 위협에 대비한 'IS 안전지대'를 설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IS 안전지대'는 터키와 접경한 시리아 북부의 98㎞ 구간에 폭 40㎞로 설정된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IS 안전지대'로 명명한 것은 미국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시리아 정부군이 공습하지 못하도록 하고 반군을 지원해 알아사드 정권을 전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반면 미국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해야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불가능하며 IS 격퇴가 우선순위라며 반박했다.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IS가 점령한 시리아 북부 지역의 격퇴전이 성과를 거두면 IS가 물러난 이 지역은 시리아 난민들이 살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부쇼울루 장관은 "시리아 북부 지역에 IS의 위협이 명확함에 따라 안전지대 설정은 당연한 것"이라며 "터키는 시리아 난민들이 안전지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전지대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비행금지구역이 포함된 안전지대 설정은 터키와 미국이 터키 남부 인시를리크 공군기지를 미국의 IS 공습에 이용하도록 합의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인시를리크 기지 개방을 인정하면서 "특정 체계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해 안전지대 설정이 전제됐음을 시사한 바 있다.
IS와 전쟁에 돌입한 터키는 미국과의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터키 정부는 자국을 겨냥한 IS 테러 조직을 모두 파괴할 때까지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출했다.
또한 이번 안전지대 합의는, 터키 남부 공군기지를 미국이 IS 공습에 이용하도록 허용한 데 이은 추가 조치로, 사실상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자국에서 발생한 자폭테러 사건을 계기로 IS 격퇴 전쟁의 선봉에 나서게 된 터키는 반정부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 PKK에 대한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PKK가 최근 잇달아 경찰과 군에 대한 공격에 나선 데 따른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측은 휴전 3년 만에 전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격퇴 전쟁에 힘을 보태고 있는 쿠르드족 세력이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과 터키의 동맹관계가 터키와 PKK의 전투를 멈추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PKK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 세력인 민주동맹당(PYD)과 밀접한 관계로 PYD는 시리아에서 미군의 중요한 파트너로 IS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S 격퇴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터키 정부와 PKK의 평화협상 재개를 중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