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철호 기자] 2년 만에 부활한 탑매치를 앞두고 있는 한일 양국 배구 챔피언팀들이 제기량 발휘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는 12일 장충체육관에서 개최 예정인 2015 IBK기업은행 한·일 V-리그 탑매치에 출전하는 한국과 일본 남녀 4개팀 감독 및 선수들은 1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일본 V-프리미어리그(1부리그)에서는 JT(남자부)와 NEC(여자부)가 챔피언에 올라 출전 자격을 얻었다.
서로의 리그 우승을 축하하는 훈훈한 분위기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사령탑들은 정작 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잔뜩 자세를 낮췄다. 팀별로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장기 레이스를 치른 탓에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들이 많다는 것에는 다를 바 없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삼성화재의 아성을 무너뜨린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은 "아픈 선수가 많아 열흘 간 훈련을 전혀 못했다"고 털어놨다. JT의 브코비치 베세린(몬테네그로) 감독은 "대회에 올 수 있어 기쁘다"면서도 "시즌이 막 끝난 이후라 연습이 안 돼 있다"고 전했다.
여자부는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IBK기업은행은 주전 세터 김사니와 백업 세터 이소진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할 형편이다. 세 번째 세터인 김하경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춘 기간이 턱없이 짧다.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 역시 챔프전 후 출국했다가 이날 오후 귀국해 어느 정도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정철 감독은 "김사니는 햄스트링만 안 좋은 줄 알았는데 검사를 해보니 무릎까지 좋지 않았다. 운동을 하루도 못했다. 게다가 이소진은 오늘 훈련 중 새끼 손가락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어 이 감독은 "데스티니도 훈련이 전혀 안 돼 있고 장시간 비행을 해 몸 상태를 체크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유가 없는 것은 NEC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에서 뛰며 국내팬들에게 잘 알려진 외국인 선수 바샤가 빠진다. 바샤는 부상으로 챔프전까지 건너뛴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다 아키노리 감독은 "바샤는 엄지를 다쳤다. 아직도 상처가 있다. 이번 경기에도 뛸 수 없다"고 일찌감치 결장을 알렸다.
다들 좋지 않은 여건이지만 사령탑들은 승리만큼은 어떻게든 가져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세진 감독은 "베스트 멤버에 시몬까지 투입을 하겠다. 어쨌든 경기를 해야 하니 핑계를 댈 수는 없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베스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영상을 통해 NEC의 전력을 분석했다던 이정철 감독은 "수비가 좋고 연결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도 100% 전력은 아니지만 공격력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을 펼치겠다. 한일전인만큼 피터지게 싸우겠다"고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
선수들은 양국 리그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인만큼 모든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2년 전 일본에서 열린 탑매치에서 히사미츠에 0-3 완패를 당했던 IBK기업은행의 남지연은 "일본에서 성적이 안 좋아 올해는 꼭 승리하겠다고 선수들끼리 다짐했다. 한국에서 하는 경기인만큼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NEC의 주장 아키야마 미유키는 "올 시즌 리그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우리팀 선수 중 정상을 경험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모든 경기가 도전이었다. 이번 대회도 같은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한·일 V-리그 탑매치는 2006년 시작해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다. 2008년과 2011년, 2012년, 2014년에는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번 대회 경기 시작 시간은 여자부 오후 5시, 남자부 오후 7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