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검찰이 7일 포스코의 핵심 거래업체 중 하나인 코스틸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그 동안 포스코건설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 집중됐던 수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박재천(59) 코스틸 회장이 경북 포항 출신인 데다, 포스코그룹 수뇌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비자금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그동안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에서 정동화(64) 전 포스코그룹 부회장을 거점으로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 '윗선'을 겨냥했던 검찰이 이제는 박 회장을 통해 정 전 회장을 겨누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포스코-코스틸간 수상한 슬래브 거래
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그동안 코스틸과 포스코간 '슬래브'(slab) 거래에 주목하고 내사를 계속해왔다.
코스틸이 2007년부터 최근까지 철선의 원료가 되는 철강재 슬래브를 (slab)를 포스코로부터 우선구매하는 대가로 슬래브 가격을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인 뒤 완제품을 포스코에 재납품하면서 차익을 포스코와 나눠 갖는 수법으로 거래금액을 조작,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에 따른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조선업이 활황이었다가 2009년과 2010년에 꺾이지 않았느냐"며 "활황일 때 슬래브 가격도 같이 올랐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코스틸에서 슬래브를 싼 가격에 포스코로부터 공급받아 재판매해서 그 차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하거나 정관계 로비에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스틸이 30년 넘게 포스코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포스코의 거래 방식이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등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그 내막을 알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 역시 코스틸이 국내 철강업계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포스코를 배경 삼아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횡령, 배임, 탈세 등의 불법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코스틸은 포스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로부터 선재(線材)를 구매해 가공제품을 만드는 철강회사다. 1977년 설립됐으며 현재 연강선재 시장에서 40% 점유율을 보이는 등 탄탄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1981년 포스코와 거래를 시작, 29년 만인 지난 2010년 누적 거래량이 700만t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건설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래업체에 대한 강제수사가 다른 업체들에게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포스코의 또 다른 거래업체나 하청업체가 향후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를 둘러싼 수많은 업체들이 '입'을 열지 않기 때문에 '포스코가 망하지 않는 이상 수사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코스틸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거래업체들이 압박을 받으면 수사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천 코스틸 회장…정준양과의 새로운 연결고리
검찰이 코스틸을 주목하는 또 이유는 박 회장 때문이다. 박 회장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재경 포항고 동문회장을 지냈다. 2001년~2011년까지 회장으로 재직하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2년 만인 2013년 다시 회장에 올랐다. 최근에는 한국철강협회 선재협의회 초대 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철강업계 대표적인 '마당발'로 알려져 있다. 정 전 회장 등 포스코그룹 수뇌부는 물론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은 오리지널 '포스코 맨'은 아니지만 정치권에 인맥이 닿아 있는 사람으로 안다"며 "'영포 라인(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포항 일대 출신 인사)'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로 포항 일대에서는 유명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박 회장과 정 전 회장간의 관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의 범죄 행위가 포스코건설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판단, 정 전 회장이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재직했던 2008년 11월 이후와 포스코그룹을 맡게 된 2009년 2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정 전 회장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횡령 등을 통해 회사 자금을 빼돌린 뒤 비자금을 조성, 이를 정 전 회장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포스코로부터 물량 보장 등 일종의 '특혜'를 받고 그 대가를 비자금으로 건넸을 수도 있고, 박 회장이 정 전 회장을 위해 정관계 로비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 회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압수물 분석과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